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헌영 “홍보관 수준”…역사정의실천연대 “전면 중단하라”
국내 최초의 국립 근현대사박물관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하 역사박물관)이 ‘졸속개관’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26일 개관했다.
역사박물관 개관 당일, 역사정의실천연대 회원 20여 명은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통부재와 전문성 결여, 졸속과 편향성 드러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개관을 원점에서 재논의 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독일의 현대사박물관인 ‘독일연방공화국역사의 집’을 예로 들며, “헬무트 콜 전 총리가 건립 의지를 밝히고 12년의 준비 과정을 거친 후에야 첫 상설전시관을 개관했다”면서 “12년에 걸친 민주적 토론 과정과 비판 의견의 수용 및 전시 내용의 조정을 거친 독일과 비교해 공표한 지 불과 4년여 만에 문을 여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그야말로 ‘졸속개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역사박물관은 개관 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 10월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전시내용에 역사왜곡이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당시 무소속 강동원 의원(현 진보정의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기를 보여주는 제3전시실은 나머지 1·2·4 전시실의 면적보다 41% 넓고, 전시자료도 전체의 1천500여 점(41%)에 이르렀으며, 내용도 당시 추진된 경부고속도로와 새마을 운동 관련 내용이 대다수였다”며 “역사박물관은 박정희 찬양·미화 기념관”이라고 질타한 바 있다.
민주통합당 도종환 의원 역시 “독일의 ‘역사의 집’ 등의 사례 등을 보면 근현대사 유물은 사회적 논란과 쟁점 요소들이 많아 상당한 역사 평가기간을 거친다”며, 개관 연기를 주장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에 “비민주성・비전문성・졸속성・불공정성・편향성 등으로 점철되어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졸속개관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국민 앞에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은 28일 ‘go발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향후 집권 동안 혹여 발생할지 모르는 극우파에 의한 역사왜곡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면서 “민족이나 국가의 역사는 권력에 의해서 조작되거나 위작되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임 소장은 또 전시내용의 편향성에 대해 “연구소에서 현지(박물관)답사를 해 본 결과, (전시물에 대한)설명이 거의 없고, 역사관이라기보다 홍보관에 가까웠다”면서 “역사관으로서의 기능을 전혀 못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7일 <내일신문>에 따르면, 역사박물관 김시덕 과장은 "근현대사를 다루는 데는 순수 역사 전공만으로는 안 되고, 과학기술사, 문학사, 정치사, 사회사 등 다양한 전공자도 있어야 한다"며 "준비과정에 중립적 입장의 다양한 분야 학자들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