할머니들, 면담 거부…“가슴찢는 역사를 감언이설과 맞바꿀 수 없다”
위안부 문제와 역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일본순회집회 중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위안부는 필요했다”는 망언을 내뱉은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극우 정당 일본유신회 공동대표)과의 면담을 거부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윤미향 대표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하시모토 시장은 면담의 대상이 아니라 ‘심판’의 대상”이라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 18일 김복동(88), 길원옥(86)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정대협과 함께 일본 시민들과 정치권에 다시 한 번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호소하고 역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일본순휘집회 길에 올랐고, 24일 하시모토 시장과의 면담이 예정돼 있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면담을 거부한 배경은 하시모토 시장의 잘 짜여진 사죄 퍼포먼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시모토 시장이 이번 면담을 자신의 반인권적인 발언에 대한 전 세계적인 지탄을 무마시키는 데 악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일본 기자들로부터 하시모토 시장이 면담에서 사죄 퍼포먼스를 미리 짜놓고, 심지어 무릎까지 꿇겠다는 일회적인 언론플레이를 준비한 것을 알게 됐다”며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피해자의 가슴찢는 현실과 역사를 하시모토의 사죄 퍼포먼스와 감언이설과 맞바꿀 수 없다”고 발표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하시모토가 ‘그 당시에 위안부가 필요했다’, ‘성노예로 불리고 있지만 틀린 표현’, ‘강제로 위안부를 시킨 사실은 없다’라는 입장을 쏟아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며 “우리는 올해 86세와 88세다. 찢어지는 가슴을 안고 폭언을 일삼은 장본인을 바로 앞에서 만나는 자체만으로도 두렵고, 공포스러운 정신적인 충격이다”고 말했다.
이어, “한가닥 기대를 갖고 면담을 하려고 했지만, 순진한 생각이었음을 ‘반성없는’ 하시모토 시장의 끊이지 않는 망언이 대변하고 있다”며 “결국 하시모토 시장은 면담의 대상이 아니라 ‘심판’의 대상일 뿐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발표했다.
한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는 오는 27일까지 일본 오키나와, 히로시마, 후쿠야마, 오카야마, 오사카, 나라, 도쿄 등에서 순회증언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