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가장 가혹한 슈퍼갑”…171만에 철탑 내려와

쌍용차 해고노동자 건강악화…경찰, 건강진단 후 조사방침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국정조사’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철탑에 오른 지 171일 만에 건강 악화로 고공농성을 중단하고 땅 위로 내려왔다.

이에 여야를 막론, 국정조사를 포함해 해고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오전 11시 50분께 쌍용차지부 한상균 전 지부장과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이 크레인을 타고 땅 위로 내려왔다. 복기성 부지회장의 경우 들 것에 실려 이송될 만큼 건강이 악화된 상태다.

이들이 15만 4천볼트 전류가 흐르는 30미터 높이 송전탑에서 목숨을 걸고 외친 것은 ‘약속을 지켜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여당은 이들의 외침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철탑 농성 마무리 배경과 관련, 금속노조 측은 “정권과 정치권의 무능이 한몫했다”면서 “철탑 농성을 통해 그동안 수많은 노동자 시민의 연대를 끌어 모았지만 정권의 여전한 노동배제 정책 또한 살 떨리게 경험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 “171일간의 철탑 농성 기간은 국회와 정권의 무능과 노동배제의 시간임이 폭로되는 과정”이었다면서 “계기가 있어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내려오는 것을 계기로 새로운 투쟁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소식에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최근 사회적으로 ‘갑‧을’관계가 주목 받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 관계의 ‘병‧정’쯤에 서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은 더욱 참혹하고, 더욱 오래된 ‘갑‧을’관계이고 여전히 묵인되고 있는 차별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약속을 저버린 정부여당은 역사적으로 가장 가혹한 ‘슈퍼갑’이라고 비판받아야 할 것”이라면서 “더 곪기 전에 정치권이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 정부여당과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을 고쳐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국정조사’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철탑에 오른 지 171일 만에 건강 악화로 고공농성을 중단하고 땅 위로 내려왔다. ⓒ 쌍용차지부 이창근 기획실장 트위터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국정조사’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철탑에 오른 지 171일 만에 건강 악화로 고공농성을 중단하고 땅 위로 내려왔다. ⓒ 쌍용차지부 이창근 기획실장 트위터
그러나 여당 뿐 아니라, 민주당 역시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월 31일,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해 여야의 합의로 구성된 ‘여야6인협의체’가 현재까지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야6인협의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진보정의당은 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실효성도 없는 여야협의체를 형식적으로 만들어놓고 오늘까지 사태 해결에 뒷전”이라면서 “이제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두당 협의체가 아니라 전체 정치권이 함께 힘을 모아 새로운 해법을 찾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도 논평을 내고 “국정조사 요구는 외면한 채,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면피용 여야협의체 구성에 (민주당이)동의함으로써 국회에서 쌍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차단했다”면서 “민주당 역시 이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두 해고노동자의 철탑농성이 종료됐다고 쌍용차 사태도 종료된 것은 아니”라면서 심 의원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면피용 여야협의체를 즉각 해산하고 국정조사를 포함, 해고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김득중 쌍용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9일 ‘go발뉴스’에 “대선이 끝난 직후, 당락과 상관없이 국정조사를 통해 쌍용차 문제를 풀겠다는 것이 여야를 막론하고 했던 약속이었다”면서 “그러나 대선이 끝나자 여야 할 것 없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정치권이 쌍용차 정상화 문제, 올바른 해법 제시, 진실을 밝히기 위한 국정조사에 머리를 함께 맞대 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한상균 전 지부장과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은 기자회견 뒤 건강 검진과 치료를 위해 평택시에 위치한 굿모닝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이들에게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는 상태여서 일단 농성자들이 건강진단을 받은 다음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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