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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SK·애경 사과 부각한 동아[신문읽기] 피해보상 계획 없이 사과만 하는 게 무슨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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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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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28  14:32:23
수정 2019.08.28  14: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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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출처=동아일보 온라인판 기사 캡쳐>

SK-애경, 8년만에 가습기살균제 사과

오늘 동아일보 12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어제(27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와 관련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동아는 “유해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책임자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측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는 쪽에 비중을 뒀습니다. 제목도 그렇고 기사 내용에서도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사과 멘트를 비중 있게 소개했습니다. 

동아의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 기사에서 빠진 부분들 

두 기업 관계자들이 사과를 한 건 맞습니다. 그런데 어제(28일) 청문회를 다루면서 SK와 애경의 사과에 방점을 찍는 기사를 내보내는 건 무리하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이들 기업의 사과가 부각되기엔 청문회에서 제기된 문제점과 비판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입니다. 일단 동아일보 기사 잠깐 볼까요. 다음과 같습니다. 

“2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이사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보고 고통을 당한 피해자와 가족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켜 국민 여러분들께도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최 전 대표이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청문회에는 김철 SK케미칼 대표도 증인으로 참석했다.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은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소통하며 피해자들의 마음을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두 회사가 피해자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한 건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불거진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인용한 대목은 동아일보 기사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SK와 애경의 ‘사과’로 기사의 상당 부분을 채웠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정말 어제(27일) 청문회가 그런 분위기였을까요? 아닙니다. 동아일보만 ‘그렇게 전하고’ 있을 뿐 다른 언론의 보도는 완전히 다릅니다. 일부 언론의 보도를 소개합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정치계, 법조계, 언론 등을 동원해 ‘가습기살균제 특별법’ 개정안을 막으려고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경산업이 검찰 수사에 대비해 자료 삭제 수위 등을 법무법인 김앤장에 문의한 정황도 나왔다. 애경산업은 김앤장에 18억4000만원의 법률자문비를 줬다.” (경향신문 12면 <SK케미칼·애경, ‘가습기살균제 특별법’ 방해 모의>)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가습기 살균제 대응 조직을 꾸려 검찰과 환경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피해구제법 개정안 입법을 저지하고자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 특히 가습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정치계와 언론 등을 이용해 압력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신문 10면 <SK케미칼·애경, 엿보고 로비할 궁리만 했다>) 

“가습기 살균제 원료를 공급한 에스케이(SK)케미칼과 제품을 판매한 애경산업이 가습기 살균제 문제 대응 협의체를 만들어 운영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 2017년 10월18일과 11월1일 작성된 회의록에는 두 기업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법안을 막기 위해 공동대응을 벌인 정황도 담겨있었다.” (한겨레 10면 <가습기청문회 첫날 “SK-애경 참사대응 말 맞췄다” 폭로>) 

   
▲ <이미지출처=한겨레 온라인판 기사 캡쳐>

“일부 보수매체 선정해 개정안 비판 보도 조치” 

특히 어제(27일) 청문회에선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협의체를 구성해 정치권과 언론에 로비하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습니다. 

서울신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애경은 “현재 김앤장(법무법인)에 개정안 내용을 비판하는 의견서 작성을 요청한 상태”, “야당 측 의원 등에게 적어도 올해 안에는 법률이 통과되지 않도록 지연시킬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주기”, “일부 보수매체를 선정해 개정안에 대한 비판기사가 보도될 수 있게 조치” 등 구체적 방법을 제시했고, SK케미칼은 “원보이스(One voice) 낼 수 있게 김앤장 의견서 공유 요청” 등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겁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청문회에서 제기된 이 같은 비판과 의혹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였을까요? 사실상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로비 의혹에 대해 “입법안이 기업과 관계된 것이 있을 때 의견 정리하고 표명하는 것은 일반적 업무의 일환”이라는 입장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태도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태도로 보이는지요? 어제 청문회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진상규명 해야 할 부분이 여전히 많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가해 기업들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검찰과 정부의 동향을 상세하게 알고 있었는지(한겨레 8월28일 사설) △보수언론을 활용한 ‘언론 플레이’가 실제로 진행됐는지 등에 대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사과에 방점을 찍은 오늘자(28일) 동아일보 기사에 제가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 2019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가 열린 27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 증인 및 참고인들이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가습기 살균제 가해 기업 … 그들은 여전히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다 

특히 두 기업은 ‘말로는’ 사과한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보상 계획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판결이 나오면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겁니다. 

어제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는 오늘(28일) 한겨레가 사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피해자들이 충분한 배상을 받고 가해 기업들에 철퇴가 내려질 수 있도록 특조위가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환기시켜줬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가해 기업들’ 사과에 방점을 찍기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SK-애경, 8년만에 가습기살균제 사과>라는 동아일보 기사는 왜곡에 가깝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가습기살균제법 저지’ 모의한 SK·애경의 뻔뻔함>(한겨레 사설)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가습기살균제’ 12년 만에 사과… 구체적 혐의엔 입 닫아>(국민일보 12면) 정도의 균형감은 가져야 하는 게 아닐까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고발뉴스_민동기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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