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협상 여전히 이견.. 반올림 “삼성, 재발방지 의지 없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또 급성 백혈병으로 지난 1일 세상을 떠났다.
5일 삼성 직업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은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재직 중이던 이범우씨가 지난 1일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27년간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한 이씨는 온양공장에서만 23년을 근무했다. 이씨는 한 달여전, 천안 단국대 병원에서 급성 림푸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서울 삼성의료원으로 옮겨 항암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세상을 떠났다.
반올림은 이씨가 온양공장에서 담당한 설비 유지·보수 업무는 반도체 공장에서 취급하는 유해물질에 단기간 고농도로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업무로 지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올림 측은 이 근거로 2012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보고서를 제시하고 “최근 1년간의 모니터링 자료에 대한 분석 결과 주로 유지보수 작업 시에 유해물질 감지 알람이 울리는 경우가 많았으며 고농도 수준이 감지된 경우도 있었다”, “유지 보수 작업은 단기간에도 고농도의 유해물질에 노출이 가능한 작업”이라는 언급이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근무하다 림프조혈계 질환으로 숨지거나 투병 중인 노동자는 故 박지연시와 김은경씨, 송창호씨, 유명화씨 등 4명이다. 이윤정씨와 이은주씨는 각각 뇌종양과 난소암을 앓다 사망했고, 모두 온양공장에서 수년간 근무한 바 있다.
현재 삼성전자 측은 반올림과 직업병 대책 마련을 위한 교섭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5차 협상은 7시간여 진행됐음에도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go발뉴스’에 “삼성은 재발방지대책에 대해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고 5차 협상에도 뚜렷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삼성은 반올림이 제시하는 잠재적 피해자에 대한 보상안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고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8명 피해자에 대한 보상 먼저 논의하자고 한다”고 밝혔다.
이 노무사는 “‘협상에 참여하는 피해자만 피해자’라는 식인 삼성을 이해할 수 없고, 훨씬 더 많은 피해자들이 있는데도 기준을 두어서 가리자며 협소하게 구는 이유가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반올림과 삼성전자 측의 피해보상 협상은 오는 13일 다시 열릴 예정이다. 이 가운데 또 다시 사망자가 나오면서 향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