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 31.32km.. 세월호 십자가 순례단의 4번째 여정

발 통증에 땀띠까지, 순탄치 않는 순례길.. 그래도 끝까지 간다

지난 8일 경기도 안산에서 출발한 세월호 십자가 순례단이 5번째 여정을 시작했다. 순례단은 12일 충남 천안의 원정동 성당을 떠나 공주시 전의동 전의성당으로 향했다. 오전부터 날씨가 무더울 거란 예상과 달리 이날 오전은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부는 걷기 좋은 날씨였다.

하지만 4일간 이어진 고된 행군은 이날 순례단의 발목을 잡았다. 발 통증과 열대야에 잠을 이루지 못한 이씨는 이날 오전 피로를 호소했다. “열대야 때문에 겨우 30분밖에 못 잤다”는 아름씨도 마찬가지. 시종일관 5kg의 십자가를 들고 묵묵하게 길을 걷던 김학일씨의 얼굴에도 피로감이 적잖게 묻어났다. 결국 순례단은 고된 일정을 내려놓고 하루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순례단은 공주시 전의동선당에서 휴식을 취한 후 13일 다시 순례에 나선다. 순례단과 동행 중인 go발뉴스는 31.32km를 걸은 십자가 순례단의 4번째 여정을 사진으로 담았다. 

©'go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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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세리 성당 피정의 집
순례 4일째인 11일 오전 5시. 세월호 십자기 순례단은 충남 아산시 인주면에 있는 공세리 성당에서 떠나 순례길에 올랐다. 이날 순례길에는 천안에서 올라온 가톨릭 신자 부부가 함께 동행에 나섰다. 순례단을 에스코트할 차량에는 '세월호 십자가 순례단. 잊지 말아주세요. 기억해주세요'라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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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번 국도를 따라 순례 시작
아산 공세리성당에서 천안 원성동 성당까지는 31.32km. 순례단은 39번 국도를 따라 천안으로 향했다.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일렬로 행진하는 이들 옆엔 모래나 건축폐기물을 실은 덤프트럭들이 쌩쌩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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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오르는 아침 기온
오전 7시 30분. 십자가 순례단이 잠시 휴식을 취했다. 5kg 무게의 십자기를 어깨에 맨 김학일씨의 어깨는 땀으로 흥건했다. 그간 순례로 순례단의 발은 여기저기 까지고, 물집이 잡혀 있었다.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가 이호진씨가 양말을 벗고, 열이 오른 발에 물을 뿌리고 있다. 김웅기 군의 아버지 김학일씨도 큰 아들이 사준 운동화를 잠시 벗고 가드레일에 기대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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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단을 응원하는 시민들
십자가 순례단이 가는 길에는 이들을 응원하는 시민들을 만날 수 있다. 순례단을 보고 차에서 내려 격려하는 이들을 비롯해, 아름씨의 SNS를 보고 아산, 천안, 대전에서 찾아온 시민들도 있다. 특히 이날은 아산시자율방범대의 박노식씨가 순례단의 에스코트를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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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온양모종동성당 도착
십자가 순례단은 오전 9시 5분 아산시 염치읍에 있는 아산대교를 건너, 아산청소년교육문화센터, 온양민속박물관, 아산소방소를 지나 온양모종동성당에 도착했다. 성당 앞에서 순례단을 기다린 신자들은 이들을 포옹하며 눈물을 흘렸다. 땡볕 아래 묵묵히 걷던 아름씨도 눈물을 터트렸다. 순례단은 성당 신자들이 마련한 점심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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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4시 다시 천안으로
하루 8시간 이상을 걷는 순례단에게 여름 햇살은 반드시 피해야할 것 중 하나다. 34도까지 오른 기온이 조금씩 잦아들 무렵, 순례단은 모종동성당을 떠나 다시 천안으로 향했다. 곡교천을 따라 걷는 길에 예상치 못한 도로공사에 순례단은 가드레일을 넘어 공사현장을 우회하며 걸음을 옮겼다. 뜨거운 햇빛과 분진이 날리는 현장에도 불구하고 순례단은 노란깃발을 흔들며 여정길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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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30분. 순례단은 멀리서 찾아온 깜짝 손님을 맞이했다. 지난 5월 16일 천안시 쌍문동의 한 정형외과의 의료사고로 아홉살짜리 딸을 잃은 아버지 서동균씨였다. 서씨의 딸은 팔 골절 수술을 받던 도중 병원 측의 잘못으로 마취가 깨어나지 않아 숨졌다. 서씨는  “딸 아이가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았는데도 병원 측은 무조건 '기다려라'는 말만 했다. 세월호 참사와 꼭 닮은 사건”이라며 울먹였다.  

배방역 도착
오후 5시가 조금 넘자 순례단은 배방역에 진입했다. 철로 다리 위로 지나는 1호선 천안행 급행열차와 촘촘히 늘어선 아파트들이 있는 도심에 들어선 순례단은 온천대로를 따라 순례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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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통증에 땀띠까지.. 순탄치 않는 순례길
오후 5시 40분. 순례단 선두에 섰던 이호진씨가 발바닥 통증에 난색을 표했다. 천안 진입까지 13km를 앞두고 있었다. 하루 평균 28km씩 꾸준히 걸은 이씨의 발은 어느새 하얗게 부르튼 상처와 노란 물집, 날카로운 풀잎에 긁힌 상처들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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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일씨는 팔과 목 부위에 땀띠가 일어 간지럼증을 호소했다. 검게 탄 두 팔은 어느새 빨갛게 부어있었다. 어깨에 맨 십자가에 김씨의 어깨와 등은 땀으로 흥건했으나 그는 단 한번도 아프다거나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는 학일씨는 “신부님들의 축성이 담긴 귀한 십자가니깐 사진 찍을 때 마다 100만원씩 내라”는 농담을 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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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까지 이제 9km.
오후 7시 천안 진입이 9km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순례단을 맞았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지자 도로에는 차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순례단의 걸음은 오전보다 느려지기 시작했다. 선두에 선 이호진, 김학일씨가 지칠수록 순례단의 휴식을 잦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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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15분 사랑의시튼수녀회에서 순례단을 응원하고자 광주에서 먼걸음을 했다. 수녀들은 정성껏 만든 10여가 지의 반찬과 수박화채, 운동화 등을 싸들고 순례단을 찾았다. 아름씨는 또 한 번 울음을 터트렸다. 수녀님을 꼭 안고 어린아이처럼 우는 아름씨 모습에 순례단은 잠시 숙연해졌다.

오후 8시 원성동성당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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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이 어둑해질 무렵 순례단이 원성동 성당에 도착했다. 오후 8시, 새벽 5시에 출발한 순례단은 15시간만에 천안시 원성동성당에 도착했다. 이날 성당 안에는 30km라는 고된 일정을 보낸 순례단을 환영하는 찬송가와 기도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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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단과 함께 동행한 가톨릭 신자들과 취재진, 자원봉사자들도 이들을 위한 기도를 함께 했다. 원성동 동네 주민들도 순례단을 보기 위해 성당 앞에 모였다.  순례단은 간단한 저녁식사 후 다음날 공주시 전의성당을 위한 채비를 마치고 5번째 여정을 위해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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