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제보” 주호영, “시정잡배” 안철수, “조국 데자뷔” 김종인

[하성태의 와이드뷰] 누가 추미애를 기어코 ‘제2의 조국’으로 만드나

“대통령은 협치를 강조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국민 화병 돋우는 법무부 장관 갈아치우고 국민과 야당에게 진정한 통합과 협치의 손을 내미십시오.”

10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추미애 법무부장관 해임을 촉구하며 한 발언 중 일부다. 발언의 수위가 굉장히 세다. 안 대표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지금 당장 추 장관을 해임하십시오. 자연인 신분으로 철저하게 수사받아,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조치해야 합니다”라며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끌어 오기도 했다. 

“한 나라의 법무부 장관 자리에 ‘특권의 황제’를 뒤이어 ‘반칙의 여왕’이 앉아 있는 희대의 상황을, 우리는 지금 분노 속에 목도하고 있습니다. 캐도 캐도 미담만 나와야 할 정권의 핵심 고위공직자들에게서 까도 까도 의혹만 나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어떻게 문재인 정권의 최상위 핵심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하나 같이 도덕성이 시정잡배만도 못합니까?”

▲ 국민의당 안철수(가운데)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국민의당 안철수(가운데)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시정잡배’ 운운하며 공세 수위를 높인 안 대표에 이어 같은 당 홍경희 대변인 역시 “추 장관은 끝까지 버텨라”는 반어법에 가까원 논평으로 “오만한 표정과 고압적 태도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남을 향해 내지른 손가락이 곧 본인을 향한 손가락질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비판에 동참했다. 

하지만 이날 공세를 높인 국민의당은 추 장관 아들 서씨 의혹과 관련해 애초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 등으로 국민의힘 신원신 의원의 녹취록에 등장하고 연일 언론 인터뷰에 응했던 제보자가 이균철 국민의당 경기도당 위원장이란 사실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같은 맥락에서, 안 대표의 공세에서 틀린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한 ‘침소봉대’식 주장 또한 적지 않았다. 그런 주장은 또 있었다.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다. 

안철수‧주호영의 여론 몰이 

“그 여러 가지 제보 중 결정적인 게 있어요? 가지고 계신 것 중에?” (진행자)
“그거는 저희들이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주 원내대표)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는 말씀은 내용은 말씀 안 하셔도 되는데 그런 게 있습니까?” (진행자)
“음... 있습니다.” (주 원내대표)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지속적으로 “청탁”, “압력”, “특혜”를 강조하며 추 장관의 거취에 대해 문 대통령이 결정하라며 압박한 주 원내대표에게 진행자는 “지금 대통령이 결단을 하셔라라고 할 만큼 더 결정적인 어떤 추가 제보가 또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주 원내대표는 “제보들이 저희들에게 많이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제보가 있다고 해서 저희들이 함부로 할 수는 없고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검증도 해야 된다”며 “앞으로 갈수록 분노하는 민심이 여러 가지 제보를 해 올 거라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일견 주 원내대표와 국민의힘의 바람(?)이 담긴 답변이었다. 

그러자 방송 직후 <조선일보>를 비록한 다수 언론이 따옴표 저널리즘의 정수를 구현하기 시작했다. 방송 내용에 아무런 핵심적 제보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호영 “추미애 장관 아들 사건 결정적 제보 있다”>와 같은 제목의 기사를 쏟아낸 것이다. 

아울러 주 원내대표는 “20대 지지율이 많이 빠지고 있고 또 군대 가는 자녀를 둔 30~40대 지지도 많이 빠지고 있다는 데서 국민들이나 민심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다 드러나지 않습니까?”라고 주장하며 ‘엄마찬스’를 강조한 뒤, 급기야 “추미애 장관의 태도나 자세 문제” 운운하며 검찰 인사권 문제로 전선을 확대했다. 자당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 정면으로 반박 중인 추 장관 측의 주장엔 귀를 닫은 채 검찰 수사 지연의 책임을 추 장관에게 돌린 것이다. 

“자기가 관련된 일, 자기 아들이 관련된 일에 자기가 지휘하거나 인사권을 행사하면 누가 공정하다고 믿겠습니까? 그러니까 이런 경우에는 추미애 장관이 빠른 시간 안에 이 사건은 독립된 권한을 가진 특임검사가 수사를 하라든지 아니면 특별수사단을 구성해서 수사를 하되 일체 외부의 영향력이 행사될 수 없게 한다든지. 

아니면 ‘이건 검찰에서 수사하기가 부적합하니까 국회에서 특별검사를 임명해 주세요’ 한다든지 이렇게 해서 국민들이 볼 때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수사 심의 결론을 내려야 성공할 수 있는데 지금 이 수사를 하고 있는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8개월째 이 간단한 사건을 수사를 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출석해서 서 일병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진술들은 다 조서에도 빼는 듯한 이런 아주 편파적인 수사를 하는데다가요.”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종인 입에서 기어코 나온 ‘조국 데자뷔’ 

갖가지 특혜나 외압 의혹에 대해 9일까지 서씨 측은 조목조목 반박하는 중이다. 군 관계자나 서씨의 카투사 동료들도 보수야당의 주장에 반하는 언론 인터뷰에 나서고 있다. 

무릎 수술과 관련된 병원 기록의 존재 외에도 이를 테면, 병가 연장에 대한 ‘문의’가 일반 병사 가족도 이용할 수 있는 ‘민원실’을 통해 이뤄졌다거나 서씨의 휴가 일수가 한국군 평균보다 적고, 자대배치 청탁이 없었으며 해당 군 간부의 훈계 또한 부대원 부모와 가족들 전체가 보는 앞에서 이뤄졌다는 사실 등이 대표적이다. 

서씨의 휴가를 승인해준 당시 부대장 역시 지난 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휴가 처리 과정에서 부당한 일이 있었다면 제 기억에 없을 수가 없다”며 외압은 물론 의혹 일체를 부정하며 “의혹이 있다면 사실 관계를 따져보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드러나는 ‘팩트 체크’는 아랑곳없이 추 장관 아들과 관련된 의혹제기는 하루가 멀다 하고 부풀려지는 형국이다. 

“추 장관의 엄마 찬스를 보는 국민들은 교육 공정성을 무너뜨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빠 찬스의 데자뷔라고 느끼고 있다. 추 장관은 즉각 사퇴해야한다.”

지난 7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일성이다. 이날 이후 보수야권과 언론의 총공세는 마치 ‘제2의 조국 사태’를 이끌어내겠다는 비장함마저 엿보인다. 김 위원장은 오늘 또한 같은 공세를 이어가며 문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섰다. 기시감이 들 수밖에 없다. 8개월 간 끌어왔던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검찰발’ 기사가 속출하는 가운데, 보수야당발 의혹 제기가 무성하고 이를 언론들이 받아쓰는 형국 말이다. 

다른 점은 두 가지. 하나는 서씨 측이 변호인을 통해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다는 점. 9일 서씨 변호인 측은 군 복무 당시 부대지휘관과 sbs 및 해당 기사를 쓴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또 하나.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들이 특혜로 보였다면 현역 군인들은 물론이요 수많은 예비역들이 국민의힘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추 장관 비판에 동참했어야 마땅하다. 진영 논리가 반영되는 여론조사와는 분명 다른 양상이다. 하지만 의혹을 제기하고 이를 보도하는 국민의힘과 일부 언론만 신이 난 모양새다. 조국 사태와도 분명 갈라지는 지점이다. 

그러니 물을 수밖에 없다. 누가 추 장관 아들 관련 의혹을 부풀려서 이득을 얻는가. 공수처장 후보 추천은 나 몰라라 한 채 특임검사 임명을 선조건으로 내건 이들은 누구인가. ‘제2의 조국 사태’를 기어코 만들고 싶은 이들은 누구인가.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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