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족들 “침몰하지 않는 대한민국 보여달라”

가족대책위 첫 집회 주최.. ‘진상규명·안전사회 위한 특별법’ 촉구

“전국으로 서명받으러 다니면서 제가 많이 울었습니다. 순천에서도 울고 부산에 가서도 울었고.. 그런데 한 가지 때문에 웁니다. 내 새끼가 죽은 지 88일이 지났는데 아빠는 내 새끼가 왜 죽었는지도 모릅니다. 누구의 잘못으로 무슨 이유로 그렇게 됐는지도 모르고 내 새끼는 죽었는데 책임자는 없습니다”

단원고 희생자 故 최성호 군 아버지가 “아들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아들 옷을 입고 나왔다. 한 번만 보면 좋겠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이같이 말하자 청계광장에 모인 5천여 명의 시민들과 유가족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12일 오후 7시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는 10박 11일의 ‘세월호 가족버스 전국순회’를 마치고 서울 청계광장에서 보고대회를 열었다. 이날 보고대회는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가족대책위원회가 처음 주최하는 집회로, 가족들은 성원을 모아준 국민들에 감사를 전하는 동시에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 'go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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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맡은 故 유예은 양의 어머니 박은희 씨는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해 준 국민들에 먼저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는 “그동안 가장 고통스러운 일은 가족들이 철저하게 고립되었다는 것, 어디서도 우리 형편을 제대로 전해주지 않았던 것”이었다며 “그러나 전국을 돌며 우리는 더이상 고립돼있지 않다, 함께하는 국민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故 박성호 군의 어머니 정혜숙 씨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믿고 기다린 아이들은 그 대가로 목숨을 잃고야 말았다”며 “가족을 잃은 저희는 아픈 마음을 함께 나누고 천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하고 전국을 순회하며 또다시 가만히 있지만은 않겠다는 결의를 다져왔다”고 밝혔다.

이어 “세월호 참사의 범인은 다음에는 우리 아이들만이 아닌 더 많은 국민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더 이상 국민들이 우리 같은 슬픔을 갖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더 이상 침몰하지 않는 대한민국을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이날까지 총 400여 시민들의 서명을 모았으며, 이를 오는 15일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가족대책위가 대한변호사협회와 민변 등의 도움을 받아 마련한 세월호 특별법안 내용을 설명했다. 특별법에는 ▲특별위원회에 가족 추천인사와 여·야 추천인사의 비율을 1:1로 할 것 ▲특별위원회 산하에 ‘안전사회소위원회’를 둘 것▲ 조사기간을 최대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할 것 ▲기소권 보장 등이 담겼다.

박 변호사는 “특별법은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족들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며 “국가배상을 충분히 받는 게 맞다고 오히려 변호사들이 주장했지만 가족들은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한 사회만 되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이게 바로 가족들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가족대책위의 보고대회가 끝난 8시에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울시민 결의대회가 이어졌다.

ⓒ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
ⓒ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

한편 같은 시각 국회에서는 유가족 등 150여 명이 여·야 세월호 특별법 TF팀에 가족을 포함한 ‘3자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며 농성을 연좌농성을 벌였다.

전명선 가족대책위 부위원장은 전화연결을 통해 현장 상황을 전하며 “유가족이 참여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한 대한민국 법 제도화를 이번 기회에 만들어야 한다. 세월호 법’이 아닌 정말 안전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법안이 만들어질 때까지 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결의대회를 마친 가족대책위원회와 일부 시민들은 이후 국회로 이동, 농성 대열에 합류했다. 가족대책위는 이날 밤샘 농성 후에도 요구사항이 이뤄지지 않을 시 13일 오전 11시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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