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법률검토중”…‘표현자유’ 논란

정지영 “황당하고 놀랐다”…SNS “막을수록 더 볼 것”

천안함 사건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감독 백승우)에 대해 군 당국이 법적조치를 검토중이다. 그러나 영화 내용과 관련된 논란을 떠나 군 당국이 특정 영화에 대한 대응에 나설 경우, 자칫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수도 있다는 지적들이 이어지고 있어 실제 법적조치로 이어질지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군 관계자는 30일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천안함 프로젝트’와 관련해) 법무실에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률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방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영화내용이 허위사실이거나 군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는지 영화내용을 분석해보라고 해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천안함 폭침 사건은 북한 잠수정의 어뢰공격으로 침몰됐고 우리 장병 46명이 희생됐다”며 “이런 결론은 민, 군 합동 조사단을 비롯해서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 러시아까지 다국적 조사단으로 참여해서 과학적으로, 객관적으로 조사 검증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이를 도외시 하고 다큐영화라는 대중매체를 통해 또다시 천안함 폭침 사건의 원인이 좌초이니 충돌이니 주장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혼란만 초래하게 된다”며 “상영하는 것에 대해 고심을 해주시면 고맙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군이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의혹들을 다루고 있다. 특히, 정부의 공식 조사결과 발표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한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과 잠수전문가 이종인 알파잠수기술 공사 대표의 의견이 담겨있다. ‘남영동 1985’, ‘부러진 화살’을 만든 정지영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이 영화에 대한 군의 대응 움직임과 관련, 영화평론가 최광희 씨는 트위터(@cinemAgora)를 통해 “실제로 소송을 거는 미개한 짓은 하지 않으리라 믿지만 검토한다는 것만으로도 자유민주주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군의 인식수준이 심히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국민은 정부 발표를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발상자체가 섬뜩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 트위터리안(@badromance65)은 “의문을 제기하는 다큐멘터리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내놓으면 될 것을 표현의 자유마저 박탈할 셈인가?”라고 지적했다. “만약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강행하면 천안함 논란은 더욱 확산될지도”(@seo****), “막으면 막을수록 더 볼 것”(@jjjwj***) 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과 관련 해군 관계자는 “그래서 법률검토를 하는 것”이라며 “(가처분신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지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검토) 결과가 나온 것은 아직없다”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많다면 가처분 신청을 안하는 것이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요소가 별로 없다고 판단되면 가처분 신청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자인 정지영 감독은 이날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황당하고 놀랐다”며 “국방부가 이렇게까지 대응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정 감독은 “군은 정부나 마찬가지인데, 정부가 국민의 발언에 대해 이런 식의 대응을 과연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과연 어느 나라가 이렇게 하는 경우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천안함 장병도 아니고, 이 자체가 상당히 웃기는 상황이며, 말도 안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 감독은 “정부가 간섭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국민이 정부 발표에 대해 ‘궁금한데 다시 질문하겠소’라고 하니 ‘질문하지마’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이 세워놓은 정부가 국민에게 입다물라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감독은 “군의 이런 대응으로 천안함 프로젝트의 내용이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국민 여론을 제대로 알아가는 계기로 이어지면 다행이나, 자칫 ‘이제 국민들은 정부 발표가 있으면 까불지 말고 침묵을 지키라’는 메시지로 국민들에 전달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암흑시대이자, 큰일나는 시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천안함 프로젝트’는 지난 27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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