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태의 와이드뷰]개인 SNS 메시지 공개하고 직장까지 찾아간 <중앙>·<문화>
“제가 국회의원이 아니었더라면, 군대를 안 가도 됐는 데요…. 언론에 미주알고주알 나가는 것들이 정말 ‘검언유착’이 심각하구나.”
지난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했던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토로다. 지난해 말 인사청문회 이후 줄곧 아들 서모씨 병영 관련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해온 추 장관이 반년이나 지난 시점까지 줄기차게 문제를 제기하는 세력에 대해 일침을 가한 셈이었다. 같은 달 말 추 장관은 본인 소셜미디어에 이와 관련한 장문의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저는 지금 검찰개혁이라는 큰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보수언론과 통합당(현 국민의힘)으로부터 끊임없는 저항과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언론과 야당을 이용해 저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해오고 있습니다.
정책 비판이 안 되니 가족에 이어 이제는 개인 신상에 대한 공격까지 서슴없이 해오고 있습니다. 거기에 종교단체가 합세한 것입니다. 이걸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고 봐야 할지 뭔가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할지는 국민들과 함께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당시 JTBC는 신천지의 조직적인 추 장관 음해 공격에 대해 보도했고, 이에 대해 추 장관 본인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서씨 병역 관련 의혹을 포함해 “정책 비판이 안 되니 가족에 이어 이제는 개인 신상에 대한 공격까지 서슴없이 해오고 있다”고 꼬집고 나선 셈이었다.
추 장관의 선견지명이었던 걸까. 그로부터 한 달이 넘은 지금까지도 추 장관 가족에 대한 신상 공격은 그치기는커녕 점차 강도를 더해가는 형국이다. 급기야 서씨의 개인 SNS 메시지 대화를 공개한 것도 모자라 서씨 직장에까지 찾아간 언론이 등장했다.
추 장관 아들 SNS 메시지 공개한 ‘중앙’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27)씨가 군 복무 당시 동료 병사들과 ‘용산’과 ‘평창’을 언급하며 대화를 나눴던 SNS메시지가 확인됐다. 용산은 서울 용산 미군기지를, 평창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을 의미한다. 10일 추 장관 측이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씨 본인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대화가 확인된 건 처음이다.”
11일 <중앙일보>의 <秋아들 “애초 용산 보내줬어야지···평창은 내가 갔어야”> 단독기사 중 일부다. <중앙일보>는 “서씨는 미8군 한국군지원단(카투사)에서 근무하던 2018년 7월부터 8월27일 제대 이후까지 페이스북 메신저 단체대화방에서 선임병장들과 활발한 대화를 나눴다”며 “아니 애초에 용산 보내줬어야지”, “아 아무리 생각해도 평창을 내가 갔어야 됐는데 OOOO(다른 병사 별명)만 꿀 빨았다(편하게 지냈다는 은어)”라는 서씨의 메시지 내용을 문제 삼았다.
공인은 추 장관이지 추 장관 아들이나 가족이 아니다. 이 같은 보도는 SNS 메시지란 (가시에 등장하지 않은 본인 동의 여부를 포함해) 개인의 사생활을 공개한 것으로, 인권 침해 시비가 다분하다.
메시지 내용 역시 ‘특혜’란 프레임을 강화하기 위한 억지 주장에 가깝다. 대화 내용은 현역으로 군 복무 중인 이십대 초반의 사병(들)이 흔히 나눌 수 있는 가벼운 대화에 가까워 보인다. 현역 장관의 자녀이든 아니든, 편한 보직이나 근무지를 받고 싶어 하는 일반 사병들의 심정이 반영된 큰 의미 없는 내용이란 얘기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구태여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이를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의 의혹제기와 연결 지었다. 상식선에서 납득할 만한 사병들의 SNS 메시지가 마치 ‘특혜’를 암시하는 ‘증언’으로 돌변하는 순간이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추 장관 아들이 평창 통역병 파견과 용산 자대배치를 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서씨 부대를 관할했던 예비군 대령 이모씨가 ‘추 장관 아들이 카투사에 왔을 때 최초 분류부터 (압력을) 막았고, 동계올림픽 할 때 압력이 들어왔던 것들을 내가 다 안 받아들였다’ 주장하면서다.
군 측은 또 추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인 2017년 대표실에 서씨가 지원한 통역병 선발 방식을 사전에 알려준 정황도 있다. 군이 통역병 선발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선발 방식을 대표실에 알려줘 청탁의 여지를 줬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당 <중앙일보> 기사 중에서)
‘조국 딸’ 스토킹 취재 연상시키는 ‘문화일보’의 수준
다른 종류의 아연실색할 기사를 자랑스럽게 온라인판 메인에 내건 언론사도 있었다. <문화일보>였다. <문화일보>는 같은 날 <결백 → 묵묵부답 → 강경 대응… 옷으로 말하는 秋장관> 기사에서 패션 지를 방불케 하는 ‘패션 분석’을 내놨다. <문화일보>가 ‘관심법’(?)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순간이었다.
“톤 다운된 옷을 주로 입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아들의 군 복무 휴가 특혜 청탁 의혹이 제기된 지난 9일 흰색 정장과 마스크(왼쪽), 이튿날인 10일은 분홍색 정장과 마스크(가운데)를 각각 착용한 채 출근길에 올라 본인의 무고를 간접적으로 외부에 드러내기 위한 패션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추 장관은 11일 오전 ‘전투복’인 흰색 줄무늬가 들어간 검은색 정장(오른쪽)을 착용하고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날 추 장관이 다시 어두운 계통의 의상을 선택한 것을 두고 아들 관련 의혹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기까지였다면 ‘박근혜 패션외교’를 패러디했다는 비웃음에 그쳤을 터. <문화일보>는 급기야 <오늘도… 秋아들 ‘묵묵부답’> 기사에서 서씨의 직장을 찾아가는 이른바 ‘스토킹 취재’도 서슴지 않았다. “서 씨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지만, ‘모습을 드러냈다’는 표현 자체에 어폐가 있는 기사였다.
“카투사 군복무 당시 ‘휴가 미복귀 의혹’에 휩싸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27) 씨는 11일 취재진의 관련 문의에 침묵만 지켰다. 의혹이 불거진 후 서 씨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전 전북 전주의 한 식당에서 문화일보 취재진과 만난 서 씨는 자신이 일하는 구단의 홍보용 포스터 교체 업무를 하고 있었다. 서 씨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오전 8시 10분쯤 구단 사무실로 출근한 후 외근에 투입된 상태였다. 서 씨는 180㎝ 정도의 키 등 우람한 체격에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며, 편안한 일상복 차림이었다.”
해당 기사는 전날(10일) <조선일보>가 <60대 1 뚫고.. 추미애 아들, 나랏돈 받으며 프로축구단 인턴 중> 기사에서 문제 삼은 서씨의 전북현대 인턴 근무와 관련해 <문화일보>가 후속 취재를 나선 것이었다. 이 같은 <문화일보>의 ‘스토킹 취재’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조 전 장관 딸의 승용차에 집착하고 오피스텔에 찾아갔던 일부 취재진의 도 넘은 행태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같은 <문화일보>의 ‘스토킹 취재’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조 전 장관 딸의 승용차에 집착하고 오피스텔에 찾아갔던 일부 취재진의 도 넘은 행태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와 관련, 지난 8월 조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입시비리 의혹 등을 취재한다며 이틀에 걸쳐 딸의 오피스텔에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는 등 비상식적인 행태를 취한 <TV조선> 기자 등을 고소한 바 있다.
최근 보수야당이, 일부 언론들이 추 장관 아들 의혹을 ‘제2의 조국 사태’로 만들고자 하는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가운데, <중앙일보>나 <문화일보>의 이러한 보도 행태는 도를 넘은 것은 물론 반인권적이라 비판 받아 마땅해 보인다. 한 마디로, 이런 수준으로 저열해도 되나 싶을 정도라고 할까.
하성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