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줄기세포 논문조작’ 논란을 일으킨 황우석 박사를 서울대학교가 파면처분한 것은 정당했다고 판결했다. 지난 2006년 황 박사가 처음 소송을 제기한 후 8년만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7일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황 박사가 서울대 총장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파면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인간 난자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생명윤리 및 안전 확보를 위해 연구 절차를 엄격히 통제하고 논문 작성에서 과학적 진실성을 추구할 필요성이 더 크다”며 “논문 조작으로 과학적 진실성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된 주된 책임은 황 박사에게 있다”고 판결했다.

특히 “과학논문은 데이터의 진실성을 외부에서 검증하기가 쉽지 않아 다른 과학자들은 논문에 실린 데이터를 사실로 전제하고 후속연구를 진행하는데 그 데이터 자체가 조작된 경우 후속 연구가 무산되는 등 과학계 전체가 큰 피해를 입게 된다”며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황 박사를 엄하게 징계하지 않으면 연구 기강을 확립과 서울대는 물론 과학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파면처분이 지나쳤다고 고 판단한 원심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황 박사가 동물복제 연구 등의 분야에서 업적을 남겼다 하더라도 이번 사건 연구의 특성을 고려할 때 논문조작에 대해 엄격하게 징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황 박사는 지난 2004∼2005년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줄기세포 관련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2006년 4월 서울대에서 파면처분을 받았다. 이에 황 박사는 그해 11월 파면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는 패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논문 조작 경위나 실체가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채 징계가 내려졌고, 동물복제 연구 등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점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무거운 처분”이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 ⓒ 'EBS' 지식채널e 화면 캡쳐

한편, 이와는 별도로 대법원 형사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황 박사에 대해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황 박사는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이 상당 부분 조작됐는데도 진실인 것처럼 속여 농협중앙회와 SK에서 10억원씩 지원금을 받고 신산업전략연구소와 정부 연구비 중 7억840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또 황 박사는 연구에 필요한 난자를 제공한 사람에게 불임 시술비를 일부 지원해준 혐의(생명윤리 및 안전에관한법률 위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허위연구사실을 부풀려 민간후원금을 편취한 사기행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신산업전략연구원과 정부 연구비 횡령혐의와 불임 시술비를 깎아준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후 황 박사측은 연구비 횡령 및 생명윤리법 유죄판결에 대해 불복 항소했고 항소심은 1심에서 횡령으로 인정한 연구비 가운데 1억500만 원 가량은 공소사실 입증이 부족하다며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황 박사측은 “여전히 억울한 면이 있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날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