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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은 사라지고 ‘경향신문 사과’만 남았다[기자수첩]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에도 등장한 SPC그룹 … 언론의 철저한 보호 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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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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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24  16:17:31
수정 2019.12.24  16: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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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경향신문의 한국기자협회 지회는 신문에 게재 예정이던 기사를 해당 기업의 요청으로 제작 과정에서 삭제했고, 기자총회를 열어 사장과 편집국장, 광고국장이 사퇴하기로 했다는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SPC그룹은 지난 13일 자 경향신문 1면과 22면에 중국에서의 상표등록 판결과 관련한 기사가 실릴 예정이란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5억원의 협찬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미지 출처=서울신문 홈페이지 캡처>

‘경향신문 사태’ 모른 척으로 일관한 레거시 미디어 

오늘(24일) 서울신문이 보도한 기사 <파리바게뜨 중국서 쓸수없단 기사에 경향신문 사장 사퇴> 가운데 일부입니다. 이른바 ‘경향신문 파문’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사’ 보기가 매우 힘듭니다. 서울신문도 ‘온라인용 기사’로 이 사안을 전했을 뿐, 오늘(24일) 발행된 지면에선 ‘경향신문 사태’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서울신문 뿐만 아니라 전국단위종합일간지 중에서 ‘경향신문 사태’를 다룬 곳은 없습니다. 

경향신문 기자들이 공개적으로 독자들에게 사과를 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지만 언론계에서 이 문제는 ‘없는 사안’이 됐습니다. 독자들은 이미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내막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지만’ 언론은 ‘모른 척’입니다. 

물론 주류 언론,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들이 이 사안을 아예 ‘모른 척’ 하는 건 아닙니다. 일부 방송사를 비롯한 매체들이 관련 내용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하나 발견됩니다. 이른바 ‘경향신문 사태’를 초래한 기업의 실명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경향신문 기자들이 발표한 ‘사과문’에도 해당 기업은 ‘A기업’으로 언급돼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 기자가 사표를 내고, 사장과 편집국장, 광고국장이 사퇴할 정도로 파문이 커진 점 그리고 기사를 삭제하는 조건으로 억대의 협찬금을 주기로 한 점 등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A기업’은 마땅히 ‘SPC 그룹’이라는 실명으로 보도하는 게 온당하다고 봅니다. SPC 그룹은 과거 뉴스타파 등을 통해 비슷한 전례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일단 이번 ‘경향신문 사태’를 다룬 일부 언론의 보도 내용을 간단히 인용합니다. 

“경향신문 기자들은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A기업에 대한 기사가 해당 기업의 요청을 받고 삭제됐다’고 밝혔습니다. 기사를 삭제하는 조건으로 A 기업이 협찬금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겁니다. 이에 반발해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회사에 사표를 냈다고 설명했습니다.” (12월23일 MBC 뉴스데스크 <“있을 수 없는 일 벌어져”…기업과 기사 거래 ‘사과’>) 

“기업에게 협찬금을 받는 대가로 기사를 삭제한 경향신문 사장 등 임원진이 사퇴하기로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향신문 기자들은 차기 사장 선출에 착수하는 동시에 편집국장과 광고국장 직무를 중단시키고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할 방침이다.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는 22일 ‘지난 13일 경향신문 1면과 22면에 게재 예정이던 A기업에 대한 기사가 해당 기업의 요청을 받고 제작 과정에서 삭제됐다’며 ‘A기업은 삭제를 조건으로 협찬금 지급을 약속했으며, 사장과 광고국장은 구체적인 액수를 언급했다. 편집국장은 (기사 삭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는 사표를 제출했다.” (한국일보 12월23일 <기업과 기사 거래한 경향신문 사장 등 임원진 사퇴>)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SPC그룹의 ‘협찬금’은 사라지고 ‘경향신문 기자들의 사과 성명’만 부각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23일 논평에서 지적하기도 했지만 이번 ‘경향신문 사태’는 “기업들이 언론을 자신들의 홍보 기구쯤으로 취급하거나 돈으로 통제하려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언론계에 적지 않은 고민을 던지고 있습니다. 

레거시 미디어의 경영지표가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흐름’은 가속화될 수도 있습니다. 일각에선 ‘경향신문 정도니까 기자들이 사태를 심각히 받아들이고 공론화한 것’이라는 웃픈(?)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 기사인지 광고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의 ‘광고성 기사’가 지면을 가득 채운 지 오래됐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미디어 환경의 급변으로 생존이 어려워진 언론사들의 경제 사정과 맞물려 우리 언론의 후진적 상업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민언련의 지적을 언론계가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고민은커녕 대다수 언론이 이번 사태 자체를 ‘모른 척’으로 일관합니다. 일부 언론이 보도를 해도 ‘SPC그룹’은 ‘A기업’ ‘ㄱ기업’으로 이니셜 처리됩니다. 

뉴스타파 등을 통해 이미 알려졌지만, 이른바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 파문 때 SPC그룹은 조선일보 기자들에게 선물이나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 지면에 홍보 기사를 싣는 대가로 ‘억대 협찬금’이 오간 것으로 의심되는 문자 내용이 확인되기도 했죠. 

사실 이 정도 사안이라면 ‘경향신문 내부의 문제’가 아닌 ‘전체 언론계 문제’로 받아들이는 게 온당합니다. 기업과 언론사 간에 ‘광고와 협찬’을 매개로 한 부적절한 거래가 논란이 된 지는 너무나도 오래됐기 때문입니다. 

   
   
▲ <이미지출처=뉴스타파 화면 캡처>

‘박수환 문자’ 파문 때도 주류 언론의 철저한 보호를 받았던 SPC그룹 

하지만 상당수 주류 언론은 여전히 ‘자신들의 치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이를 공론화하는데 주저합니다. 해당 기업의 부적절한 행태에 대한 비판도 없습니다. 

오히려 “‘SPC 그룹 계열사, 일자리 창출 정부포상 수상’, ‘SPC 한정판 크리스마스 케이크 30만개 품절’ 등을 보도자료를 발표”했고(미디어스), 이를 언론이 열심히 쓴 흔적이 포털에 보입니다. 

SPC는 이렇게 ‘박수환 문자’ 파문 때도, ‘경향신문 사태’ 때도 철저히 언론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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