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칼럼> “전세계 인재․자본 끌어들이는 매력국가 되려면 다양성 허용해야”
정부가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내부적으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출발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까지 더해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10일 “지난해 2월13일 박근혜 대통령이 교육부에 ‘역사교과서 제도 개선’을 지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교학사 교과서 파동이 고교 1곳만 채택하고 마무리된 시점에 박 대통령이 교과서 발행체제 개편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라고 보도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이 9일 공개한 교육부 공문(2015년 6월2일)에 따르면, 교육부는 ‘대통령 지시 사항(역사교과서 관련 제도 개선) 실적 제출’이라는 제목으로 교과용도서 발행체제의 개선 방향 및 대국민인식 현황조사 협조 공문, 역사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 기초 연구 관련 공문 등 4개 문서를 제출했다.
도 의원은 이와 관련 “올해 상반기에도 청와대의 압력이 심했고,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대통령 지시로 움직인다는 정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추석 전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국정화 움직임이 가시화 되자 역사학계는 물론 각계 시민사회와 언론들까지 가세,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중앙일보> 이하경 논설주간은 “국정 교과서론 죽어도 정주영 못 만든다”는 제목의 10일자 기명 칼럼을 통해 “아이들에게 정답만 달달 외우게 하면 막힌 사회, 죽은 사회가 된다”면서 “다양성과 관용은 국가의 운명을 바꿔놓는다”고 피력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에 대해 “주로 미국의 앞마당에서 안주하던 한국이 독자적인 역량으로 외교적 지평을 넓힌 다원 외교의 출발점”이라고 평가,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이런 흐름과 충돌하는 뜻밖의 사건의 돌출”이라고 표현했다.
이 논설주간은 “하나의 역사적 사실을 놓고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고 토론하는 것은 문명국의 보편적 상식이다. 그래야 다원적 가치와 창조성, 상상력이 확대된다”며 “역사 해석의 권리를 국가가 독점하는 것은 이 모든 장점을 포기하자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구상의 대표적인 국정교과서 채택 국가를 북한과 방글라데시, 일부 이슬람 국가들이라고 소개하면서 “중국, 러시아도 국정제를 폐지했고 베트남도 검인정으로 바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가 민주적 다양성과 개방성의 힘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 됐는데 이제 와서 굳이 거꾸로 가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꼬집었다.
더 나아가 “분단체제 하에서 국가안보에는 똘똘 뭉쳐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달라 때론 불안하고 못마땅해도 다양성이 더 신나게 춤을 추도록 허용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전 세계의 인재와 자본을 끌어들이는 매력국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완상 전 교육부장관도 이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의 권한을 독점한다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최대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를 거론하며 “학생들로 하여금 교과서에 기록된 것을 항상 창조적으로 회의하고 물어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전 장관은 또 역사학자와 교육감, 그리고 시민들까지 나서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정부가 강행하려는 이유에 대해 “해방 이후 오늘까지 70년 가까이 우리 대한민국을 지배했던 세력들이 친일세력과 반공 수구세력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교과서는 안 된다는 잘못된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