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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책임’ 쏙 뺀 중앙일보 사설[신문읽기] 중앙일보 사설엔 ‘정경유착’이라는 단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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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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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30  16:11:53
수정 2019.08.30  16: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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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대통령 권력의 부패’ 경고한 대법원 판결> 

오늘(30일) 중앙일보 사설 제목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사설은 ‘반쪽짜리’ 사설입니다. 박근혜·최순실 책임론을 부각하면서 심지어 ‘현재 살아있는 권력’에까지 경고를 하고 있지만 정작 핵심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책임과 관련해선 모른 척입니다. 

저는 오늘 중앙일보 사설을 ‘이재용 부회장에 눈 감은 사설’ ‘삼성 책임 쏙 뺀 편파 사설’ ‘이재용 책임 회피한 중앙 사설’이라고 봅니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박근혜와 삼성의 ‘정경유착’이 아니라 ‘권력형 부패’로 규정한 중앙일보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한 부분이 핵심인데 정작 중앙은 ‘그 핵심’을 쏜 뺀 채 ‘제왕적 대통령 권력의 부패’ 운운합니다. 

삼성과 특수한 관계인 중앙일보가 사설에서 이렇게 대놓고 ‘이재용을 모른 척’ 하는 것도 나름 용기있는(?) 일이라고 보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노골적입니다. 

오늘자(30일) 한겨레가 사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최고법원이 ‘대한민국 최고 정치권력과 최고 경제권력의 유착’ 불법성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대법원 판결을 중앙은 ‘정치권력의 문제’로만 국한시켜 평가합니다. 다음과 같은 부분이 대표적입니다. 

“권력형 부패에 엄정한 잣대를 댄 이번 대법원 판결이 던지는 메시지는 비단 박근혜 정부에 머물지 않는다. 대통령과 그 주변의 실세에 권력이 집중되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직무의 공정성을 의심받는 그 어떠한 부패도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단죄인 동시에 현재 살아 있는 권력, 앞으로 출현할 권력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중앙은 ‘박근혜·최순실·이재용’으로 연결되는 ‘국정농단 사건’을 ‘권력형 부패’라고 했습니다. 중앙일보가 그렇게 규정하겠다면 그 판단은 일단 존중합니다만 ‘합리적인 판단’인지는 의문입니다. 통상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유착에서 발생되는 문제를 우리는 ‘정경유착’이라고 하는데 중앙은 굳이 정경유착 대신 ‘권력형 부패’라는 이름을 고집했습니다. 삼성과 이재용의 문제점을 의도적을 축소하기 위한 차원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이유입니다. 

중앙일보 사설이 얼마나 이재용 부회장을 배려했는지는 오늘 발행된 다른 전국단위종합일간지 사설과 비교해 봐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일부를 간단히 소개합니다. 

“대법원 판결은 정치권력과의 부도덕한 거래를 통해 재벌 승계작업을 유리하게 이끌려던 자본권력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국민 누구도 법 앞에 평등함을 보여준 판결인 것이다 … 뇌물로 자신과 기업에 유리하게 국가정책까지 바꾸려 했다는 점에서 그에 상응하는 법의 단죄는 당연하다 … 이번 판결로 자칫 ‘재벌 봐주기’로 끝날 뻔했던 사건을 바로잡고, 사법정의도 세울 수 있게 됐다.” (경향신문 8월30일 사설 <정경유착 관행 철퇴 내린 ‘이재용’ 대법 판결>)

“경영권 승계 비리 혐의를 훨씬 엄격한 기준으로 들여다보며 정경유착을 준엄하게 단죄한 판결로 평가된다 …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치권력과 경영권 승계가 다급한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유착에서 비롯됐다. 이번 판결이 권력과 기업이 공생하는 검은 고리가 이 땅에서 다시는 발붙이는 일이 없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정치권과 재계의 철저한 자기반성을 촉구한다.” (서울신문 8월30일 사설 <대법원의 국정농단 유죄선고, 정경유착 끊는 계기 돼야>) 

“‘촛불’로부터 3년이 흐르면서 ‘국정농단’ 자체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는 가운데, 최고법원이 ‘대한민국 최고 정치권력과 최고 경제권력의 유착’ 불법성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아무 현안이 없는데 대통령이 ‘겁박’한다고 수십억원을 그냥 내줬다는 이 부회장 쪽 주장이나 2심 재판부의 논리는 누가 봐도 상식에 어긋난 것이었다 … 이 부회장과 삼성 쪽은 그동안 국민들의 피땀이 들어간 국민연금 기금이 입은 손해에 대해 제대로 사과한 적도 없다.” (한겨레 8월30일 사설 <촛불 3년, 대법원 ‘정경유착’을 단죄했다>) 

   
▲ <이미지 출처=한겨레신문 홈페이지 캡처>

중앙일보 사설엔 결코 없는 단어 … ‘정경유착’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한겨레 사설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단어가 바로 ‘정경유착’입니다. 서울신문이 지적하기도 했지만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치권력과 경영권 승계가 다급한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유착에서 비롯”됐습니다. “이번 판결이 권력과 기업이 공생하는 검은 고리가 이 땅에서 다시는 발붙이는 일이 없는 계기가 돼야”하는 이유이면서 동시에 “정치권과 재계의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부분은 쏙 빼고 ‘재계의 자기반성’ 부분은 언급조차 없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자본권력의 당사자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중앙일보는 ‘이재용과 삼성’의 부도덕한 부분을 ‘모른 척’ 했다는 얘기입니다. 

중앙일보와 삼성의 특수한 관계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1인 미디어 시대’에 이재용과 삼성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방어’하는 사설을 쓰면 독자들에게 비난 받습니다. 

중앙일보는 사설 마지막 단락을 “대통령과 측근들이 ‘제왕적 권력’에 중독돼 부패하는 일이 없도록 이제라도 정치 시스템 전반을 수술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 이렇게 썼던데요. 이렇게 묻고 싶네요. 대통령과 측근들의 ‘제왕적 권력’ 문제점은 그렇게 잘 보면서 이재용과 삼성의 ‘제왕적 권력’은 못 보는지 말이죠. 

이번 대법원 판결과 관련한 사설을 쓰면서 ‘정경유착’이라는 단어 하나 못쓰는 언론이 제대로 된 언론인지도 묻고 싶네요. 

   
▲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상고심을 마친 뒤 이 부회장을 변호하고 있는 이인재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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