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계 1167명 ‘국정화 반대’ 서명.. “불필요한 갈등·혼란 조장”
청와대와 정부가 추석 전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내부적으로 확정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역사학계 교육·연구자들이 “학계와 교육 현장은 물론 사회 전반에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며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근현대사학회와 한국사학사학회 등 연구학계 교육·연구자들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흥사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교과서는 집필, 편찬은 물론 수정, 개편까지 교육부 장관의 뜻대로 이뤄지는 독점적인 교과서”라며 이같이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8일까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역사연구자 선언’에 동참하는 서명운동을 진행, 역사학계 1167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자율성과 다양성, 그리고 창의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교육 이념이 부정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역사학계는 “교과서 국정제가 처음 도입된 것은 국가의 공공성이 철저히 파괴된 유신체제 하에서 였다”며 “당시 발행된 국정 교과서는 국민을 권리와 인격의 주체로 자각시키는 시민 교육이 아니라 국가권력에 순치돼 지시와 명령에 순응하는 신민으로 전락시키는 이념 교육의 도구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역사교육 연구자들이 국정제 도입 당초부터 그 부당성을 지적하며 꾸준히 반대운동을 벌여온 것도 이러한 폐해를 인식했기 때문”이라며 “국정제로의 회귀는 지난 40여년에 걸친 민주화운동의 성과와 대한민국이 이룩한 사회문화적 성취를 부정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무엇보다 교과서 국정화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헌법은)교육이 외부의 부당한 간섭에 영향 받지 않고 교육자 내지 교육전문가에 의하여 주도되고 관할돼야 할 필요성을 밝혔다. 1992년에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헌법정신에 부응하고 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데는 국정제보다 검·인정제를, 검·인정제보다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여당의 국정화 기도가 교육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그 피해가 결국 미래세대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역사교육이 헌법정신과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에 맞게 역사 연구 및 교육 전문가 주도로 이뤄질 수 있도록 외부 부당 개입 및 간섭 차단 등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