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들 “유가족 두 번 죽이는 꼴.. 어이없고 분해”
<TV조선>이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구조하지 않고 탈출한 단원고 교사를 ‘의상자’로 오보해 유가족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TV조선>은 지난 9일 <뉴스4> ‘말 못할 고통... 단원고 생존 교사들’이란 제목의 리포트에서 단원고 2학년 10반 B교사가 사고가 난 긴박했던 순간,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구조됐다면서 이 과정에서 B교사의 골반이 골절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의 설명은 다르다. 이들에 따르면, B교사는 세월호 침몰 당시 4층으로 바로 달려가지 않았으며 5층에 있다가 탈출했다. B씨 자신도 골반이 골절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는 것이 2학년 10반 유가족 측의 설명이다.
여학생반인 2학년 10반은 그동안 구조자도 가장 적었고 시신 발견조차 더디게 진행됐다. 속이 탔던 유가족들은 <TV조선> 오보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유가족들은 해당 보도가 나간 다음날인 10일 오후 2시 30분, 단원고를 찾아 <TV조선>의 보도 경위 확인에 나섰고 <TV조선>과 인터뷰한 적 없다는 학교 측의 답변을 받았다. 이에 유가족들은 <TV조선>에 항의, 해당 기자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유가족·TV조선, 단원고, 경기도교육청의 4자 면담 과정에서 <TV조선> 이유정 기자는 오보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유가족이 2학년 10반 유가족 40여명의 동의를 얻어 ‘go발뉴스’에 제공한 녹음파일 확인결과, 보도 경위에 대해 이 기자는 “조선일보와 매일경제에서 해당 내용을 찾아 참고해 기사를 썼다”고 밝혔다.
실제로 5월 21일자 <조선일보>의 ‘살신성인 교사들’이란 제목의 기획 기사에는 B교사가 사고 당시 4층에서 아이들을 구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기사는 “세월호에서 구조된 단원고 여학생들은 ‘B선생님이 아이들하고 객실에 있다가 안 열리는 문을 여는 순간 밖으로 떨어져 갑판을 통해 구조됐다’고 증언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유가족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TV조선> 배태호 사회부 팀장은 해당 보도에 대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 뉴스가 부족해 사망한 단원고 교사들과 생존한 교사들의 이야기를 엮어 기획 시리즈를 만들려고 했었다”며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오보를 시인했다.
‘go발뉴스’가 배 팀장에게 직접 사실 여부를 확인하자 그는 ‘조선일보와 매일경제만 참고한 것은 아니고 자체 취재도 했었다’며 오보와 관련해서는 “유가족분들께 이미 사과를 다 드리고 잘못했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이 기자 역시 해당 기사가 오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문제가 된 기사는 현재 삭제된 상태지만 <조선일보>는 정정보도 여부와 공식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단원고 2학년 10반 피해자 가족 A씨는 ‘go발뉴스’에 “너무 어이없고 분하다”며 당시 심정을 토로했다.
A씨는 “여기저기서 베껴 쓴 기사를 전 국민이 다 보는 뉴스에 보도할 생각을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이 또한 유가족을 또 죽이는 일 아니냐”고 비난했다.
A씨는 제자를 두고 먼저 빠져나온 B교사를 원망하는 유가족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10반 B교사와 4반 C교사는 다치지 않았다. 이를 교사도 인정했다”면서 “가족들이 그렇게 만나자고 해도 안 만나줬다. 우리는 그때 상황이 어땠는지 알고 싶을 뿐이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