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 거리로 나선 시민들

국민촛불 “국민 못 지켜낸 박근혜, 대통령 자격 없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과 안녕을 보장하지 못하는 이 부조리한 사회시스템을 바꾸고 우리가 안전한 사회에서 살기 위해서는 가만히 있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점점 더 많은 시민여러분들이 함께 행사에 동참해 주시고 세월호 희생자들과 실종자분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4월 30일 홍대입구와 명동 등지에서 눈길을 끌었던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기획했던 용혜인 씨가 3일 오후 2시 다시 한 번 홍대입구에서 침묵행진을 시작하며 이렇게 말했다. 용 씨는 생명보다 돈이 앞서고 자신의 생명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가만히 있지 않는 것’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go발뉴스
ⓒgo발뉴스

올해 대학생 새내기가 됐다는 고준우 학생은 “한 나라가 침몰해가는 바닷속에서 아이들을 구해내지 못하는 영상과 기사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슬픔을 느꼈다. 그러나 이런 당연하고 솔직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을 이 나라의 지도자란 사람들이 미개하다고 한다”며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는 것이 왜 이렇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이어 “우리들이 말하는 것이 그렇게 미개한 것이라면 침묵으로 또 한 번 말하겠다. 말하지 않는 것이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두 아이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시민은 행진이 끝난 후 “내가 가만히 있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참여하게 되었다”며 “아까 행진을 하면서 젊은 남녀가 ‘우리도 함께할까’라고 하는 소리를 언뜻 들었다. 지나가는 시민들도 가만있지 않고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화와 ‘가만히 있으라’ 피켓을 들고 홍대 일대를 1시간여동안 행진했고, 명동과 시청으로 장소를 옮겨 행진을 이어나갔다.

ⓒgo발뉴스
ⓒgo발뉴스

‘가만히 있지 않기’ 위한 움직임들은 이날 서울 시내 곳곳에서 포착됐다. 이날 오후 6시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세월호 참사 시민촛불 원탁회의’와 청년 단체 ‘님크(NIMC-Not In My Countr)’ 주최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청소년촛불이 열렸다.

자유발언에 나선 수원여고 학생은 “뉴스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구조를 잘 하겠지 생각만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는 초기대응도 허술할뿐더러 배 안의 생존자들이 모두 죽은 다음 배만 건져내겠다는 거냐”며 “정부는 세월호 사건 뒤에 숨어 민영화를 통과시키고 국민들에게 미개하다는 말을 하는데 정말 미개한 것은 정부”라고 꼬집었다.

고등학교 교사라는 조연희 씨는 “학교에서 교복을 입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세월호에서 아이들이 올라와 안기는 것 같아 가슴이 너무 아픈데 아이들은 제가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며 “누가 학교를 이렇게 만들었냐”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을 구하러 가기도 모자랄 판에 교사와 학생들한테 유언비어 퍼트리지 말라고 조사하고 있다”며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믿고 대한민국을 바꾸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실종된 단원고 학생들이 마지막으로 보낸 카톡 문자들과 그 문자를 소개하는 어머니 영상, 가수가 꿈이었다는 故이보미 학생의 노래로 만든 영상들이 소개됐다. 영상이 나오자 곳곳의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go발뉴스
ⓒgo발뉴스

7시 30분께부터는 국정원 시국회의 주최로 ‘세월호 참사 무사귀환 염원, 희생자 애도와 민주회복을 위한 국민촛불’이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데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故김선일 씨가 피살됐을 때 당시 박근혜 의원이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면 그것은 국가가 아니다. 우리 국민 하나 못 지키는 노무현 대통령 자격이 없으며 용서하지 않겠다’고 한 발언을 언급하며 “국민 한 사람 수준이 아니라 300명이나 못 지켜낸 박근혜 대통령은 자격이 없으며 우리 국민들은 용서할 수 없다고 준엄하게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진상조사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가족대책위를 포함, 시민사회 각계가 권한을 갖고 참여하는 범국민적 진상조사위원회가 가동돼야 한다”며 “이 조사위가 독립적으로 구성되고 특검 수준의 진상조사가 되어야만 눈가림식 조사와 꼬리자르기 면피식 처벌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촉구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벌어진 국정원 등 국가기관에 의한 총체적 부정선거도 언급하며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 실시와 책임자 처벌, 해체 수준의 국정원 전면개혁 등 민주주의의 기본을 위해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며 함께 행동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또 민중가수 한선희 씨는 작곡가 윤민석 씨와 함께 작업한 노래 ‘얘들아, 올라가자’라는 제목의 추모곡을 열창했다. 이 노래는 문틈에 끼어 빠져나오지 않던 아이들의 시신이 ‘애들아 올라가자, 엄마아빠 보러 올라가자’라고 하면 거짓말처럼 수월하게 빠져나온다던 한 민간잠수사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진 곡이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종로2가를 지나 명동성당, 을지로 입구를 거쳐 다시 청계광장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벌였다. 행진에는 4천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아이들을 살려내라’, ‘박근혜가 책임져라’, ‘책임자를 처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