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언론계 결산(2)] ‘경향신문 사태’가 남긴 것…MBN은 재허가 받을까
‘출입처 폐지 논란’과 ‘유튜브 대세’ 못지않게 올 한해 언론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는 ‘손석희’ JTBC 대표이사였습니다.
특히 최근 손석희 JTBC 대표이사가 <뉴스룸> 앵커에서 하차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손석희 없는 JTBC’가 어떻게 될 것인가가 언론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저는 ‘손석희’를 2019년 한국 언론에서 주목해야 할 세 번째 키워드로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몇 가지 눈여겨 볼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019년 ‘손석희’라는 키워드를 통해 주목해야 할 두 가지 포인트
하나는 수년 동안 신뢰하는 언론인 1위 자리를 지켜왔던 손석희 JTBC 대표이사마저도 ‘조국 전 장관 파문’을 피해가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손석희가 누구인가요. 세월호 참사 때부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이르기까지 뉴스수용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대표적인 한국의 언론인입니다.
그런데 그런 손석희 대표이사마저 ‘조국 정국’을 피해 가지는 못했습니다.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뉴스수용자들이 JTBC마저 ‘검찰발 기사’에 의존하고 있다며 <뉴스룸>과 손석희 앵커를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른바 ‘조국 정국’을 거치며 JTBC <뉴스룸>의 시청률이 하향 곡선을 그었고, JTBC에 비판적인 시청자들이 MBC로 이동하는 성향이 뚜렷하게 감지됐습니다.
‘손석희’라는 키워드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포인트는 향후 JTBC가 어떻게 될 것인가입니다.
손석희 앵커 교체와 관련해 JTBC 기자들이 성명을 통해 ‘하차 반대’ 입장을 밝혔죠. “앵커 하차가 보도국 구성원들이 배제된 채 결정됐으며, 보도 자율성의 침해를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손석희 앵커는 “나의 하차는 1년 전부터 논의가 있어 왔다”고 밝혔지만 이번 앵커 교체에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홍정도 JTBC·중앙일보 사장이 일정 부분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증폭되고 있습니다.
JTBC 안팎에선 손석희 사장이 앵커직에서 물러나는 상황이 단순히 메인뉴스의 ‘간판’이 바뀌는 게 아니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JTBC 보도의 전체적인 방향과 논조를 정하는 데 있어 핵심 역할을 했던 보도의 핵심인물이 <뉴스룸>에서 사라지게 되는 현상 – JTBC 기자들은 손석희 앵커의 부재가 결국엔 JTBC를 다시 예전의 ‘종편’으로 ‘원위치’ 시킬 거라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손석희 앵커가 사라진 JTBC가 내년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를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 언론계에서 주목해야 할 네 번째 키워드로 저는 ‘경향신문 사태’를 꼽아 봤습니다.
SPC 5억 협찬금 논란 … ‘경향신문 사태’가 남긴 것
최근 경향신문에서 기업 협찬금을 받고 관련 기사를 삭제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번 사건은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가 지난 22일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경향신문 기자들이 독자들에게 알린 내용은 이렇습니다. 12월 13일 경향신문 1면과 22면에 게재 예정이던 A기업(SPC그룹)과 관련한 기사가 해당 기업의 요청을 받고 제작 과정에서 삭제됐다는 겁니다.
이후 미디어오늘 등의 추가 취재를 통해 알려진 내용은 △해당 기업의 기사 삭제 요청을 받고 경향신문 사장과 광고국장이 5억원의 협찬금을 요구했고 △이후 편집국장 등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서 기사가 삭제됐다는 겁니다.
사실 ‘경향신문 파문’은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입니다. 이번 사태가 불거진 이후 경항신문 사장과 편집국장, 광고국장은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고, 현재 경향신문은 내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사건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경향신문 사태’가 한국 언론계에 여러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동시에 심각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경향신문은 상대적으로 다른 언론에 비해 진보적이고 기업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경향에서마저’ 기업 비판 기사가 ‘5억 원의 협찬금’을 대가로 기사가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이것은 한국 언론의 신뢰도 하락과 결부되면서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냅니다.
두 번째로는 한국 언론은 기업 특히 대기업의 광고와 협찬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그런 경향성이 더욱 강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거라는 겁니다. ‘진보 언론마저?’라는 이미지가 뉴스수용자들 사이에서 더 강화된다는 것이고, 이는 기성 언론을 불신하는 이들에게 ‘불신을 더 강화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경향신문 사태’와 관련해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한국 언론의 자기정화가 과연 가능한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기자들이 먼저 ‘공개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를 독자들에게 알린 것 – 그나마 경향신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여기에 무게중심을 두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런 점은 평가받아야 할 대목이라고 봅니다.
한국 언론의 자정능력은 가능한가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도권 언론 상당수는 ‘이 사안 자체’를 보도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동종업계 봐주기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한편에선 ‘이런 문제’에서 언론계 전반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그만큼 ‘광고성 기사’나 ‘협찬금 받고 기사 실어주는 것’이 언론계 관행으로 굳어진 지 오래됐다는 얘기입니다.
또 하나 지적해야 할 게 있습니다. 그나마 일부 언론이 ‘경향신문 사태’를 보도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해당 기업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A기업이라고 보도했는데요, SPC그룹이라고 실명을 밝힌 매체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해당 기업이 언론에 광고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혹시 ‘익명 보도’에 이런 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입니다. 아무튼 ‘경향신문 사태’를 말할 땐 ‘SPC그룹’이 반드시 같이 언급돼야 함에도 한국 언론의 지면과 화면엔 SPC그룹은 사라지고 ‘경향신문 사과문’만 남았습니다.
마지막 5번째 키워드로 제가 꼽은 건 ‘MBN 재허가 여부’입니다. 사실 기성 언론이 제대로 보도를 하지 않아 다른 사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묻혀서 그렇지 이른바 ‘MBN 사태’는 상당히 심각한 사안입니다.
2011년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할 당시 MBN은 최소자본금인 3000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은행에서 550억 원을 임직원 16명 명의로 차명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사도록 했습니다. 무슨 얘기냐? 종편을 출범시키기 위한 투자모집이 어려워지자 MBN이 외부 투자를 받은 것처럼 직원들을 동원하는 편법을 썼다는 말입니다.
이 자체도 심각한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MBN이 이 같은 사실을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현재 상황은 MBN에게 매우 좋지 않습니다. 지난 9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감리위원회는 MBN의 행위를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을 냈고, 검찰은 지난 10월 18일 MBN 본사를 압수 수색하기에 이릅니다.
전국언론노조 MBN지부가 지난 26일 노보를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주요 임원 임명동의제 △노조 추천 사외이사 도입 등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자본금 편법 충당’ 혐의와 관련해 노조가 나름의 대안으로 최소한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장치를 사측에 요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MBN은 2020년 재허가를 받을 수 있을까
하지만 과연 ‘이 정도’로 내년 재허가 국면을 돌파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는 분들도 있습니다. 언론계 안팎에선 MBN에게 제기된 각종 혐의·의혹과 관련해 결국엔 장대환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MBN은 ‘자본금 편법 충당’ 관련 파문이 확산되면서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장대환 회장이 MBN 경영에서 손을 뗀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형식적으로 물러난 거라며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장대환 회장은 매일경제신문 회장과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MBN 재승인 여부는 2020년 11월 즈음에 대략적인 결정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한번 주목해 봐야겠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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