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본금 편법충당 등 의혹 제기된 MBN 출연, 문제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종훈 의원(민중당)과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등 언론단체들이 MBN, TV조선, 채널A 등 전체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주주명부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종편 승인, 재승인을 해 준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전면 감사도 실시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4일 뉴스1이 보도한 <김종훈 의원 “종편 주주명단 전수조사…방통위도 감사해야”> 기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이날 김종훈 민중당 의원과 언론단체들은 “불법 차명주주 출자 의혹을 받고 있는 종편 MBN에 대한 전면 재조사와 타 종편들의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종편 주주명단 전수조사’ 기자회견에 왜 민주당 의원들은 보이지 않나
이 기사 어떻게 보셨는지요? 저는 씁쓸했습니다. MBN은 이미 한겨레 등 언론 보도와 방통위 입장문을 통해 ‘2011년 종편채널로 최소 승인을 받을 당시 자본금을 편법으로 충당하고, 방통위에 허위 자료를 제출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을 권고하고 장 회장과 전직 임원 2명에 대한 검찰 고발 조치를 의결하기도 했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차명’ 자본금으로 납입 자본금을 채우고 분식회계까지 한 혐의가 일정 부분 드러났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이 정도 혐의가 드러났다면, 저는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시민단체와 함께 △종편 출범 당시 주주명부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 △검찰의 철저한 수사 촉구 △승인 당시 방통위 관계자들에 대한 엄중한 조사 등을 요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어제(8일) 한겨레가 사설 <‘티브이조선’ 등 종편 불법 의혹, 철저히 조사해야>에서 지적한 것처럼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 종편 채널 승인 과정의 불법·탈법 등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엄정히 조사해 일벌백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종편 주주명단 전수조사’ 기자회견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민중당 김종훈 의원이 언론시민단체들과 함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저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진행된 ‘이 기자회견 모습’이 현재 MBN을 비롯한 종편 ‘문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봅니다.
종편 출범 당시 자본금 편법충당과 허위자료 제출 정황이 확인됐으면 MBN은 이후 결과에 따라 승인취소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의혹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입장을 표명해야 합니다. 종편 출범 당시 다른 누구보다 이를 적극적으로 비판했던 정당 아닙니까.
종편 비판했던 ‘그 많은’ 민주당 의원들, 어디로 갔나
하지만 지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MBN은 물론 종편 관련 의혹에 대해 ‘침묵’입니다. 앞서 언급한 ‘종편 주주명단 전수조사’ 기자회견에는 민중당 김종훈 의원 외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함께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오직 한 명. 김종훈 민중당 의원 밖에 없었습니다. 종편 문제점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던 ‘그 많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건가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MBN을 비롯한 종편과 ‘각’을 세우면 손해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눈치를 보는 건지요. 아니면 MBN을 비롯해 현재 종편에 출연하고 있는 전현직 의원들이 많기 때문에 ‘입장 표명’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겁니까.
이유야 무엇이 됐든 분명한 것은 MBN과 관련한 의혹이 불거지고 TV조선 등 다른 종편으로 의혹이 확산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종편 문제에 대해 ‘매우’ 소극적이라는 점입니다. 이래서야 MBN을 비롯한 종편 의혹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가능하겠습니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MBN에 출연 중인 이른바 ‘진보·개혁인사들’에 대해서도 한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MBN을 비롯해 TV조선과 채널A에 출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그 ‘기준’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에 ‘남’에게 그걸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종편 출범 당시 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해 진보개혁 인사들의 종편 출연을 두고 논란이 제기된 적도 있지만, 어느 순간 그 ‘논란’은 스르르 사라졌지요. 지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해 ‘진보·개혁진영’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종편에 적극적으로 출연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제 기준과 다르긴 하지만 ‘출연 자체’를 뭐라고 할 순 없습니다. 다만 △2011년 종편채널로 최소 승인을 받을 당시 자본금을 편법으로 충당하고, 방통위에 허위 자료를 제출한 의혹을 받고 있고 △분식회계까지 한 혐의가 일정 부분 드러난 MBN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에서’ 출연 거부를 하는 게 온당한 태도라고 봅니다.
진보·개혁인사들은 MBN에 대해 출연 거부를 하는 게 온당하지 않을까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 종편 채널 승인 과정의 불법·탈법 등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엄정히 조사해 일벌백계해야”(한겨레 11월8일자 사설)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진보·개혁인사들의 MBN 출연은 ‘불법·탈법’을 희석시키고, ‘일벌백계해야’하는 상황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진보·개혁인사들이 MBN에 출연해 ‘차명’ 자본금으로 납입 자본금을 채우고 분식회계까지 한 의혹이 제기된 ‘MBN 문제’를 지적하고 얘기할 수 있나요? 그게 가능하다면 ‘출연’에 문제가 없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문제 아닌가요?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MBN 승인 취소와 관련해 이런 얘길 했습니다.
“모든 자료를 수집한 뒤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조사해 엄중하게 조처할 것이다. 그리고 내년에 실시될 지상파방송, 종편 등 재허가·재승인 심사에 대해서도 선입관 없이 엄격하게 진행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
저는 이런 기조에 더불어민주당를 비롯한 ‘진보·개혁 인사들’도 동참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첫 출발은 진보·개혁인사들의 MBN 출연 거부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