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판사, 군사정권 잘못된 판결한 재판관 ‘이례적’ 비판

윤길중 과거사 재심사건.. “국가권력 불법행위 편승, 법관 양심 저버려”

박정희 독재정권의 입맛에 맞춰 잘못된 판결을 내린 재판관들에게 현직 부장판사가 “법관의 양심을 저버렸다”며 판결문을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

과거사 재심 재판에서 재판부가 사법부를 대신해 사과를 한 적은 많지만 민사소송 사건에서 재판관들을 향한 직접적인 비판은 이례적인 일로 눈길을 끌고 있다.

ⓒ 대한민국법원 홈페이지
ⓒ 대한민국법원 홈페이지

3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마용주 부장판사)는 고 윤길중 전 민주정의당 의원(11~13대)의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재심 형사보상금으로 받은 금액을 제외한 5억7800여만원을 유가족에게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5·16 군사쿠데타를 정당화하는 조직적 국가권력의 불법행위에 편승해 법관의 양심을 저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고 윤길중 전 의원은 장면 정부가 ‘반공임시특별법’, ‘데모규제법’ 등의 법안을 발의하자 이에 반대하는 운동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1년 5월16일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후 군사정부인 국가재건최고회의를 만들고 그해 12월 윤 전 의원을 기소했다.

윤 전 의원에게는 박정희 정권이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정치·사회계 주요 인사들의 활동을 막기 위해 만들어낸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이 적용됐다. 이 법은 공포일로부터 3년6개월까지 소급적용할 수도 있었고, 헌법상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명백히 위배되는 법이다.

윤 전 의원은 1962년 2월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1968년 4월까지 7년 가까이(2526일) 옥살이를 하다 석방됐다. 윤 전 의원은 2001년 사망했고, 유가족은 2011년 5월 재심 청구를 해 2013년 1월 윤 전 의원의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유가족은 이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혁명재판소의 판결을 한 재판관은 특별법이 무려 3년6개월을 소급적용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위헌요소가 있는 법률임에도 그대로 적용했다”고 판결문을 통해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는 5·16 군사정변을 정당화하는 조직적인 국가권력의 불법행위에 편승해 특별법의 위헌성 판단을 게을리하고 재판관들에게 직무수행상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기준을 현저히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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