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대통령 눈물 전면보도.. 아이들 눈물은 벌써 잊어”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족대책위)가 19일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 담화문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20일 오후 3시 가족대책위 45명은 진도 팽목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호소문’ 형식을 빌려 박 대통령에 담화에 대한 가족들의 입장을 밝혔다.
가족대책위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배의철 변호사는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청와대나 대통령에게 말하는 것보다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모았다”며 “그 이유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두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호소문에서 가족대책위 김병권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은 생명의 소중함에 앞선 자본의 이윤을 추구한 사람들 때문”이라며 “이것이 규제완화로 이어져 세월호 침몰을 낳았다”며 참사의 근본 원인을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선 “담화문 어디에서도 아직 남아있는 17명의 실종자들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찾을 수 없었다”며 “대통령조차 국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것”이라 비판했다.
또 청와대 면담에서 “(박 대통령이) 가족들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음에도 담화에는 우리의 목소리에 대한 답변이 언급되지 않아 매우 유감”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들의 목소리로부터 출발하는 진상규명이 정부가 가져야 할 진상조사의 대원칙”이라 강조했다.
언론을 향한 바판도 빠지지 않았다. 가족들은 “오늘 아침 대통령의 눈물을 전면 보도하는 언론들은 아직도 세월호에서 절규하며 신음하고 있는 아이들의 눈물을 잊어버렸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족들은 박 대통령의 ‘해경 해체’ 결정이 구조·수색 작업에 미칠 파장도 우려했다. 가족들은 “해경을 해체하고 모든 것을 바꾸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며 “책임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고 권한을 부여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수색을 하고 있는 민·관·군 합동수색팀과 해경을 응원해달라. 이들을 국민 여러분이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배의철 변호사는 “어제 해경 아버지를 둔 아들이 전화를 걸어 ‘우리 괜찮은 거냐’고 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지금 동요하지 않은 해경이 어디 있겠느냐. 이 시점에서 해경 해체 발언은 적절치 않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가족들은 세월호가 가라앉아 있는 바다를 향해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17명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하루 빨리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랐다.
이들은 “보고 싶다”, “집에 가자”라는 말을 이름 하나하나에 붙여가며 불렀다. 이중 아직 아들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한 아버지는 “아빠가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한편 오늘 기자회견을 위해 전날 진도로 내려오던 유가족들을 안산 단원경찰서 정보보안과 직원들이 미행한 것과 관련해 배 변호사는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향후 가족들의 별도의 명확한 입장표명이 있을 것”이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