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읽기] 부끄러운 언론의 민낯 … ‘돈 주고 상 받은’ 언론은 침묵
“경북 경주시는 지난 3월 한 종합일간지로부터 이런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이 신문이 ‘2019 ○○○○○ 1위 브랜드’라는 공모전을 진행했는데, 경주시가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알린 것이다. 이 신문은 특집기사 및 광고에 사용할 경주시의 홍보용 자료, 시상식 참석자 명단 등과 함께 홍보비 800만원을 요구했다. 부가가치세와 정부 광고 집행을 대행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수수료는 별도였다.”
어제(4일) 서울신문이 2면에서 보도한 <광고·홍보비 명목 49억원 ‘수상 대가’…유명 호텔서 호화 시상식 ‘남는 장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지자체와 언론사의 ‘부적절한 상 주고받기’ … 언론사는 왜 익명으로?
서울신문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전국 243개 지자체 및 339개 공공기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서울신문은 “총 212개 기관(지자체 121개·공공기관 91개)이 최근 5년간 언론사 또는 민간단체 주관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며 93억 1900만원을 지출했다”면서 “대부분 광고비나 홍보비, 심사비 등의 명목”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언론사와 민간단체에 ‘돈을 주고 상을 받았다’는 얘기입니다. 서울신문도 지적했지만 “이런 상은 지자체장과 공공기관장 개인을 선전하는 데 쓰이거나 수상 경력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랏돈으로 사리(私利)를 챙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죠.
서울신문 보도 이후에 많은 언론이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내용 자체가 ‘어이없는’ 데다 세금이 이런 식으로 낭비되고 있다는 점에서 언론의 주목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저는 서울신문을 보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서울신문은 언론사와 민간단체에 돈을 주고 상을 받은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실명에 지급한 돈 액수까지 구체적으로 공개하면서 정작 언론사는 익명으로 보도했습니다. 일단 서울신문이 보도한 지자체와 공공기관 대목을 한번 볼까요?
“지자체의 경우 이 기간 총 3692개의 상을 받았는데, 629개(17.0%)에 대해 총 49억 3700만원이 지급됐다. 개당 784만원꼴이다. 전북 고창군이 3억 3300만원으로 가장 많은 돈을 썼고, 경북 김천시(2억 9000만원)·충북 단양군(2억 5500만원)·경북 울진군(2억 36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기초지자체보다 상대적으로 예산집행 과정이 투명한 광역지자체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구시(1억 4300만원)와 부산시(9100만원), 인천시(7200만원) 등도 시장을 시상대에 올리기 위해 상당한 돈을 썼다.
공공기관은 1383개의 상을 탔으며, 516개(37.3%)에 대해 43억 81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당 849만원꼴로 지자체보다 ‘단가’가 높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4억 1400만원), 인천국제공항공사(3억 5600만원), 국민연금공단(2억 7900만원) 등 덩치가 큰 기관이 앞줄에 섰다.” (서울신문 11월4일 1면 <지자체·기관장 ‘돈 주고 상 받기’, 최근 5년 동안 세금 100억 썼다>)
지자체와 공공기관명을 이렇게 밝히고 구체적인 액수까지 보도했다면 당연히 이들에게 ‘돈을 받고 상을 준’ 언론사도 매체명을 밝히는 게 온당합니다. 하지만 서울신문은 이상하게도(?) 언론사는 익명으로 처리합니다. 이렇게 말이죠.
“한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계열사 등이 주최하는 ‘대한민국 ○○○○○ 대상’은 2006년 제정돼 올해까지 14년째 이어지는 상이다. 온라인 소비자 투표와 통계적 기법을 활용한 분석으로 기업은 물론 지자체와 공공기관까지 수상자를 선정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으로 참여해 공신력까지 갖췄다.”
서울신문은 어제(4일) 2면 <광고·홍보비 명목 49억원 ‘수상 대가’…유명 호텔서 호화 시상식 ‘남는 장사’>에서 ‘언론사별 지자체 대상 시상 수입’을 도표까지 그려 보도하지만 해당 언론사가 어떤 언론사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A사, B사, C사 등으로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경실련 홈페이지에 공개된 언론사 … 서울신문은 왜 언론사를 익명으로 보도했나
서울신문은 해당 기사에서 “신문사가 주최한 시상식이 ‘돈 주고 상 받기’ 병폐의 온상인 건 언론의 부끄러운 민낯”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렇다면 ‘돈 주고 상 받기’ 병폐에 참여한 언론사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게 온당한 태도 아닌가요?
서울신문의 이 같은 ‘언론사 익명 보도’는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서울신문과 함께 정보공개청구를 했던 경실련이 홈페이지에 ‘돈을 받고 상을 준 언론사 이름’을 구체적으로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신문이 나름 의미 있는 보도를 하고도 ‘동종업계 봐주기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이유입니다.
서울신문이 해당 보도는 다른 언론들의 보도와 비교해봐도 ‘이상한 기사’가 돼버렸습니다. 서울신문보다 조금 늦게 보도한 언론들이 매체명을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대략 한번 살펴볼까요?
“경실련은 또 이렇게 지자체 등의 돈을 받고 상을 수여하는 시상식이 특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7개 언론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비판했습니다.” (KBS 11월4일 <“5년간 93억, 경북만 14억”…지자체, 언론사에 돈 주고 상 받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조선,중앙,동아 등 대형 신문사들과 일부 경제지들이 이런 식으로 돈을 받고 지자체에 상을 줬다고 밝혔습니다.” (MBC 11월5일 <‘언론사 상’이 뭐길래…혈세 93억 ‘펑펑’>)
“주요 언론사 중 지자체와 공공기관을 합쳐 가장 많은 돈을 받아간 곳은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조선일보가 상위 3개사로 나타났다. 동아일보는 163건의 상을 제공하고 19억8733만원을 수령했다. 중앙일보는 151건(17억9730만원), 조선일보는 104건(10억2232만원)의 상과 금액을 주고 받았다.” (뉴시스 11월4일 <“상받고 광고하고” 지자체 1위 경북…5년간 14억 집행>)
‘돈 주고 상 받은 언론사’들 일제히 침묵
앞서도 언급했지만 경실련 홈페이지도 자세한 내용이 다 공개돼 있고, 다른 언론사들도 ‘돈 주고 상 받은 언론사’ 매체명을 다 보도한 상황에서 서울신문은 ‘이상한 기사’가 돼 버렸습니다.
“언론사와의 관계 유지를 외면할 수 없는 데다 상을 받았다는 광고가 실리면 지역 홍보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어 예산을 집행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자체 관계자가 서울신문 기자에게 한 얘기입니다. 이런 식으로 언론사들이 벌어들인 ‘수입’이 실제 얼마나 되는 걸까요. 조국 전 장관 ‘털 듯이’ 해당 언론사와 지자체를 한번 ‘털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조국 전 장관 딸의 장학금과 관련해 ‘광란의 보도’를 했던 언론이 정작 자신들의 치부에 대해서는 모른 척으로 일관합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한국일보, 헤럴드경제 관계자분들. 뭐라고 해명이라도 좀 하시죠!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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