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수 “팽팽한 대선 영향”…이상돈 “감동적 메시지 안나와”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고 있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 개선,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정책행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잡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취임식까지 불과 2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박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활동이 주목되는 이유다.
역대 당선인 지지율은?…DJ-盧-MB 모두 80%대 기록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 31일부터 발표한 주간 정례조사를 보면 박 당선인에 대한 국정수행 전망 여론조사에서 긍정적인 의견을 낸 응답자는 60%대에 머무르고 있다. 조사 발표 첫 주(2000명, 95% 신뢰수준 ±2.2%p)에는 64.4%로 시작해 이후 62.8%(1월 7일/2000명, 95% 신뢰수준 ±2.2%p), 62.4%(1월 14일/2500명, 95% 신뢰수준 ±2.0%p)로 긍정적 의견이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달 21일 조사(2500명, 95% 신뢰수준 ±2.0%p)에서는 63.6%, 같은달 28일 조사(2500명, 95% 신뢰수준 ±2.0%p)에서는 65.9%로 소폭 상승하는 추이를 나타내고 있지만 여전히 60%대 초, 중반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박 당선인에 대한 지지율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문화일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RDD 방식을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3.1%p)에 따르면 박 당선인의 역할 수행에 대한 평가에서 응답자의 16.8%는 ‘매우 잘하고 있다’, 48.7%는 ‘대체로 잘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를 합하면 긍정적인 의견은 65.5%에 그친다.
한국갤럽이 같은달 21일부터 25일까지 전국 성인 1569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 방식을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2.5%p)에 따르면 박 당선인에 대한 직무수행 평가에서 ‘잘하고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56%였다.
이는 역대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지지율과 비교해 다소 온도차를 보이는 대목이다. 조사방식이나 시기적 특성이라는 차이는 있겠지만 역대 대통령 당선인들이 적어도 70%대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박 당선인에 대한 지지율이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올 만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인 지난 2003년 1월 2일 <문화일보>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 당선인의 국정전망에 대해 ‘잘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낸 응답자는 89.1%였다. 1998년 1월 14일자 <경향신문>에 따르면 당시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에 대해 ‘잘 된일’이라는 평가를 내린 응답자는 82.6%였다.
이명박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80%대에서 70%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CBS와 리얼미터가 2008년 1월 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정운영을 잘 할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82.6%였다. 같은 달 11일에는 76.2%를 기록했으며 이후 81.3%(1월 25일), 75.6%(2월 1일), 72.9%(2월 14일), 77.4%(2월 22일)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박근혜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박 당선인의 낮은 지지율에는 최근 잇따른 ‘인사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들이 나온다. ‘국민통합’을 내세웠던 박 당선인이 ‘극우성향’으로 평가받았던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을 임명한 것, 그리고 갖가지 의혹에 휩싸였던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가 자진사퇴를 선택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박 당선인의 ‘조용한 행보’도 낮은 지지율의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여야의 사퇴 압력에도 불구하고 ‘버티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들에 대한 ‘임기말 사면’을 강행한 것도 박 당선인의 지지율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여론조사 전문가인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1일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김용준 총리 후보자 사퇴, 현 정부의 문제지만 특사나 4대강 논란 때문에 (박 당선인의 지지율이) 이번주에는 60%대 초반으로 좀 빠진 상황”이라며 “지난주에는 반등했지만 이번주는 하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는 지난달 28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인수위가) 국민기대에 부응하는 감동적인 메시지가 거의 나오고 있지 않다”며 “대변인 등등으로 인해 이미지 훼손을 입었고 이동흡 헌재소장 지명자 건도 마치 박 당선인이 거기에 동의했다, 이런 보도가 많아 박 당선인과 인수위가 이미지 훼손을 입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지지도 라는 게 한번 떨어지면 회복하기 상당히 어렵다”며 “지금 지지도는 통상적인 것보다 많이 낮다. 참고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8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할 때도 63% 수준을 유지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같은달 26일 <여성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박 당선인의 지지율과 관련 “박 당선인의 지나친 침묵과 조용한 행보가 국민 평가 자체를 어렵게 하고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다. 가장 적절한 시점에 감동적이고 힘 있는 메시지를 통해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라며 “박 당선인이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의 낮은 지지율을 두고 치열한 대선과정에서 그 이유를 찾는 의견도 있다.
이택수 대표는 “보수 대 진보, 1:1 구도가 굉장히 팽팽하게 선거가 치러졌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가령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지지율과 비교하면 15%p 정도 낮았는데 그때도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회창 후보와 굉장히 근소한 (표) 차이였다”고 밝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go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대선당시 상대(진영)의 지지층 마저도 지지했었다”며 “박 당선인 (득표율이) 50%를 넘었다고는 하지만 문재인 후보와의 격차가 별로 벌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상대 지지층이 박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박 당선인에 대한) 기대치가 과거 정권보다 높지 않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최근 불거진 인사 논란 등이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봤다.
신 교수는 “지금 지지율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지금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계속 고공행진하는게 아니”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에는 (당선인 시절) 70% 가까운 지지율이었지만 정권출범 이후 5월에는 20% 이하로 떨어진 적도 있다”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