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방식 함정…공산품 높이고 농수산물 가중치 내린 결과”
경기회복에 대한 서울시민의 기대감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지만 지갑을 여는 데에는 아직 불안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상승률은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실제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지수와는 다소 ‘괴리감’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평가다.
서울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3년 1/4분기 서울지역 소비자 체감경기 전망’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체감경기를 대표하는 ‘소비자태도지수’와 ‘현재경기판단지수’는 각각 전분기 대비 3.8p, 5.1p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생활형편지수’는 오히려 전분기보다 13.2p, ‘소비지출지수’도 0.2p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원 측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소비심리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가전망지수’는 전분기 대비 1.4p 오른 147.1을 기록했다. 연구원 측은 “연초 대내외 불안정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물가불안심리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연구원 측 관계자는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수상) 100을 넘으면 물가가 올라간다는 의미”라며 “147정도이니 (조사에 임한) 그 분들은 (물가가) 높다고 보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재 정부에서 발표하고 있는 물가상승률과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 사이에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지난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따르면 전년동월대비 1.4%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원 관계자는 “통계청에서 나오는 물가지수는 물가 품목에 따라 가중치가 부여될 것”이라며 “어떤 품목을 담아 물가지수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틀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SBS는 지난 4일 “소득 하위 20% 서민들의 엥겔지수, 즉 가계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79%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통계청이 내놓은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1.4%에 그쳤다”며 “매일 사먹는 농수산물의 물가지수 반영도가 너무 낮아 체감물가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원재훈 회계사는 최근 <시사in>에 기고한 글을 통해 “분명 신용카드 회사도 매월 물가가 오른다는 것을 알려주는데 통계청이 매월 발표하는 물가지수에 따르면 정부는 성공적으로 물가를 잡고 있다는 것”이라며 “물가지수 산정 방식에 그 함정이 있다. 2010년 정부가 물가지수 개편을 하면서 서비스와 공산품의 가중치를 높인 반면, 농산물의 가중치는 내린 결과”리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3일 발표한 ‘최근 소비애로요인과 정책과제’ 자료도 소비자의 체감물가가 높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서울과 6개 광역시에 거주하는 5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작년 이맘때 대비 올해 소비지출규모를 묻는 질문에 “지난해 보다 줄였다”는 응답이 57.0%로 나타났다. 반면 “늘렸다”는 응답자는 12.0%에 불과했다. 소비감소의 이유로는 ‘물가불안’이라는 응답이 46.0%로 가장 높았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물가가 지표상으로는 안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산물이나 전세가격, 공공요금은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일반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 수준이 높다”며 “이로 인해 물가상승을 소비축소의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22일 정식 출범한 현오석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 체제가 소비자의 실질적 체감물가를 얼마나 떨어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 부총리는 22일 취임사를 통해 “3월중 민생회복과 경제활력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 국민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며 “여전히 높은 장바구니 물가도 안정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업무계획 보고를 통해 생산자 중심의 조직화, 규모화, 계열화를 강력히 추진해 농업인은 5%이상 더 받고 소비자는 10%이상 덜 내는 유통구조를 마련하겠다는 비전을 내놓았다. 소비자 물가에 농산품 가격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전속출하조직 육성, △대도시 도매물류센터 확충 △직거래 지우너센터 운영 △전국 32개 공영 도매시장에 대한 시설현대화 기본계획 마련 등의 세부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가격 급등락이 심한 품목에 대해서는 가격 안정대를 설정하고 가격 변동 수준에 따라 정부의 조치를 매뉴얼화 하겠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한편, 서울연구원은 ‘2013년 1/4분기 서울지역 소비자 체감경기 전망’ 자료에서 “서울 경제의 지속적인 회복을 위해 서민금융, 일자리 창출 등의 지원책을 강화하고 영세상인과 중소기업 육성 및 보호강화가 필요하다”며 “취약계층의 민생침해 예방을 위해 교육을 실시하고 긴급 생활안정자금 지원등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울의 고용여건이 점차 개선되고 있으나 양적인 성과보다는 안정적인 고용환경을 위한 지원책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라며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의 유통 판로 지원 및 사업영역 보호 등의 시책이 계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