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 자유 억압하겠단 소리?” 비난…민변 “인권관 부족, 사퇴해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이틀에 걸쳐 진행된 가운데 미네르바 사건 등에 대한 박 후보자의 공안적 시각이 드러나, 기본권 보장을 주요 책무로 하는 헌법재판소장 자리에 ‘부적격’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이틀째인 9일, 미네르바 기소건과 관련 “검찰로서는 미네르바 사건이 사회에 미친 영향이나, 당시 여러 가지 정황과 관련지어 볼 때 법적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었다”면서 “당연히 기소해야 할 사안이었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명 ‘미네르바’ 박대성씨는 2009년 1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했다”는 죄명으로 긴급 체포 됐다. 포털 다음 아고라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린 게 그가 긴급체포 된 이유였다. 그해 4월 박씨는 무죄로 풀려났고, 이듬해 12월에는 박씨 구속의 근거가 되었던 전기통신법 47조 1항이 위헌 판결을 받았다.
‘미네르바’ 사건 변호를 한 김갑배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속된 미네르바가 결국 무죄판결을 받고 전기통신기본법의 해당 조항이 위헌 결정까지 받았지만 이제 그는 두려움에 글을 쓸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박 씨의 상태를 전하기도 했다.
그 중 600명 넘는 인원이 현재도 재판을 받고 있고, 다수가 총 15억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것과 관련해 박 후보자는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그분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의 미네르바 사건 기소 및 촛불집회에 대한 무차별적 기소는 헌법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탄압한 것으로, 그가 헌법재판소장이 된다면 의사표현의 자유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go발뉴스’에 “검사 또한 법을 판단하고 적용함에 있어 헌법과 인권을 동등하게 반영을 해야 한다”면서 “(박 후보자의) 미네르바 기소, 촛불시민 대거 기소는 법률판단에 있어 인권친화적인 부분이 상당히 부족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후보자는) 기계적 법적용을 인정하기보다 미안한 마음속에 잘못된 것은 없다라는 입장인 것 같다”며 이 또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서 인권관이나 헌법관이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이 드러내고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민변의 이재화 변호사도 자신의 트위터에 “대표적 표적수사, 기획기소 사건으로, 무죄 선고 된 미네르바 사건을 기소해야할 사건으로 판단하는 자가 어떻게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헌재소장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더 따질 것 없이 부적격자다”고 일갈했다.
그는 또, 1200명의 촛불시민을 무차별 기소한 것과 관련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 선량한 시민들을 무더기 전과자로 만든 박한철, 사퇴하는 것만이 진정한 사과”라고 일침을 가했다.
민주통합당도 박 후보자가 대검 공안부장 시절 미네르바 사건을 기소, 헌법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탄압했다며 ‘부적격’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트위터 상에서는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을 수호하는 자로서 자격이 의심됨”(@pju*****), “이동흡이나 박한철이나 그 밥에 그 나물”(@chan*****), “박한철 헌재소장 후보.. 돈 모아서 주고 얘 좀 어디 다른 나라로 나가라고 하면 안 될까..”(@suy******), “자리에 욕심이 나서 일시적으로 죄송하다고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고위직...”(@jec****)라는 비난의 글들이 올라왔다.
네티즌들도 “미네르바 누가봐도 무죄였고 실제로 무죄 석방받았는데 당연히 기소?”(황색*****),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에 앞장서야 할 사람이 재판소 소장이 되면 자갈을 물리는데 쓰겠다는 것이군”(정신***), “미네르바가 승소를 하면서 한 말이 떠오른다. ‘자신이 승리한게 아니라 사실상 정부가 승리했다’ 미네르바는 기소되면서 재판의 승패와 관련없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됨을 우려하면서 한말이죠. 지금 박한철이 말한 발언은 앞으로도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위축시키겠다는 말로 제게 들리네요”(자**),
“기소해서 무죄로 판결나면 기소한 검사는 구속해야 한다”(지*), “이건 좀 심각하다. 미네르바 기소 사건은 한국이 전 세계적인 민주화 후진국임을 세계만방에 홍보한 한편의 코미디였는데 처벌은 몰라도 기소는 합당했다니...무죄가 되기 전까지 구속기소 된 건 또 뭔가? 이건 처벌이 아니었던가? 또 이런 사람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헌법소장직에 임명되다니... 지금이 21세기가 진정 맞는 것인가”(나르***)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박 후보자는 이 외에도 ▲ 경찰차벽 이용한 서울광장 봉쇄 사건 ▲ 인터넷, SNS 이용 선거관련 의사표현 금지 공직선거법 사건 ▲ 건전성을 빌미로 한 방통위의 표현물 규제 방송통신위원회법 사건 ▲ 삼성X파일 공개 노회찬 처벌 통신비밀보호법 사건 등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편 ‘미네르바 당연히 기소할 사안’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박 후보자는 이날 오후 종합질의에 앞서 “저의 취지를 오해한 기사가 나가고 있다”며 “저는 ‘기소자체가 정당하다’라는 뜻이 아니라 ‘기소한 검사를 최소한 이해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씀드린 것이었다”고 표현을 완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