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 감독 “영등위 정치적 판단 중단, 국민 바보 취급말라”
‘이명박근혜’ 풍자 영화로 유명한 ‘자가당착: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이하 ‘자가당착’)에 대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제한상영가 조치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영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문준필 부장판사)은 10일 ‘자가당착’ 제한상영가 등급 분류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며 제작진의 손을 들어줬다. 영화의 제한상영가 등급 분류 결정은 개봉이 사실상 불가능한 조치와 다름없기에 김선 감독 등은 지난해 11월 1일 서울행정법원에 제한상영가 취소 행정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김선 감독은 법원의 판결과 관련, 13일 성명을 통해 “이 판결로 영등위는 국민의 눈높이가 아니라 특정 정치인의 눈높이에 맞춰서 등급을 내렸다는 게 증명되었다”며 “영등위는 정치적 판단을 중단하고 국민을 바보 취급하지 말아 달라”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제한상영가 등급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며 “제도적 수정, 제한상영가 철폐만이 표현의 자유를 지켜내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자가당착’은 마네킹과 인형에 빗대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하고 4대강과 촛불시위, 용산 참사 등 사회문제를 지적하는 내용 등으로 영등위의 등급 분류 심의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을 각각 2011년 6월과 2012년 9월 두 차례 받았다.
이와 관련, 영등위는 “신체 훼손과 잔혹한 묘사 등이 직접적·사실적으로 나타나 인간의 존업성과 가치를 현저히 훼손했다”며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설명한 바 있다.
재판부는 영화도 헌법에 보장된 언론·출판의 자유와 학문·예술의 자유를 보장 받고 있다며 일부 제한요건을 적용할 때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이 침해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해석되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영등위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마네킹과 종이칼 등을 활용함이 영화 ‘킬빌’과 비교했을 때 폭력적이지 않으며 선정적인 부분도 대부분이 인형 신체이고 현실감이 떨어져 성적 상상이나 호기심을 부추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영화는 경찰의 마스코트인 포돌이를 주인공으로 현실정치를 비판하려 한 것일 뿐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영화를 관람한 성인들이 영화의 정치적·미학적 입장에 대해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도록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독립영화 ‘지슬’은 제도와 자본에 구속되지 않고 실험적 영화를 제작·상영할 수 있었던 문화풍토에서 이뤄낸 쾌거”라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영화에 대한 비판은 성인관람객에게 자유롭게 맡겨두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해당 사건을 맡았던 박주민 변호사는 13일 ‘go발뉴스’에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지금까지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 받은 영화 중 이런 식의 판결을 받은 영화가 없었다”며 “현직 대통령이 패러디 대상이 됐는데 (제작진의) 우려와 달리 영화 자체만을 가지고 판단한 것 같아서 반갑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치적 풍자에 대한 제한이 이번 기회로 없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판결로 인해 제한상영가 등급 폐지 문제가 네티즌들에게 재조명되고 있다. 해당 뉴스를 접한 네티즌들은 “어떤 영화 길래 겁을 먹고 제한상영까지 했지?? 시대가 거꾸로 가고 있네”(jeri****), “영등우가 뭔데 멋대로 영화를 재단하는가. 등급을 지들 하고픈 대로 매기고 있으니 그것도 역시 검열이다”(syre****), “국내처럼 성인을 성인으로 안보는 나라가 또 어디 있나? 왜 이리 성인들을 애들 취급하는 건지 이해가 안돼”(lss1****) 등의 댓글이 잇따랐다.
‘자가당착’은 오는 6월 국내 개봉에 앞서 일본에서 열리는 ‘이미지 포럼’을 통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