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朴’ 공직자 검증기준 盧때와 180도 달라져

“도덕성 비공개” 지시 역풍…원혜영 “반성않고 청문회탓”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와 관련, 고위공직자의 신상문제를 비공개로 검증하자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인해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비슷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과거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이 참여정부 시절 고위공직자 후보자들에 대해 날카로운 ‘검증의 잣대’를 들이댔던 것을 감안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곱지않은 시선들이 나타나고 있다.

SBS 보도에 따르면 박 당선인은 지난달 31일 경남지역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해 “인사청문이 시스템화돼서 신상에 대한 문제는 비공개 과정에서 검증하고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검증할 때는 정책능력이나 업무능력만을 검증하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당선인은 “처음부터 완전히 후보자를 지리멸렬 시켜버린 뒤 (인사청문회를) 통과시키면 그 분이 국민적 신뢰나 존경을 얻을 수 있겠는가”라고도 언급했다는 것. 다만, 박 당선인은 “그런 제도보완을 이번 조각 때 하자는 것은 아니라 다음의 중간 개각에서라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이 나왔다. 황우여 대표는 30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인사청문회가 죄와 허물을 공개적으로 확인하는 자리라기보다는 지명자들의 능력과 꿈의 크기를 검증하는 자리로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러가지 하자나 문제가 있을때 사전에 잘 걸러지고 비공개적으로 해서 청문회 자체는 보다 긍정적이고 유익한 자리로, 국민의 많은 관심 아래에서 좋은 이야기들이 나눠지는 건설적인 자리가 되기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정의화 의원은 보다 구체적인 안을 제시했다. 정 의원은 “인사청문회에 도덕성 구분과 정책부분을 오전‧오후 나눠서, 총리 경우에는 하루하루 별도로 해서 개인에 관계되는 사안들은 비공개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참여정부’ 공직자 의혹에 ‘날카로운’ 잣대 들이대던 한나라

그러나 시간을 ‘참여정부’ 시절로 돌리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가 지명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지난 2006년 자기논문표절 의혹으로 인해 취임한지 10여일 만에 물러나야했다. 의혹이 불거지자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병준 부총리는 이미 깨진 그릇이다. 더 이상 그릇으로서의 기능을 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버틴다고 해결 될 문제가 아니고 거부한다고 넘어갈 사안도 아니”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박근혜 당선인이 한나라당 대표로 재직중이던 지난 2005년 1월 교육부총리에 임명된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은 임기를 열흘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아들의 병역의혹 등이 불거졌기 때문이었다. 당시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은 “왜 하고많은 사람중에, 그것도 도덕성과 청렴성이 유독 강조되는 교육부총리 자리에 ‘하필이면 그 사람’인가?”라고 참여정부에 따져물었다.

이로부터 2개월 후, 투기의혹이 제기됐던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사퇴를 피하지 못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그해 3월 5일 논평을 통해 “이헌재 부총리의 투기의혹이 대하드라마를 능가한다. 부동산투기를 공공의 적으로 지정한 노무현 참여정부의 경제수장인 이헌재 부총리에 대한 투기의혹이 고구마줄기처럼 줄줄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목되는 것은 당시 박근혜 대표의 발언이다. 이틀 뒤 전여옥 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박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에서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모든 국무위원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할 필요가 있다”며 “상임위별로 인사청문회를 거치면 이런 문제들이 사전에 다 걸러질 것 아니냐”고 언급했다.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은 같은달 부동산 투기의혹에 휩싸이면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당시 구상찬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최영도 인권위원장의 부동산 투기의혹이 사실이라면 노무현 정권의 인사 검증은 완전히 실패했다”며 “소위 참여정부의 대표적 주류로 꼽는 사람이 이 정도라니 실망”이라고 지적했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지난 2006년 도덕적 문제가 아닌 절차상의 문제가 부각돼 낙마했다. 김형오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미 전효숙 헌법재판관 후보는 헌법을 위반한 원천적인 무효”라며 “열린우리당 법사위원들이 더 이상 생떼쓰듯이 국회 질서를 문란 시키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003년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성식 후보자는 인수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코드인사’ 논란에 휩싸여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박근혜 당선인이 초대 총리로 지명했던 김용준 후보자가 현재 인수위원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라는 평가다.

한편, 원혜영 민주통합당 의원은 1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용준 후보자의 자진사퇴와 관련, “애초에 검증 안된 인물을 지명하다 보니 언론이 검증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청문회는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제 풀에 낙마한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열리지도 않은 청문회를 갖고 문제가 있다, 손질해야겠다는 것은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원 의원은 “문제의 본질은 청문회 제도에 있는 게 아니라 박근혜 당선인의 ‘깜깜이 인사’, ‘나홀로 인사’가 낳은 예고된 참극”이라며 “청문회 제도가 잘못된 게 아니다. 또 사전검증을 제대로 못해서 이런 사태가 온 것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는 것 한마디도 국민들은 듣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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