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비가 내리는 17일 아침, 세월호 유족 순례단의 10번째 여정이 시작됐다. 장마전선의 북상으로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는 기상예보에 순례단은 평소보다 일찍이 아침을 시작했다.

오전 5시 순레단은 전북 익산시 나바위 성당을 떠나 출발지점인 용인면 중신교차로로 이동했다. 23번 국도를 따라 김제방향으로 이동한 순례단은 오전 10시 15분 황등생활체육관에 들려 간단한 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 일정을 준비했다.

특히 이 날은 이호진씨의 딸 아름씨의 생일 하루 전날이었다. 순례 중 25번째 생일을 맞이한 아름씨를 위해 친구들이 경기도 안산에서 케익과 선물을 들고 깜짝방문을 했다.

▲ 김학일(왼쪽)씨와 이호진(오른쪽)씨는 세월호 순례단 선두에 서서 하루 평균 30km의 길을 걷는다.

▲ 세월호 유족 순례단이 17일 오전 7시 23번 국도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아름씨의 친구 설여름씨는 "고생하는 아름이를 위해 오늘 새벽 안산에서 내려왔다. 출근 때문에 함께 걷지 못해 친구로서 너무 미안하다"며 "먼 길이지만 진도 팽목항까지 부디 승현이를 위해 완주해달라"고 당부했다.

아버지 이호진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마음의 고통 때문에 평소보다 기억력이 떨어졌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딸 아이의 생일까지 잊고 있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한편 순례단은 오후 3시 30분 익산시 목천동 목천교차로를 향해 순례를 이어갈 예정이다.

▲ 세월호 유족 순례단의 여정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순례단과 동행을 원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