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가족 두 번 울린 공청회

모호한 판정·지원기준으로 피해 가족들 ‘분통’

작년 7월 가습기살균제 피해의심사례 조사가 착수된 후 처음으로 구체적인 피해자 지원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그러나 결국 모호한 피해판정과 지원 기준으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을 두 번 울리는 공청회가 되고 말았다.

13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민주당 장하나 의원, 심상정 의원 등과 환경보건시민연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의 공동주최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결과 설명회 및 피해자원 방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설명회에 앞서 피해자들이 받은 피해조사 결과안내문은 임상판정결과와 환경조사결과에 따라 ‘가능성 거의 확실함’, ‘가능성 높음’, ‘가능성 낮음’, ‘가능성 거의 없음’, ‘판단불가능(자료부족)’으로 등급이 표시 됐다. ‘가능성 낮음’이나 ‘가능성 거의 없음’의 경우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인한 지원을 받기 어려워진다.

피해 가족들은 판정 기준과 조사과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수술을 했거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확실한데도 등급이 낮게 나온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유명석 씨는 “361명 조사자 다 피해자이고 다 구제해줘야 하는데 왜 나눠서 누구에겐 고통을 주고 누구는 잘라내고 그러느냐”고 비난하며 “정부와 가습기살균제 회사에서 책임지라”고 주장했다.

유 씨의 경우 어머니가 가습기살균제 사용 이후 폐질환을 앓다 돌아가셨다. 또 본인도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심혈관질환, 심장병 등 질환을 앓게 됐지만 판정 결과 ‘가능성 없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go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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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종 씨는 “아내가 현재 폐가 15%만 남아있는 상태고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며 “그런데 아내가 결핵과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성 낮음’ 판정을 받았다. 만성질환이나 수술한 경우 무조건 ‘가능성 낮음’으로 나오는 것 같아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폐손상조사위원회 백도명 공동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재조사를 원하는 분들에 한해 재조사나 재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피해지원방안 공청회에서도 피해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항목이 의료비 및 의료비 관련 약제비, 호흡보조기 임대비와 일부 비급여 항목에 제한되고 간병비, 의료보조기 구입비 등 실질적으로 지원 받아야 할 부분들이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복지안전실 박준철 실장은 “의료비 관련 지원항목은 ‘재난적 의료비’에서 지원되는 범위에 준용한 것”이라는 대답만 반복해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재난적 의료비 항목은 참고만 하는 것이지 사정이 다른데 그대로 갖다 베끼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비난을 받았다.

피해자 가족 백승목 씨는 조사결과에 대해 “‘가능성 낮음’이든 ‘없음’이든 본인이 만족 때까지 제대로 결과에 대해 설명해 주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낮음’ 등급이라고 해서 지원을 못 받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원제외 항목 중 간병비, 교통비, 전화사용료 항목과 요양기관에서 환자부담금 납부를 면제 또는 감면한 경우의 의료비 항목 등에 대해선 다시 한 번 검토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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