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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사우디 방문, 보도 안 한 신문은?[신문비평] 대기업이 제공하는 홍보기사, 언제까지 받아 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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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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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16  10:33:35
수정 2019.09.16  10: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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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추석 연휴에도 분주히 돌아가는 해외 건설 현장을 직접 챙기러 나섰다. 이 부회장이 삼성 관계사의 해외 건설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9일 대법원의 ‘국정농단’ 사건 판결 이후 첫 해외 방문이기도 하다.” 

오늘(16일) 한국일보 19면에 실린 <이재용, 사우디 드론 공격 다음날 지하철 공사장 찾아 ‘현장 경영’> 가운데 일부입니다. ‘현장 경영’ ‘추석 연휴’ ‘해외 현장’ ‘처음’ 등의 단어가 말해주는 것처럼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를 호평하는 내용입니다. 

   
▲ <이미지 출처=한국일보 홈페이지 캡처>

삼성전자 측이 제공한 ‘보도자료’ … 열심히 받아쓰는 언론들 

호평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해당 기사는 삼성전자 측이 제공한 내용을 바탕으로 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 ‘해외현장 방문’에 대한 호평 기사가 한국일보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오늘(16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가운데 한겨레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기사가 비슷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평가만 비슷한가요? 기사 내용이나 구성도 대동소이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 측이 ‘밝힌’ 내용을 바탕으로 쓴 기사니까요. 

삼성전자 측은 이 부회장의 이번 현장 방문에 대해 “추석 연휴에도 프로젝트 완수를 위해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힘을 실어주고자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백 번을 양보해 저는 ‘첫 해외 현장 방문’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어 보도는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많은 언론이 경제면이나 종합면 주요기사로 이 사안을 다루는 것은 ‘오버’라고 봅니다. 

‘경제계 동향 단신’ 정도면 충분한 기사를 사진까지 실어가며 열심히 보도하는 이른바 ‘중앙 언론’의 행태 – 언제까지 용인해야 되는 걸까요? 일단 오늘(16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이 보도한 ‘이재용 해외 현장 방문’ 기사 제목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사우디 간 이재용> (경향신문 20면)
<이재용, 추석 연휴 사우디行… “중동은 새로운 기회의 땅”> (국민일보 18면)
<이재용, 추석연휴 사우디 건설현장으로> (동아일보 8면) 
<사우디 간 이재용 “중동은 21세기 새로운 기회의 땅”>(서울신문 20면)
<이재용, 사우디 지하철 공사 현장 방문> (세계일보 16면)
<사우디 간 이재용, 삼성물산 지하철공사 현장 찾아> (조선일보 B2면)
<이재용 추석연휴 사우디 출장 “탈석유 중동은 새로운 기회의 땅”> (중앙일보 E3면) 
<이재용, 사우디 드론 공격 다음날 지하철 공사장 찾아 ‘현장 경영’> (한국일보 19면)

삼성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한국 언론 … ‘이재용 행보’ 큼지막하게 주목 

많은 언론이 ‘이재용 현장 행보’를 기사화했지만 내용은 거의 비슷합니다. 천편일률적인 ‘칭송 보도’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부 신문 보도 내용만 추리겠습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국정농단’ 사태 관련 대법원 파기환송 선고 이후 다시 고등법원 재판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지난 11일 삼성의 미래기술 연구·개발(R&D) 허브인 삼성리서치를 찾아 기술혁신을 강조하는 등 흔들림 없이 현장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일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해 삼성 총수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 이 부회장이 삼성 관계사의 해외 건설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삼성 총수로서 비전자 계열사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세계일보)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지난달 횡령·배임 등 혐의에 대한 대법원 재판에서 사건이 파기환송돼 또 한 번 재판을 받아야 하는 위기에 처했지만 흔들림없이 경영 활동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전자 계열사에만 경영 활동을 집중해온 이 부회장이 최근 삼성물산 건설 부문 사옥을 방문하는 등 그룹 총수로서 경영 행보도 본격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제가 보기에 ‘이런 기사’는 삼성그룹이 발간하는 ‘주간 삼성’이나 ‘월간 삼성’에 실려야 할 내용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삼성발 보도자료’로 추정되는 내용의 기사가 대한민국 주요 언론 종합·경제면에,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그것도 적지 않은 비중으로 소개됩니다. 오늘(16일) 주요 일간지들의 지면은 ‘삼성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한국 언론’의 전형적인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어용 언론’에는 민감(?)하면서 ‘삼성 홍보지’ 비판은 모른 척? 이중적인 언론

글을 마치기 전, 기자들의 이중적인 태도에 대해서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한국 기자들은 ‘어용 언론’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엔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삼성 홍보지’ 비판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입니다. 저는 이게 도무지 이해가 안 갑니다. 

‘어용 언론’이라는 지적과 프레임이 온당한지에 대한 성찰 없이 외부에서 ‘어용 언론’이라고 지적하면 성명서까지 내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증명하려는 기자들이 왜 ‘친삼성언론’ ‘삼성 홍보지’라는 비판에는 그리 무감한 걸까요? 

‘정권은 어떻게든 비판해야 한다’는 게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 기준이라면 마찬가지로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 역시 비판하고 견제해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런데 왜 전자에는 ‘파르르’ 떨면서 후자에 대해선 ‘모른 척’일까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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