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국가의 무능‧무심함 알아버려.. 우리 국민 참 불쌍해”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참 불쌍한 국민이 됐다. 우리가 국가의 무능함과 무심함을 알아버렸고, 국가가 국민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가진 이상한 곳임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세월호 100일 추모 시낭송과 음악회에 참여한 가수 이승환 씨가 50km의 긴 도보행진을 마치고 시청광장에 모인 유가족들과 시민들을 앞에 두고 한 말이다.
세월호가 침몰한 후 긴 싸움을 이어온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그의 말에 동의했고, 큰 박수로 화답했다. 이승환 씨는 “이 노래를 통해서 우리가 잊지 않으면 더 많이 먹고 힘내고 지치지 않고 끝까지 잊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 순간만큼은 힘을 내기 위해서 불러본다”며 그의 노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를 열창했다.
24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시청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네 눈물을 기억하라’ 추모 시낭송과 음악회가 열렸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4만여 명의 시민들이 세월호를 기억하고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시청광장을 가득 메웠다.
이지애 아나운서의 사회로 시작한 이 날 행사는 가수 김장훈, 이승환, 자전거 탄 풍경, 노래패 우리나라, 피아니스트 이희아 등이 추모무대를 꾸렸고 김해자, 김기택, 강은교 시인 등이 추모시를 낭독했다.
단원고 희생자 박성호 군의 누나 박보나 양은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박 양은 편지에서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백일이 넘도록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며 “절대 포기하지 않고 무너지지 않고 꼭 진실을 밝히겠다. 자랑스런 모습으로 만나러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8시30분께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박2일 도보행진에 나섰던 유가족 260여 명이 서울 시청광장에 도착했다.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유가족들을 맞이했고, 일부 시민들은 ‘특별법을 제정하라’ ‘잊지 말자 0416’ 등이 적힌 손피켓을 흔들며 응원의 말을 건넸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부터 안산 합동분향소를 출발해 여의도 국회와 서울 시청광장을 거쳐 광화문 농성장에 이르는 도보행진에 나섰다. 이들은 안전한 사회를 위한 특별법을 24일 전까지 제정할 것을 촉구했지만, 이날까지 특별법은 제정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과 함께 해왔던 가수 김장훈은 무대에서 생전 가수를 꿈꿨던 단원고 희생자 고 이보미 양이 부른 ‘거위의 꿈’을 편집해 멋진 듀엣곡을 선보였다. 김장훈 씨는 “유가족들이 세월호를 놓을 때까진 저도 절대 놓지 않겠다”고 끝까지 함께할 것임을 전했다.
감정을 잘 추스르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유가족들은 연극인 류성 씨의 세월호 낭송극이 시작되자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세월호 낭송극은 세월호 사고로 아이를 잃은 아빠의 비통한 심정과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한 극이다.
가족들이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자 주위에 있던 시민들은 함께 눈물을 흘리며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은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는 비통한 심정과 특별법 제정을 위해 지치지 않고 나아갈 것임을 다짐했다.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우리 가족들은 어제부터 1박2일동안 간절한 마음을 담아 여기까지 왔다”며 “우리가 이 고통을 견디는 이유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왜 죽었는지 알기 위해서라는 단 하나”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오늘은 세월호 참사 100일이다. 호소도 하고 걷기도 하고 차가운 바닥에서 자며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그리고 가족들의 절박한 마음을 알리기 위해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다. 그만큼 우리 가족들은 절박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런데 국회가 가족들과 350만 시민들의 마음을 외면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 고통스럽지만 더 힘을 낼 것이다. 가족들의 뜻을 반영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한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단원고 희생자 김동혁 군의 엄마는 동혁 군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너를 잃고 살아가는 미래가 두렵고 힘들고 참기힘든 고통인데 이 고통을 다른 국민들에게 주지 말자고 재발방지대책 세워 달라는게 그렇게 잘못된 것이냐”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다 귀한 것이 무엇이냐”고 성토했다.
이어 “4.16 특별법 꼭 제정해서 그날의 고통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그리고 너희들이 너무 그립고 보고싶다. 정말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한편, 추모행사가 끝난 후 유가족들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이동을 시도했지만 대규모 경찰 병력과 차벽에 갇혀 다음날 새벽 2시가 넘도록 폭우를 맞으며 경찰과 대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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