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또 하나의 가족’ 크랭크인…18일 첫 촬영

“남의 일 아닌, 이 세상 수많은 ‘황상기 씨’에 관한 이야기”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드는 미소가 있다.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의 미소가 그렇다. 황유미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근무를 시작해 겨우 2년 만에 백혈병이란 희귀병을 얻었다. 유미 씨는 2년의 투병 끝에 2007년 3월 6일, 스물셋의 나이로 결국 세상을 떠났다.

황상기 씨는 병원으로 향하던 중 자신이 운전하던 택시 뒷자석에서 딸을 잃었다. 얼굴에 아로 새겨진 그의 미소는 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딸을 향한 아버지의 결연한 약속처럼, 보는 이를 숙연하게 한다.

지난 14일 저녁, 서울 중구 한 골뱅이집에서 진행된 영화 ‘또 하나의 가족’ 크랭크인 현장에서 만난 황상기 씨의 얼굴에서 여전히 그 미소를 볼 수 있었다. 황상기 씨는 인사를 건넨 ‘go발뉴스’ 취재진에 맥주 한 잔을 권했다. 그런 그에게 크랭크인 현장에 온 소감을 물었다.

그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영화가 만들어져서 삼성의 문제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은 좋지만 자꾸 유미를 떠올리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고 황유미 씨와 아버지 황상기 씨 ⓒ 반올림
고 황유미 씨와 아버지 황상기 씨 ⓒ 반올림
영화 ‘또 하나의 가족’은 ‘거대기업’을 상대로 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려는 한 아버지의 6년에 걸친 싸움을 다루고 있다. 여기까지 오는데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주위의 만류도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황상기 씨의 사연에 감동받은 배우들과 스탭들이 돕겠다고 나섰고 몇몇 후원자들도 나타났다.

이들은 왜 ‘또 하나의 가족’이 됐을까. 이날 크랭크인 현장에서 만난 배우들과 감독, 스텝들은 아버지 황상기 씨의 힘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가족’은 남의 일이 아닌, 내 가족, 내 이웃에 관한 이야기라며 이 세상의 수많은 ‘황상기 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황상기 씨를 연기하게 된 배우 박철민씨는 ‘go발뉴스’에 출연 계기를 “딸의 투병에 관한 이야기, 딸이 죽고 또 그 원인을 찾는 이야기다. 나도 딸을 둔 아버지다. 평범한 한 아버지와 그 딸에 관한 이야기에 마음이 아팠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아내 역을 맡은 윤유선 씨는 “(관객들이) 너무 고발하는 영화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예쁜 가족의 아픈 사랑이야기다. 남의 일이 아닌, 내 가족, 내 이웃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며 영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최근에 이 영화에 합류한 배우 김규리 씨는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 역으로 출연을 확정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고민했던 부분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 이야기라는 점이었다”면서 “사회적인 시선으로 쳐다보면 사회적인 이야기지만 결국은 우리가 사는 세상 그리고 사람 이야기다. 사람 얘기를 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김태윤 감독은 “‘소비자는 왕이다’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면 우린 다 같은 노동자들”이라면서 “노동문제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바로 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아직 우리나라는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가족’이 그 인식을 넓히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고 황유미 씨와 아버지 황상기 씨 ⓒ 반올림
고 황유미 씨와 아버지 황상기 씨 ⓒ 반올림
‘또 하나의 가족’ 제작두레로 제작비 조달 나서

대선 후 투자 취소 이어져…‘시민의 힘’ 믿고 촬영 시작

지난해 11월 한 달간 굿펀딩을 통해 1억 2000여만 원 펀딩에 성공한 ‘또 하나의 가족’은 지난달 21일부터 영화 ‘26년’을 통해 알려진 시민참여 제작방식인 제작두레를 통해 나머지 제작비 조달에 나섰다.

이 영화의 제작을 맡고 있는 윤기호 PD는 ‘go발뉴스’에 “현재 총 제작비의 30%만 확보된 상태”라면서 “아직 제작비가 한참 모자라지만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어 크랭크인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go발뉴스'와 윤기호 PD가 나눈 짧은 대화 내용이다.

- 제작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

“대선 끝나고 나서 영화 못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많이 했다. 실제로 개인투자를 약속했던 분들이 다 빠져나갔다. 개인투자자 분들 중에는 대선 끝나면 투자하겠다던 분들이 있었는데 대선이 끝나고 나니까 다들 빠져나갔다.”

-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은 뭐였나.

"후원해준 분들께 너무 죄송스러웠다. (영화가) 만들어지길 원하고 투자를 하셨는데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그리고 황상기 아버님을 만났다. 다들 아버님을 보면 어두울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버님은 항상 웃으신다. 점심 식사 하실 때 항상 반주를 하시는데, ‘좋은 작품 많이 보러 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날 스텝들끼리 ‘어떻게든 만들자’, ‘같이 가보자’라고 다시 마음을 먹었다. 아버님의 힘인 것 같다.”

- 순 제작비가 10억인데. 현재 1억 5000만원이 모였다. 크랭크인 빠른 것 아닌가.

“일반적으로 영화를 시작할 때 자금이 70%가 모여야 크랭크인을 한다. 그러나 ‘또 하나의 가족’은 30%의 제작비로 크랭크인을 시작했다. 그 이유는 70%를 만들고 영화를 시작하자고 마음먹으면 이 영화 못 찍는다는 생각에서였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고, 함께 해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30%에서 시작한다.

- 첫 촬영은.

“오는 18일 마포 사무실에서 첫 촬영을 진행한다. 황상기 아버님이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를 찾아가 상담을 하는 장면이다. 첫 촬영 날 아버님도 현장에 함께 하실 예정이다.”

▶ 영화 ‘또 하나의 가족’ 제작두레 참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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