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도 안돼 축구전문기자 반박…조국 딸 사생활까지 파헤쳤던 행태 재연
“가족 사항은 묻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으로 (서씨를) 뽑고 보니까 엄마가 추미애더라. 몸을 쓰기도 하지만 경기장에서 공을 차는 게 아니라 구단의 전반적 업무를 하는 것이라 무릎과는 상관없이 일할 수 있다.”
10일자 <조선일보>의 <60대 1 뚫고.. 추미애 아들, 나랏돈 받으며 프로축구단 인턴 중> 단독기사에 등장하는 전북현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게 핵심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서씨의 인턴 근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구단 측 설명을 기사 마지막에 단 세 줄 실었을 뿐이다. 반면 해당 기사의 핵심이 담긴 서두는 이랬다.
“군 복무 시절 특혜성 휴가 의혹에 휩싸인 추미애 법무장관의 아들 서모(27)씨가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프로축구 구단인 전북현대모터스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이 프로그램은 근무 성과에 따라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도록 국가에서 지원하는 제도로, K리그 명문 구단인 전북현대 인턴직은 프로 스포츠 업계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다. 야당은 ‘추 장관은 아이가 울고 있다. 건드리지 마라, 고 했는데 알고 보니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스펙을 쌓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가 밝힌 해당 기사의 근거는 역시나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였다. 기사의 핵심을 요약하면 이렇다. 서씨가 문화체육관광부 ‘프로스포츠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올해 2월 전북현대 사무국 인턴에 최종 합격, 전주시에서 거주하며 출근 중이다. 2명을 뽑았고, 경쟁률은 60대1이었다.
<조선일보>는 해당 프로그램의 서류·면접 심사가 이뤄진 시기가 추 장관의 취임 직후였고, 이 시기 서씨가 ‘군 휴가 미(未)복귀 의혹’ 사건으로 고발된 피의자 신분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 ‘인턴십 프로그램’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시행됐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프로스포츠 분야에 종사하기 원하는 인재들에게 실무 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전문 인력도 양성하자는 것’이 사업 목적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팬으로, 현지에 스포츠 마케팅 유학을 떠나기도 했던 서씨에게는 ‘맞춤형 스펙’인 셈이다. 실제 서씨는 현재 전북현대에서 유소년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 현재 문체부의 프로스포츠 인턴십에 합격한 지원자는 서씨를 포함해 83명이다.”
실소가 나오는 대목은 익명의 K리그 관계자 인터뷰였다. <조선일보>는 이 관계자가 “어느 구단이나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경기가 있는 날이면 직원·인턴들이 가파른 축구장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뛰어다녀야 한다”며 “경기가 있는 날이면 업무 분야를 불문하고 전·후반 90분 내내 몸 쓰는 일에 매달린다”고 전했다. ‘사무직 인턴이 몸 쓰는 일?’이란 반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그러자 <스포츠니어스>의 축구전문기자인 김현회 기자가 즉각 정면으로 반박에 나섰다. <추미애 장관 아들, 전북현대 인턴이 문제 없는 이유>란 명쾌한 제목의 기사를 통해서였다. 김 기자가 “하지만 <스포츠니어스> 취재 결과 무릎이 아픈 이들도, 스포츠를 전공한 평범한 젊은 이들도 K리그 구단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전한 K리그 관계자들의 증언은 <조선일보>의 기사와는 정반대 수준이었고, 사실관계도 틀려 있었다.
즉각 등장한 축구전문기자의 반박
“내가 K리그에서 서씨와 같은 인턴 자격으로 일하고 있는데 사실 이게 별 게 없다. 구단 지원 공고를 보고 지원한 뒤 구단과 면접을 보고 합격 통보를 받았다. 채용 공고 하단에 ‘어디어디에서 지원받은 공고입니다’라는 글귀 정도만 있었지 다른 인턴십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우리는 구단하고만 소통하지 정부하고는 소통할 일이 없다.
우리 구단에는 이 인턴 자격으로 우리 부서에만 무려 8명 이상이 근무 중이다. 다른 부서까지 더 확대하면 아마도 10명이 넘을 수도 있다. 다른 구단들도 이런 인턴이 1~2명은 다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나도 뭔가 특혜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여질 수도 있는데 우리 부모님은 장관이 아니다. 그냥 평범한 일을 하고 계신다.”
해당 기사에서 서씨와 같은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한 지방 구단에서 인턴 자격으로 일하고 있는 C씨의 증언이다. 김 기자는 이와 관련 “또한 <조선일보>는 서씨의 인턴 근무에 대해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인턴십 프로그램’이나 ‘나랏돈’이라는 표현을 썼다. 마치 서씨가 정부의 특혜를 받고 있다는 뉘앙스였다”며 “하지만 현재 문체부의 프로스포츠 인턴십을 통해 프로스포츠 구단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은 무려 83명에 달한다”고 꼬집었다.
해당 기사에 등장하는 한 수도권 구단에서 홍보마케팅 팀에서 근무 중인 A씨, 지방 구단에서 사무직으로 근무 중인 B씨의 사례는 서씨보다 더 심각한 경우였다. 이 두 사람은 각각 십자인대 파열, 연골 파열이란 중상을 당했지만 구단의 배려 속에 정상적으로 근무 중이었다. 이 두 사람은 입을 모아 부상을 치료 한 뒤 동료 직원들과 무리 없이 근무 중이라고 밝혔다. 서씨 역시 같은 경우일 수 있다는 얘기였다.
<조선일보>가 “서씨가 현재 전북현대에서 유소년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전한 내용도 사실과 달랐다. <스포츠니어스>는 전북현대 관계자를 통해 “(서씨가)구단의 전반적인 업무를 다 하고 있다”며 “홈 경기가 열리면 홈 경기 운영에 참여하고 마케팅 부서에서 필요하면 그쪽에 가서 일을 한다. 유소년 업무에도 투입된다. 우리가 단장과 대표, 부단장, 사무국장, 실장 빼면 직원이 12명 남짓이다. 부서가 몇 개나 있다고 나누나. 전반적인 일을 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가 마치 서씨의 인턴 근무가 나랏돈을 부정하게 쓰고 있고 특혜라는 인상을 준 것에 대해서도 두 관계자는 의견이 달랐다. A씨는 “정부 지원 인턴십으로 구단에 들어오는 건 흔한 과정이다. 우리 구단에도 그런 식으로 채용된 인원이 꽤 된다”고, B씨 역시 “전 구단이 이 정부 지원 인턴을 다 활용한다. 우리 구단도 정상적으로 이력서를 접수 받아서 면접을 봐서 뽑는다. 이 채용을 통해 들어오는 직원이 꽤 많다”고 밝혔다.
부끄러운 단독 낸 ‘조선’의 의도
“서씨의 채용 과정에서 일체의 청탁이나 외압은 없었다. 지금도 서씨는 잘 근무하고 있다. 스펙이 우리가 원하는 기준을 넘어섰으면 넘어섰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영어도 잘하고 스포츠 매니지먼트도 전공했는데 안 뽑을 이유가 없었다.”
해당 기사 속 전북 관계자의 설명이다. 청탁이나 외압은 없었다는 대목은 둘째 치더라도 “스펙이 우리가 원하는 기준을 넘어섰으면 넘어섰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거나 “안 뽑을 이유가 없었다”는 대목이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기사 속 관계자의 설명과도 부합하는 내용이었다.
단독 보도가 나간 지 고작 반나절도 안 돼 축구전문기자의 반박 기사를 자처한 이 <조선일보>의 부끄러운 단독은 결국 ‘엄마찬스’ 프레임을 강화하고 추 장관을 비난하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언론 공세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조모씨의 사생활까지 파헤쳤던 언론의 행태가 고스란히 재연되는 양상이랄까. 그리고, 다음 포털의 해당 기사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은 이랬다.
“이 기사는 인권침해에다 악랄함까지. 추악한 찌라시 조선일보.”
하성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