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죽음 대기표 뽑아든 심정, 빨리 조치를”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3일 만에 청년 노동자 3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노동자들의 자살 소식이 이어지자, 시민사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가져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1일 정리해고와 노조탄압에 맞섰던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35) 조직차장은 “박근혜가 대통령되고 5년을 또...못 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2일에는 이운남(42)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초대 조직부장이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이 씨는 한진중공업 최강서 조직차장의 자살과, 21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 부분파업 때 용역경비에 폭행당한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부상에 대해 괴로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청년활동가인 최경남(40) 씨도 번개탄을 피워 목숨을 끊었다. 최 씨 또한 노동자 탄압 현실과 이번 대선 결과에 비관해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잇단 노동자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서 박근혜 당선자가 무언가 조치를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지금의 상황과 박근혜 당선자가 무슨 연관성이 있느냐”고 반응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출범에 대해 노동자들이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 ‘기업도 자기들이 유리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말에 “절대 불안을 느낄 이유가 없다, 기업도 그냥 자기들끼리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고위 관계자는 “상황을 냉정하게 봐야지 지금 당선자가 할 수 있는 권한이 뭐가 있느냐”고 했다고 <오마이>는 보도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24일 오전 현재까지 공식 논평을 내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노동자 문제에 대해 진정성을 보여줄 것을 박근혜 당선인에 촉구했다.
김 지도위원은 “박근혜 당선자가 쭉 얘기를 해 왔던 게 국민대통합과 국민이 행복한 나라였다“면서 “노동자들이 소외되어선 안 된다, 정말 경제민주화를 이루려면 노동자들이 행복한 나라가 돼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트위터 등 SNS에서는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데 아무런 대응이 없다”면서 “국민 대통합을 위해 빠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seoj***): “박근혜 당선자는 더 이상 국민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말고 그동안 외쳐왔던 국민대통합을 위한 빠른 조치를 취하라”
(@oneth******): “쌍용차 국정조사는 하루빨리 서둘러야합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후 국정조사 약속한 것 입니다. 영하 13도 살인적 한파 속 고공농성 노동자를 얼어 죽게 할 수 없습니다”
(@ohnoth******): “21일부터 세 명의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새누리와 박근혜당선자는 어찌 볼까? 최악으로 갈지 최소한의 민생 서민 대통령이 될 것인가의 기로”
(@****ge76): “나는 박근혜가 무섭다, 지금 노동자가 죽어나가고 있는데 아무대응이 없다 본인이 알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밑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지 대통합은 도대체 뭐야?”
(@jkh*****): “정혜신 박사님의 TV찬조연설이 사실이었다. 죽음의 순번대기표를 뽑아들고 있는 전국의 많은 노동자들에게 박근혜 당선소식은 사망선고였다. 이들의 목숨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
한편, 한진중공업 고 최강서 조직차장을 추모하는 집회가 매일 저녁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열린다. 이튿날 숨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해고자 이운남씨의 장례가 치러지는 26일에는 부산지역 집중집회가 개최될 예정이며, 27일에는 영남권 노동자대회가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