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무효소송 최종심 이틀 앞둬.. “자유·평화·정의에 맞는 판결” 호소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 해고무효소송에 대한 최종심 선고를 이틀 앞둔 11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관계자들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의 공정한 판결을 촉구했다.
이날은 쌍용차노조가 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발하며 투쟁을 시작한 날로부터 2000일을 맞은 날이다. 지난 2009년 4월 쌍용차는 경영난의 이유로 구조조정을 통보했고, 5월 21일 노조가 이에 반발해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에 돌입했지만 2,646명이 정리해고와 희망퇴직 등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2000일의 긴 복직 싸움 동안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 25명이 세상을 떠났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은 “처음 우리가 꿈꿨던 꿈이란 게 있었다. 또 내일이 올 거란 믿음이 있었는데 돌이켜보니 2000일이 하루하루의 반복이었고 아직 내일을 못 만나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며 투쟁 2000일을 맞는 심경을 밝혔다.
이 실장은 대법원에서 올바른 판결을 내려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판결 이후 이기든 지든 간에 지금까지는 우리들이 끌려왔다면 앞으로는 우리가 끌고 갈 시간”이라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정규직지회 유충렬 부지회장은 2000일을 “고통의 나날이었다”고 토로했다. 유 부지회장은 “언론에서 ‘2000일 투쟁하는 그런 열정으로 취직을 하지 그러냐’고 한다. 맞다. 그런데 너무 억울해서 나갈 수 없다”며 “우리는 잘못한 게 없는데 해고되고 무능력하다고 (평가되고) 너무 억울한거다. 그래서 이 억울함이라도 해소를 해야지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렇게 투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지회 복기성 수석부회장도 2000일간의 긴 투쟁을 상기시키며 “쌍용차에서 일한 날보다 해고된 날이 더 길다는 것이 서글픈 마음”이라고 밝혔다.
복 부회장은 “현장에서 5년 일하고 해고돼서 7년 생활을 길거리에서 보내고 있다”며 “노동자가 일하고 임금을 받는 게 정상임에도 7년 동안 단 한푼의 월급도 집에 가져다 주지 못한채 가족들에게 미안함과 아픔들만 전해진 것이 너무 서글프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일 두려운 것은 이미 25명이 세상을 떠났지만 이번 판결로 또다시 동지를 잃는 것”이라며 “대법원에서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은 “2009년 노조는 ‘정리해고만은 피하자’, ‘모든 것을 열어놓고 이야기하자’고 했다. 그러나 지난 과정에서 밝혀진 것은 회사는 앞으로는 대화하자 해놓고 뒤로는 현장 대응의 매뉴얼을 작성하고 민주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김 지부장은 “함께 살자고 한 게 벌써 2000일이다. 20대 중반이었던 노동자가 30대 초중반, 30대 노동자가 40대, 40대가 어느덧 50을 넘기고 있는 시간”이라며 “우리는 6년 동안 단 한번도 공장으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을 저버린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런 희망을 가지고 나아갈 것”이라고 결의했다.
천주교정의사제단 서영섭 신부는 “그간 정치적 판결을 많이 해왔던 대법원인지라 불길한 예감이 든다. 쓸데없는 생각이었으면 좋겠다”며 “대법원 앞에 ‘자유 평등 정의’라고 크게 적혀 있지 않나. 정말 자유롭고 평화롭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은 대법원의 현명한 판결을 호소하는 2000배 6일차, 24시간 농성 8일차를 맞았다. 2000배는 해고무효 확인소송 대법원 선고를 하루 앞둔 12일까지 진행되며, 해고 노동자들이 총 1만 40000배를 올릴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