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앵커를 대변인으로..공영방송은 청와대 부속기관?
국민을 의식하지 않는 권력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의식하는지 그 방식과, 어떤 목적으로 그러는지 그 이유가 중요하다. 권력이 원하는 방식에 따라 권력의 필요에 의해서 국민을 의식하는 건 소통이 아니다.
부정선거 의혹은 그대로... 대통령은 ‘공정선거’ 주문
국민의 생각에 맞춰 국민이 요구하는 대로 행동하려는 의지, 이게 소통의 기본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게서 이런 기본이 전혀 관찰되지 않는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를 ‘불통’이라고 부르는 거다. 최근에도 국민 감정과 완전히 동떨어진 행태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뜬금없이 공정선거를 강조해 국민들의 귀를 놀라게 했다. 지난 대선과 관련해 부정선거 논란이 여전한 상황에서 "6.4지방선거가 공정하고 깨끗하게 치러져야 한다”고 강조한 박 대통령. “국가기관과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는 주문도 덧붙였다.
지난 대선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사과는 커녕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는 채 공정선거와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입에 담은 것이다. 부정선거의 증거와 정황을 인멸하고 은폐하면서, 동시에 공정선거를 강조하다니 어처구니없다.
‘모래 속의 진주’도 불통 대열에 앞장섰다
관련 수사를 축소하거나 방해해온 권력이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운운하다니 가히 불통의 결정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12.19대선 때 자행된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 행위는 덮으려 하면서 6.4지방선거 공정성을 주문한다. 파렴치도 불통의 소치라는 걸 제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민 정서와 완전히 동떨어진 발언은 ‘모래 속에서 발견한 진주’의 입에서도 나왔다. 여수 앞바다 기름유출 현장을 방문해 오만상을 찌푸렸던 윤진숙 해수부장관. 그녀가 기여코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기름유출 사고를 협의하기 위해 모인 당정회의에서 “1차 피해자는 GS칼텍스이고 2차 피해자는 어민”이라고 말해 전 국민을 당혹스럽게 했다.
유조선이 여수시 낙포동 원유2부두에 접안하려다 GS칼텍스 소유 송유관 3개를 파손해 발생한 유출사고로 도선사 관리가 제대로 안 돼 일어난 인재다. GS칼텍스가 가해자인데도 어민의 고통을 그 누구보다도 먼저 끌어안아야 할 주무장관이 황당한 발언을 한 것이다.
가해자를 1차 피해자로 둔갑시켜 말한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 이름 뒤에 직함을 붙이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국가기관의 불법 선거개입 증거와 정황이 산더미 같은데도 못본 척 외면하면서 공정선거를 강조한 박 대통령의 생뚱맞은 인식이나, GS칼텍스가 1차 피해자라고 말한 윤 장관의 사고는 그 뿌리가 같아 보인다. 국민의 감정을 생각하지 않는 저만의 독선에서 비롯된 것이다. 두 사람의 ‘마이웨이’에 국민들은 통분을 억제하기 어렵다.
현직 앵커를 대변인으로, 공영방송은 청와대 부속기관?
또 있다. 불통을 넘어 ‘마이웨이’에 심취해 있다는 것을 제대로 확인시켜주는 일이 일어났다. 청와대가 KBS ‘뉴스9’ 앵커 출신이자 현직 기자인 민경욱씨를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4개월 전까지 9시 뉴스 앵커였으며 어제까지 보도국 문화부장이었던 사람을 ‘대통령의 입’으로 발탁하다니. 공영방송의 현직 앵커를 대변인으로 써도 문제없다는 청와대의 발상이 매우 비민주적이다.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평소 KBS를 청와대 부속 기관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란 듯 드러낸 사건이다.
KBS 27기 기자들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에서 “언론사 뉴스 핵심 인물이 이토록 노골적으로 정권과 손을 잡은 사례는 한국 언론사를 통털어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라며 “이 사건은 마지막 남은 KBS 저널리즘의 자존심을 쓰레기통에 처박은 행위”라고 분개했다.
‘미국간첩’ 의혹 여전한데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다. . 민 앵커의 처신에도 문제가 있다. 시청자의 사랑을 먹고 자란 앵커라면 청와대의 이번 제안을 거절했어야 했다. KBS와 시청자들이 만들어준 ‘간판 앵커’ 이미지를 활용해 청와대에 입성한 건 잘못된 처사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대표 관련 정보를 미국측에 전달해 ‘미국 간첩’ 논란을 빚은 당사자가 바로 그다.
위키리크스의 비밀전문에 의하면 민 앵커와 고대영 당시 보도본부장이 2007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다큐를 제작하면서 방송에도 나가기 전에 관련 내용을 미리 미국 대사관 측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된다.
민 앵커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호감을 미국 측에 상세하게 전달했다. “실용적인 사람” “깨끗한 사람” “수 많은 세월이 지나도 큰 탐닉에 빠지지 않은 사라” “결단력 덕분에 한국을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한 김대중과 같은 사람”이라고 격찬한 바 있다.
당신들의 ‘마이웨이’, 국민이 분노한다
비밀전문 마지막에 의미심장한 한 구절이 등장한다. 이 코멘트만 봐도 그가 어떤 인물인지, 언론인으로서 윤리의식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이 가능하다. 관련 구절이다.
“민경욱은 그가 이 다큐에 대한 조사를 하는 한 달 동안 이명박과 그의 측근들에 의해 완전히 설득 당했다. 그러므로 이 KBS 다큐는 이명박이 아주 좋아 할 만 한 것이다.”
국민의 생각과 정서와는 동떨어진 행보를 계속하는 박근혜 정권. 당신들의 ‘마이웨이’. 아직은 힘 있는 권력이니 그것을 지금 누가 막겠는가. 하지만 모든 권력에게 종말은 반드시 찾아오는 법이다. (☞ 국민리포터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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