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겨레>기자, 내말 녹취해서 야당에 넘길 거냐”

<미디어오늘> 보도…“아무렇게나 써라” 브리핑서 답변 거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공개적인 기자회견 자리에서 특정 기자에게 “내 말을 녹취해서 야당 의원들에게 넘겨줄 거냐”, “대답 안 하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6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홍 지사는 지난 23일 오후 도청 소회의실에서 경남도청 출입기자를 비롯해취재진 수십명이 취재하고 있는 가운데 ‘서민의료대책’을 발표했다. 경남도청을 출입하는 <한겨레> 기자가 질문을 하려 하자 홍 지사는 “대답 안 하겠다. 뭐라고 말해도 <한겨레> 입장에서 기사를 쓸 건데, 그냥 아무렇게나 써라”며 “그게 서로 편할 것”이라고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홍준표 지사는 또 “내 말을 녹취해서 야당 의원들에게 넘겨줄 거냐”, “허락 없이 녹음하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다”, “기자가 그러면 안 되지”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고 <미디어오늘>은 보도했다.

<내일신문> 기자에게도 홍 지사는 ‘내가 이렇게 말해도 그렇게 안 쓸 것 아니냐’는 취지로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의 태도에 대해 <한겨레> 기자는 25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당시에는) 나한테 왜 저런 말을 하는지 몰라 당황을 했다”며 “다음날 홍 지사가 따로 불러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한겨레> 기자에 따르면 홍 지사는 ‘도청 출입하는 기자 중에 녹음 파일을 야당 의원들에게 넘겨준 기자가 있었다. 그 기자 들으라고 한 말인데, 미안하게 됐다’는 취지로 사과했다.

<한겨레> 관계자는 “지역주재기자는 한겨레를 대표해서 현장에 간 것”이라며 “아무리 평소에 (한겨레 보도로) 감정이 있었다고 해도 특정 매체를 그렇게 매도한 것은 굉장히 유감”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 경남도청 출입기자는 “언론보도에 대해 상당히 과민하게 반응한다는 느낌은 분명히 있다”며 “언론중재위나 사법처리 등을 공언하기도 했고, 공보실을 통해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하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언론을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고 해석하는 기자들도 있다”고 말했다고 <미디어오늘>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정장수 경상남도 공보특보는 “진주의료원 상황과 관련해서 상당히 편향적인 프레임을 가지고 써온 매체가 있어서 지사님도 ‘내가 뭐라고 해도 그렇게 쓸 건데, 답변 하나 안 하나 무슨 소용이냐’,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일부 인정했다.

그러면서 정 특보는 “진주의료원의 향후 상황에 대해 민감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즉답을 할 수 없다는 취지로 대답을 못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언론통제’ 우려에 대해 정 특보는 “취임 후 두 달 사이에 정정보도와 언론중재위까지 갔던 게 다섯 번이나 있었다”며 “그런 상황을 두고 언론 통제라고 하면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을 기초로 비판해야 하는데 잘못된 사실로 비판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것 아니겠냐”며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 된다”고 말했다고 <미디어오늘>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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