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의 이상한 ‘삼성 홍보’ 기사

[신문읽기] 삼성이 하고 싶어하는 얘기를 대신 전해주는 건가

“오늘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두 가지 사건만 꼽으라면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반도체 진출 결단과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 최근 삼성전자는 상생과 사회공헌, 사회적 난제 해결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자(31일) 동아일보에 실린 사설 가운데 일부분입니다. <도전과 성취의 삼성전자 50년, 혁신과 기여로 새로운 50년을>이라는 제목입니다. “1969년 출범한 삼성전자가 내일로 창사 50주년을 맞는” 것을 ‘기념’해서 쓴 것으로 보입니다. 

▲ <이미지 출처=동아일보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동아일보 홈페이지 캡처>

삼성 창사 50주년의 성과가 온전히 이병철·이건희 때문인가 

삼성전자 창사 50년과 관련해 언론이 기사를 쓰고 사설에서 평가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31일) 동아일보처럼 노골적인 ‘삼성 찬양’ ‘사주 편들기’는 보기에 민망합니다. 동아일보는 사설 외에도 2면을 ‘삼성 특집’으로 배치했는데요, 제목만 잠깐 한번 보실까요?

<‘다함께-협력-세계최초’ 100년 삼성 향한 미래전략 펼치다> (동아일보 2면)
<삼성에 쏠린 관심… 전세계서 5800명 몰려> (동아일보 2면)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서 다음 달 1일 ‘조용한 기념식’> (동아일보 2면)

동아의 기사는 달리 소개해 드리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내용입니다. 그냥 ‘일방적인 삼성 홍보’ 기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목만 봐도 딱 알 수 있지 않나요? 그나마 ‘형평성’을 보인 대목은 다음과 같은 부분입니다. 

“재계에서는 최근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서 재판장이 이 부회장에게 ‘총수의 선언’을 주문하며 실효적 준법 감시제도 마련,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 경쟁 완화 등을 지적한 점이 삼성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어떤 메시지를 내도 재판장의 메시지에 대한 화답 형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고심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서 다음 달 1일 ‘조용한 기념식’> 가운데 일부) 

저는 동아일보 기사와 사설을 보면서 씁쓸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아는 삼성전자 50년의 성과가 온전히 창업주와 사주의 성과인 것처럼 썼지만 과연 그런가 –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동아일보 기사와 사설에선 이병철과 이건희, 이재용의 고뇌의 찬 결단과 ‘신경영’ 그리고 경영자로서의 고민은 부각되어 있는데 삼성전자 직원과 노동자들의 노고와 헌신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습니다. 최근까지 논란이 됐던 ‘삼성 반도체 피해자’와 관련해서도 한 마디 정도 언급할 만도 한데 동아는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이건 저널리즘에 기반한 기사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삼성의 성과를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기사, 그것도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배제한 채 ‘창업주와 사주의 역할’에 비중을 찍은 사설은 ‘삼성전자 사보’에나 실릴 법한 기사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동아일보가 삼성전자 ‘사보’는 아니지 않습니까?

이재용 파기환송심 재판장의 ‘주문’과 매우 흡사한 동아일보 기사

오늘(31일) 동아일보 사설은 최근 이재용 파기환송심 정준영 부장판사가 이 부회장에게 했던 ‘주문’과 비슷하다는 점도 지적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고발뉴스를 통해 지적하기도 했지만 정준영 부장판사의 ‘당부’는 그 자체로 부적절했습니다. 판사가 법리를 바탕으로 판결을 하면 되는 것이지 ‘삼성 경영’을 왜 걱정하는 걸까요? 당시 정준영 판사의 ‘당부의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1993년 당시 만 51살의 이건희 삼성그룹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을 모두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자는 이른바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 
“2019년 똑같이 만 51살이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느냐”
“재벌 체제는 우리 경제가 혁신형 모델로 발전하는 데 장애가 된다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재벌 총수는 혁신 경제로 나아가는 데 기여해야 하는데, 혁신 기업의 메카로 탈바꿈한 이스라엘의 경험을 참고 바란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치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치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일까요? 동아일보 오늘(31일) 사설은 마치 이에 화답을 하는 듯한 내용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동아일보 사설에서도 확인하셨겠지만 정준영 판사의 ‘당부’와 오늘 동아일보 사설은 비슷한 점이 정말 많습니다. 

“오늘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두 가지 사건만 꼽으라면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반도체 진출 결단과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그 바통을 이어받아 새로운 50년의 길을 여는 일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몫이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상생과 사회공헌, 사회적 난제 해결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어떤 메시지를 내도 재판장의 메시지에 대한 화답 형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는 거라는 말로 해석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오늘 동아일보 기사와 사설이 ‘삼성이 하고 싶어하는 얘기를 대신 전해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동아일보 ‘삼성 기사’가 노골적이라기보다는 이상하게 보입니다. 삼성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중앙일보도 조용히 넘어가는데 ‘한 다리 건너 있는’ 동아일보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 걸까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