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장밖 철통경계…“법치” 외치며 쌍용차 국조엔 ‘침묵’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은 다양한 계층이 함께 하는 ‘국민대통합’ 축제 한마당으로 치러졌다. 박 대통령의 취임식에는 7만여 명이 참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그러나 7만 명 안에 속하지 못한 노동자들은 여전히 취임식장 밖에서, 철탑에서 그리고 종탑 위에서 ‘함께 살자’를 외치고 있다.
이 날 자리에는 전두환 씨도 참석했다. 전 씨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 12·12 군사 쿠데타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러다 2년 후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전 씨는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받았지만, 15년이 지나도록 1673억 원을 미납중이다.
취임식장 안의 열기는 뜨거웠다.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길놀이, 국악인 김영임씨의 ‘쾌지나 칭칭나네’로 시작된 식전 공연은 취임식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개그콘서트 팀의 사회로 트로트가수 장윤정, 뮤지컬 배우 남경주, 쏘냐, 아이돌그룹 JYJ, 가수 싸이 등이 각각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를 불렀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공연 때는 일부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춤’을 따라하는 등 콘서트장을 연상케 했다.
또, "힘이 아닌 공정한 법이 실현되는 사회, 사회적 약자에게 법이 정의로운 방패가 되어 주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취임식 당일, 민주노총 조합원 등 노동자 80여 명은 국회 인근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현안 해결 없는 취임식은 기만”이라며 쌍용차 국정조사,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 축소를 비판하며 복지공약 현수막과 공약자료를 동봉한 ‘뻥튀기 2종 세트’를 청와대로 배송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김정우 지부장은 26일 ‘go발뉴스’에 “어제(25일) 축하의 자리에서 배제된 상태에서 취임장 경계선에 있었다. 서글픈 노동자들이다”며 “노동자가, 서민이 철저히 배제된 축하의 자리가 아니었나 싶다”고 전했다.
김 지부장은 “경제정책, 경제부흥을 말하면서 노동자라는 말은 과연 몇 번이나 했는지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문밖에서, 길 위에서 헤매고 있는 수많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못하는 이 상황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실망을 금치 못하겠다”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도 국회의사당 인근 이룸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라”며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공약이 인수위에서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다른 한편에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한상균, 문기주, 복기성씨가 ‘국정조사실시’와 ‘해고자 전원 복직’ 등을 요구하며 경기도 평택의 쌍용차 공장 인근 철탑에서 100일 가까이 농성중이다.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자 최병승씨와 비정규직지회 천의봉 사무국장은 지난해 10월 17일부터 '회사의 불법파견 인정'과 '모든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송전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국전력은 이들에게 2220만원의 간접강제금(법원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 발생하는 비용) 발생을 통보한 상태다.
지난 6일,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오수영‧여민희씨가 ‘단체 협약 체결’ ‘해고자 전원 원직복직’을 외치며 2007년 자신들을 해고한 재능교육 본사가 길 건너편으로 바라보이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성당의 종탑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