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사건 재판 증인으로 나오는 30여년 경력의 국정원 직원들이 “기억 안 난다”, “정신이 혼미했다” 등 검찰에서 한 진술을 잇따라 뒤집고 있어 강한 비난이 일고 있다.

18일 <한겨레>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원세훈(63) 전 국정원장의 재판에서 33년 베테랑이라는 트위터팀 직원 김아무개씨는 검찰 조사 때 했던 말을 대부분 번복했다.

검찰이 “매일 하달되는 내용이 정치적 중립과 어긋날 때가 종종 있어 일선에서 활동하는 파트원으로서 당혹스러울 때가 있었다”, “‘taesan4’ 계정이 내가 쓴 게 맞다. 태산 같은 마음으로 묵묵히 살아가야겠다는 의미에서 지었다. 초년병부터 묵묵히 일했는데 진급도 안 시켜주고 말년에 이런 일로 문제되니 초조하다”는 등 김씨가 진술한 발언을 법정에서 읽어주자, 그는 “그렇게 길게 얘기했다니 제가 천재인 것 같습니다. 나는 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 제가 일목요연하게 진술할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 ⓒ'국가정보원'

김씨는 또 지난해 10월 체포돼 검찰 조사를 받은 상황에 대해 “그날 아침 키 크고 덩치 크신 팀장(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이 오셔서 ‘너네 말이야, 무조건 진술해야 네가 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압박이 상당해서 뭐라도 얘기 안 하면 다칠 것 같았고…, 제가 이 자리(법정)에 앉아 있지만 지금 제가 아닙니다. 저는 혼이 딴 데 가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김씨는 체포된 뒤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고, 모두 변호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서 내용을 읽고 서명했다. 재판장이 “당시 왜 조서에 서명했는가”라고 묻자, 김씨는 “30여년간 열심히 일하다가 순식간에 자식들 보는 앞에서 체포돼 제가 쌓아온 게 모두 무너졌습니다. 그 이후 변호사님이 들어오셨지만 저라는 인간의 존재는 사라졌습니다. 지금도 초인종 누르는 소리에 깜짝 놀랍니다”라고 답변했다.

전날인 17일 법정에 선 국정원 직원 김모씨도 “기억력이 떨어진다”, “모르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휴대전화 번호나 자신의 이메일 주소가 맞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기억이 안 난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 뒤집기에 네티즌들은 분노를 쏟아냈다. 한 네티즌(HOr***)은 “국정원이 사실은 ‘국립 정신 병원’의 약자였던것이다”고 조롱했고, 또 다른 네티즌(Ver****)은 “아.. 돌아서면 잊어버리니 그래서 댓글로 남긴거구나.. 이해한다 그맘”이라고 비꼬았다.

이 밖에도 “모르정원 지금 코미디 찍나? 여전히 농간짓이네 쯧쯧”(시*),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치매걸린 멍청한 사람을 국정원 직원으로 채용해 국고를 낭비하다니”(말해**), “자기 전화번호도 모를 정도면 치매에 걸린 모양인데, 정보기관원들이 치매증상 보이는데 해고 싶켜야 되지 않나?”(솔**), “이런 사람들이 무슨 간첩을 잡겠다고.. 간첩 얼굴은 제대로 기억하냐?”(clea****),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국정원에 국민 혈세를 털어버린 국민은 치매 인가요??”(짱*), “저런 *들이 국가의 정보를 맡고 있다니. 다 잘라라”(이만**) 등의 분노섞인 글들을 잇따라 게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