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가 발견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발언을 해 사자(死者)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징역형 확정 판결을 받았다.

<뉴시스>에 따르면 13일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3일 명예훼손과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청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조 전 청장이 지난 7일 청구한 보석 신청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10만 원짜리 수표가 10억 원 이상 입금된 차명계좌’ 발언은 허위이며 그가 허위임을 알고도 발언했다는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차명계좌는 노 전 대통령에게 큰 책임과 부담을 줄 수 있는 계좌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차명계좌를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며 “그러나 청와대 제2부속실 여(女) 행정관 2명의 계좌나 이후 주장한 조카사위 연 모씨 계좌,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실 총무비서관 계좌 등은 그러한 차명계좌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권양숙 여사가 특검을 막았다는 발언에 대해 “특검은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 인사비리 및 피의사실 공표 등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에 대한 것이어서 차명계좌와 관련이 없고, 민주당은 특검 도입을 주장했으나 정부여당이 반대했다”며 “차명계좌 논란 이후 민주당이 도입을 반대한 것은 노 전 대통령 사망 후의 사정에 불과해 결국 이 부분도 허위”라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허위 인식’ 부분과 관련해 “고급정보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서울경찰청장으로서 만난 지 몇 번 안 되는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는 주장이나 이에 대한 진위를 전혀 확인하지 않은 점 등을 보면 조 전 청장은 해당 발언이 허위임을 인식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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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 시절이던 지난 2010년 3월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단 팀장 398명을 상대로 한 특별교양 강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뭐 때문에 사망했습니까? 뭐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뛰어버린 바로 전날 계좌가 발견됐지 않습니까, 차명계좌가? 10만 원 짜리 수표가 타인으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표돼, 발견이 됐는데, 그거 가지고 아무리 변명해도 변명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거 때문에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린 겁니다.”고 말해 공공연하게 허위사실을 적시, 노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 전 청장 당시 발언은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내용이어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후 발언의 근거에 대한 조 전 청장의 해명이 오락가락하면서 신빙성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 그는 대검 중수부에서 수사상황을 알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들었다며, 청와대 제2부속실 여성 행정관 두 사람의 차명계좌에서 완전히 세탁된 10만 원 짜리 수표가 다량으로 10억 원 이상 입금된 것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명계좌가 발견된 곳은 우리은행 삼청동지점이었고, 2004년경 수표가 입금된 후 안 쓰고 있다가 대통령 퇴임 무렵에 꺼내 사용했다는 내용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의 허점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상호 판사는 2013년 2월 1심 판결문에서 “검찰 수사보고를 종합하면 2004년 입금 내역은 추적 대상이 아니었고, 우리은행 삼청동지점은 존재하지 않은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2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1부 (부장판사 전주혜)도 같은 해 9월 “(청와대 제2부속실 여성 행정관 두 사람) 명의의 우리은행 삼청동지점 계좌는 없다”며 “다른 은행 계좌에도 2004년경 10억 원 이상이 입금됐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후 금액이 인출된 내역은 없다”고 설명했다.

조 전 청장은 ‘차명계좌’ 발언의 출처에 대한 의문이 커지자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 임 모 씨를 통해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말을 바꿨다. 조 전 청장 변호인 측은 항소심에서 “고급정보를 많이 알고 있어 신뢰할 수밖에 없었고, 사건 강연 당시 임씨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그대로 이야기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임 씨는 항소심 증인으로 출석해 이 사건 발언 내용과 같은 정보는 취급하지 않으며 그러한 내용으로 조 전 청장에게 말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