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요훈 기자, 秋 아들 측에 ‘SBS 고발 취하 말라’ 당부한 이유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측이 ‘부대 배치 청탁 의혹’을 보도한 SBS와 소속 기자를 경찰에 고발한 것에 대해서 언론 현업 3단체가 ‘언론 길들이기’라며 고발 철회를 촉구하는 연대 성명을 냈습니다.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다수의 언론사가 함께 전한 의혹인데 특정 언론사 한 곳만 골라 고발한 것은 보도를 위축시켜 입막음의 본보기로 삼으려 한다는 의구심을 강하게 들게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11일 SBS <8뉴스>가 <“특정 언론사 고발은 언론 길들이기” 연대 성명>이란 개별 꼭지로 전한 내용 중 일부다. 같은 날 한국PD연합회를 제외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3단체가 “추 장관 측에서 이번 SBS 의혹 보도를 고발한 것은 ‘언론 길들이기’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당장 형사 고발을 철회하라”며 SBS 보도에 힘을 실었다.
아울러 이들 단체는 “보도의 내용과 관련해 일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상식적이고 제도적인 절차와 과정을 통해 반론과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며 “이런 절차나 과정에 대한 일말의 검토 없이 고발부터 앞세우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추 장관 아들 서모 씨 측이 SBS를 고발한 당일이던 지난 9일에도 <‘청탁 의혹’ 장교·SBS 고발…“부끄러움 없다면 모두를”> 꼭지의 앵커 멘트를 통해 이렇게 주장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측이 부대 이동 청탁 의혹을 주장한 당시 카투사 부대 지휘관과 그의 발언을 보도한 SBS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오늘(9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저희는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앞으로도 추 장관 아들 특혜 의혹을 계속 취재해서 여러분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서씨 측이 고발에 나선 SBS 보도는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실이 공개한 미8군 한국군 지원단장을 지냈던 이철원 전 대령의 녹취록 내용이었다. 해당 <“추미애 아들 용산으로 자대 변경 청탁 있었다”> 기사는 사실 검증은커녕 추 장관 측 반론도 담지 않은 채 이 전 대령의 주장만을 고스란히 옮긴 ‘따옴표 저널리즘’의 정수라 할 수 있었다.
이런 보도를 경찰에 고발한 SBS 보도를 현업 언론 3단체가 적극 옹호하고 나선 셈이다. 이에 대해 MBC 송요훈 기자는 12일까지 연이틀 기자협회 등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송 기자는 “이게 다수 기자들의 뜻이오?”라며 “언론자정 운동이 먼저”라는 일침을 전했다.
SBS 고발이 언론 길들이기?.. 송요훈 기자의 일침
“이보시오, 기자협회와 언론노조! 나도 기자입니다만, 이게 다수 기자들의 뜻이오? 지금 이 나라에서 언론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고 기자들은 사주가 아닌 권력의 눈치를 보며 할 말을 못하고 있나요? 추미애 장관 아들의 SBS 고발이 언론 길들이기라구요? 진짜 그렇게 생각해요? 언론이 사실을 과장, 왜곡, 조작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분탕질을 하고 있는 게 보이지 않아요?
한국 언론은 국민의 신뢰도가 세계 꼴찌라는 걸 몰라요? 지금 이 나라의 언론은 언론의 자유를 오남용하는 방종으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첫 번째 공범으로 손가락질 받고 있다구요. 지금 우리 기자들에게 절실한 건 남 탓이 아니라 신뢰받는 언론으로 거듭나려는 자정 운동이라구요! 자정운동부터 합시다. 그래야 기자라는 직업이 부끄럽지 않은 직업이 되는 겁니다.”
송 기자는 11일 위와 같은 글로 언론 3단체의 성명에 참담함을 표한 뒤 12일 재차 “SBS 보도에 문제가 많다고 본다. SBS가 총대를 메고 나섰던 손혜원 죽이기 보도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SBS 보도는 검증이 우선이어야 할 취재윤리가 실종됐다는 것이 근거였다. 11일 성명을 통해 말을 바꾼 이철원 전 대령의 입장문을 포함해 해당 SBS 보도를 요목조목 반박한 송 기자는 해당 의혹을 폭로한 주체인 국민의힘 신 의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부대 배치 청탁이 있었다고 폭로한 건 국힘당 신원식 의원이다. 정치 성향을 떠나 정당의 폭로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게다가 녹취에 등장하는 제보자 A대령은 신원식 의원이 사단장을 할 때 참모장이던 인물이다. 군필자라면 사단장과 참모장이 어떤 관계인지 잘 알 것이다. 신원식 의원은 선동꾼 목사 전광훈과 함께 군중을 선동하는 집회의 연단에 서기도 했었다.
취재윤리에서 사실 확인이란 의심부터 하라는 거다. 저 사람이 왜 이런 제보를 할까, 저 사람은 신뢰할 만한 인물인가, 자기의 이해관계나 정치적 의도에서 제보를 하는 건 아닐까… 그런 의심으로 시작하여 제보자는 신뢰할 만한 인물이고 제보의 내용이 사실이며 공익에 부합하는 지를 냉정하게 따져보고 보도를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SBS의 보도에서는 그런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제보에서 시작된 손혜원 죽이기 단독 보도에서도 그랬다. 제보자도 그렇고, 제보의 동기도 그렇고, 의심스러운 점이 많았는데 SBS가 그런 걸 검증했다는 흔적은 그때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나경원의 KBS 기자 고소엔 왜 침묵했나
한국기자협회를 포함한 언론 3단체의 이러한 신속한 성명은 엇비슷한 사례와 비교해도 전례가 없어 보이긴 마찬가지다. 일례로, 지난해 9월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역시나 아들 의혹을 보도했던 KBS 기자를 고소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미래통합당은 “위 사실을 보도한 기자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검에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관련 보도 당사자인 KBS 이모 기자는 “나경원 측의 고소·고발은 언론탄압의 한 종류”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언론 3단체는 나 의원과 통합당의 고소엔 침묵으로 일관한 바 있다.
과연 1년 전 KBS 보도와 SBS 보도의 차이는 무엇인가. KBS와 SBS의 차이인가, 정치인 나 전 의원과 추 장관의 차이인가. 언론 3단체는 두 의혹 보도 중 어느 쪽이 진짜 ‘엄마찬스’에 가까웠는지, 또 어느 쪽이 더 ‘합리적 의심’을 바탕으로 한 검증 보도인지 제대로 판단했고, 판단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언론인들의 ‘선택적 정의’의 맨얼굴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송 기자는 글 말미 서씨 측에 “절대 고발을 취하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공감한다. 정치적 의도가 다분해 보이는 일방의 제보와 주장을 ‘의혹’이란 이름하에 검증 없이 보도하는 SBS의 행태는 견제를 받아 마땅하다. 그 SBS의 보도에 정당성을 부여한 언론 3단체의 성명이 한심한 이유다.
“그런 이유로, 기자인 나는 추미애 장관의 아들이 절대 고발을 취하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SBS가 잘못된 보도를 정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았다. 고발을 취하하지 말고, 조국 전 장관이 하듯이 따박따박 언론의 잘못된 보도에 대응하기 바란다. 힘들고 번거롭겠지만, 그래 주길 바란다. 그래야 언론이 바뀐다.” (MBC 송요훈 기자)
하성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