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등항해사의 재판 진술 중 ‘충돌을 피하려다 급변침했다’는 내용이 나와 잠수함 출몰 등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사고 당시 맹골수도 해역 레이더에는 충돌을 우려할 만한 선박이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둘라에이스호 문예식 선장은 “사고 당일 오전 8시 45분쯤부터 AIS(선박자동인식장치)와 레이더를 지켜봤지만, 세월호 주변에 다른 선박이 잡힌 건 없다”고 증언했다.

둘라에이스호는 사고 당일 세월호 뒤쪽 5km 이상 거리를 둔 채 같은 항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었고, 9시 13분쯤 구조 현장에 가장 먼저 접근한 선박이다.

문 선장은 세월호가 변침하던 8시 43분경의 움직임을 ‘턴(turn)’이라고 표현하면서 “우측으로 턴을 하길래 ‘우리 항로로 오겠다’ 싶어서 더욱 주시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문 선장은 “턴 직후 세월호 앞쪽 물체가 잡혀서 예인선이라 생각했다”며 “이후 뒤쪽에도 여러 물체가 잡히길래 예인을 돕는 부선(艀船)이라 여겼다”고 말했다.

<노컷>은 하지만 레이더에 등장한 물체들은 세월호와 같은 속도로 조류 방향으로 이동했고, 나중에 사고 현장에 도착해보니 컨테이너들이었다는 것이라면서, 컨테이너들까지 레이더에 선명하게 포착됐다는 증언은 변침이 이뤄진 8시 48분을 전후에 세월호 주변에 다른 물체는 없었음을 간접 증명한다고 전했다.

▲ ⓒ '해양경찰청'

사고 당시 세월호 조타 지휘를 맡았던 3등 항해사 박모(26, 여)씨는 지난 10일 열린 첫 재판에서 “물살이 빠르고 좁은 맹골수도 해역의 반대편에서 배 한 척이 올라왔다”며 “충돌하지 않기 위해 레이더와 전방을 관찰하고 무전도 듣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3등 항해사의 이같은 진술은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지목된 급변침 배경과 관련해 처음으로 선박 충돌 우려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라 파문이 일었었다.

일부 매체나 SNS 등에서는 ‘올라왔다’는 표현에 잠수함 출몰 가능성까지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항해사 박 씨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맹골수도에 들어서면서 5도 이내로 변침하도록 지시했다”며 급변침을 부인했다.

사고 당시 또다른 인근 상선의 영상기록장치에도 세월호 주변에 몇 개의 물체가 등장하지만 모두 4km 이상 떨어져 있어 전문가들은 충돌 우려와는 무관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수사당국이 침몰 원인으로 지목한 급변침 논란은 계속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