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표현했다고 교체요구…민주 “부당한 압력‧지시 밝혀라”
올해로 9회째를 맞는 5․18민중항쟁 기념 청소년 문예공모전에서 서울지방보훈청이 수상작 일부를 교체해 달라고 요구해 논란을 빚고 있다.
3일 <경향>에 따르면, 공모전을 주관하는 5․18민중항쟁 서울기념사업회는 “수상작 발표를 하루 앞두고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우수상 수여 작품 9점 중 2점의 교체를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기념사업회는 이날 오전 홈페이지를 통해 공모전 최종 수상작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현재는 수상자 발표가 보류된 상태다.
5․18민중항쟁 서울기념사업회 김용만 사무총장은 ‘go발뉴스’에 “현재는 수상자 발표를 보류중이지만 이 대회를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보훈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면서 “보훈청에서 끝까지 문제 삼을 경우, 아마도 보훈청장상 자체를 거부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수도권 청소년들이 글과 그림, 사진을 응모하는 이 공모전의 대상은 서울특별시장(3명)이, 최우수상은 서울․경기․인천교육감(각3명)이, 우수상은 5․18재단 이사장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서울지방보훈청장(각9명)이 각각 수여한다.
보훈청이 교체를 요구한 작품 2점은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 1점과 중학생이 쓴 시 1점이다. 해당그림에는 위쪽 상단 3분의 2이상이 군인이 총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고, 아래쪽에는 군인들이 탱크와 함께 총을 쏘고 있다. 그 옆에는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있는 시민이 군인의 총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시는 5월의 봄 풍경을 그리며 ‘피냄새’, ‘총성소리’ 등의 표현을 썼다. 김 총장은 이에 대해서도 “광주 5‧18을 이야기 하는데 ‘총성’이 빠질 수 없다. 또 수많은 무고한 ‘피’가 흘렀는데 그 부분을 문제 삼아 보훈청장상을 못 주겠다면 도대체 보훈청은 진실을 덮어야만 5‧18정신이라고 생각하는 거냐”고 반문하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최근 일본 아베 총리의 망언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보훈청이 이러한 요구를 하는 데에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보훈청장상을 받은 ‘29만원 할아버지’란 제목의 초등학생이 쓴 시가 이슈화되면서 보훈청이 상급 기관의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지난 2~3월에 보훈청과 상장 개수를 줄이는 문제로 이야기를 할 때 (보훈청 관계자가)실수로 해 버린 말 같다”면서 “지난번에 그것(29만원 할아버지)때문에 고생 했으니 알아달라는 식으로 하소연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분위기에서 그쪽도 의도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흘러나온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지방보훈청의 한 관계자는 ‘go발뉴스’에 “전혀 그런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수상작 일부 교체 요구와 관련, 이 관계자는 “국가보훈처가 지향하는 방향성과 맞지 않아서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라면서도, 어떤 부분이 맞지 않느냐는 질문에 “해명 자료가 나갈 예정이다. 해명 자료는 오늘(3일)이나 내일 중으로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문제가 된 해당 작품에 대해 보훈청장상을 수여할 수 없다는 입장인지 재차 묻자 “그 부분은 말씀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보훈청의 이같은 입장에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 이날 오전 현안 브리핑을 통해 “서울지방보훈청은 5‧18 수상작에 대한 사전검열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심사위원들의 공정한 판단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쓰라린 역사의 아픔을 순수한 눈으로 바라본 청소년의 예술작품을 정치적 색안경을 쓰고 재단하려는 서울지방보훈청의 행태야말로 불순하다”면서 “국가보훈처는 서울지방청의 요구에 부당한 압력이 있었는지, 누구의 지시였는지 소상히 파악해 관련자에 대해 징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18민중항쟁 기념 청소년 문예공모전의 수상작은 김준태 시인(전 5·18기념재단 이사장)과 박진화 민족미술인협회 회장 등 전문가들이 예·본선 심사를 거친 작품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