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계 “편파‧왜곡 일상화, 김재철 보복인사 결과”
MBC가 교비횡령혐의 구속자 석방 소식을 전하면서 아무 상관없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의 실루엣 사진을 사용하는 방송사고를 저질러 이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공영방송에서 이같은 사고를 낸 것은 ‘단순 실수’라고 하더라도 있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MBC는 해명 및 사과에 나섰지만 MBC와 김재철 사장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단단히 화가 난 모습이다. 12일 민주당에서는 MBC와 김재철 사장을 비난하는 당 대변인들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현안브리핑을 통해 “MBC의 방송사고가 일상화되고 있다”며 “이쯤 되면 이것은 방송사고,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 의도를 가진 편집이거나 실력이다. 왜 하필 야당의 유명 인사들에 대해서만 실수가 계속되는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이 원내대변인은 “국민의 방송 MBC의 뉴스 시청률이 7% 아래로 떨어져버린 채 국민에 외면당하는 것은 전적으로 김재철 사장의 책임”이라며 “능력이 검증되지도 않은 시용기자를 채용해 뉴스를 제작하면서 뉴스의 신뢰도는 추락했고 어이없는 방송사고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문방위 소속인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연일 방송사고의 근본원인은 지난 7월 김재철 사장이 단행한 보복성 인사의 결과”라며 “전문성과 경험이 축적된 인력이 아닌 업무에 미숙한 인력들이 대거 투입되면서 방송사고는 예견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언급했다.
김현 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이번 방송사고에 대해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지 않으며, 공영방송으로서의 기능이 정지돼 버린 MBC의 총체적 부실에서 비롯된 사건으로 규정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일관되게 계속된 편파보도와 왜곡방송의 결과이며 김 사장이 무너뜨리고 추락시킨 MBC의 현실을 똑똑히 보여준다”며 “민주당은 끔찍한 뉴스를 내보낸 의도가 무엇인지 진상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며 MBC 사측과 사장에 대해 법적, 도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MBC는 9일 해명자료를 내고 “해당 컴퓨터 그래픽은 여수 MBC 영상제작팀 CG담당 여직원이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MBC는 “여직원은 보석으로 풀려난 서남대 설립자 등의 실루엣을 만들면서 석방된 사람이 3명임을 보여주기 위해 평소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해 온 인물사진 파일에서 화면에 보이는 대로 임의로 3명을 선택해 사용했다”며 “음영처리는 넥타이 위쪽으로 완벽하게 모두 처리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이 3명의 사진중에 문재인 의원의 사진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또한, MBC는 “여수MBC에서 리포트 완제품을 서울로 보내면 보도국 네트워크부에서 확인한다. 어제(8일) 오후 7시 48분쯤 완제품이 올라왔고 차장 한 명이 리포트 오디오와 비디오상태를 확인했지만 실루엣을 만들면서 사용된 얼굴 사진은 일반적인 인물 실루엣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MBC는 문 의원에게 유감의 뜻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번 방송사고와 관련, 언론인과 언론관련단체에서도 MBC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은 자신의 트위터(@nodolbal)에 “새누리 김근태 의원 뉴스에 고 김근태 선생 얼굴을 쓰더니 이번엔 범죄자 얼굴에 문재인 의원 사진 쓴 MBC...이걸 실수라한다면 방송국 문 닫아야 할 수준”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MBC는 지난해 10월 김근태 새누리당 의원 관련 보도에서 김 의원의 사진 대신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사진을 사용하는 방송사고를 낸 바 있다.
민언련 관계자는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수 MBC에서 (리포트를) 보냈다고 해도 어쨌든 서울 본사 쪽 보도 책임자 라인이 있는 것인데 실수라고 하기에는 앞뒤가 안맞는다고 본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실수가 처음이 아니지 않느냐”며 “이런 문제들이 공영방송의 신뢰도를 스스로 하락시키는 것도 있고 (문제는) 이런 실수들이 김재철 사장 체제하에서 굉장히 잦았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MBC 내부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조 교수는 ‘go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실수인지 아닌지 규명해봐야 알겠지만 시스템이 분명 무너졌다고 봐야 한다”며 “수많은 사람들을 거쳐서 기사가 완성되지 않나. 그런데 그 과정에서 걸러내지 않았다는 것은 단순 실수라고 해도 시스템의 문제”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실수라고 해도 대형사고인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사람의 문제든 시스템의 문제든 구멍이 난 것이고 그 정점에 김재철 사장이 있다”며 “우연히 이번 한 번만 (방송사고가) 난 것이면 실수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반복되는 사고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