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재단 놓고 맞섰던 자매, 친일교과서엔 한목소리?

“교학사 채택 부성고 이사가 대통령 동생.. 국민적 수치”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교학사 교과서 최종본. 친일미화적 기술이 여전히 등장하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독도 영유권에 관한 기술이다. 이 교과서 355쪽에는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독도가 빠져 한일 독도 영유권 분쟁 시작의 계기가 됐다”라고 적혀 있다.

교학사 교과서 “독도는 영유권 분쟁지역"

또 최종본 351쪽에는 독도와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등이 일본 영토로 표시된 일본정부의 배타적경제수역 지도가 등장한다. 반면 한국정부가 공인한 해양영토 지도는 수록하지 않았다.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보는 시각은 일본의 입장이다.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독도 문제를 제소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지난 31일 아베 일본 총리는 “독도 영유권 문제를 ICJ에 제소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부가 즉각 반박 성명을 내고 “일본 측의 ICJ 제소 검토 운운은 그 자체가 허언”이라며 “독도는 한국의 고유 영토이고 영유권 분쟁은 없다”는 점을 또 한번 강조했다.

하지만 외교부의 성명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 교육부가 독도를 ‘영토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교학사 교과서를 최종 승인함으로써 사실상 일본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 거나 진배없기 때문이다.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일본의 반응>.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일본의 반응>.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일본 주장 그대로 반영된 교과서 지지한 한국정부

어처구니없다. 교육부와 여당은 독도에 관한 일본측 주장을 그대로 배낀 교학사 교과서를 지지하고, 외교부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정부를 비판한다. 이러니 일본 정부가 한국을 우습게 보는 거다.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부산 부성고가 일본측 주장을 그대로 담은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것이다. 1794개 고등학교 중 유일하다고 하지만, 문제는 이 학교 재단 이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근령이라는 사실이다.

지학사 교과서를 선택했다가 방학기간에 기습적으로 교학사 교과서로 바꾼 부성고는 지난해 3월 입학식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애 근령님의 본교 입학식 참석을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식장 전면에 내걸기도 했다.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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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 채택한 부성고 이사가 대통령 동생...국민적 수치

부성고가 갑자기 교학사 교과서로 바꾼 배경에는 박 대통령의 동생이 재단 이사라는 점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설립자 한효섭은 ‘제2 민정당’이라고 불렸던 신한민주당 출신 전국구 의원을 지낸 바 있다.

대선 전까지 박근혜-박근령 자매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 서로 입장을 달리해 갈등을 빚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더니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나 보다. ‘가재는 게 편’이라서 그런가.

두 자매의 갈등의 발단은 육영재단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 1990년 8월 육영재단이 ‘박근혜의 남자 최태민’의 수중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던 박근령과 박지만은 장문의 탄원서를 만들어 당시 노태우 대통령 등 정부 고위층에게 전달한다. 그 탄원서의 일부다.

“진정코 저희 언니(박근혜)는 최태민씨에게 철저히 속은 죄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철저하게 속고 있는 언니가 너무도 불쌍합니다. 대통령의 유족이라는 신분 때문에 어디에 하소연 할 곳도 없고 또 함부로 구원을 청할 곳도 없었습니다.”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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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재단 놓고 맞섰던 자매, 친일교과서에는 한목소리?

탄원서의 요지는 최태민을 무턱대고 비호하는 언니 박근혜의 행동을 저지해 달라는 것. 결국 언니는 육영재단에서 밀려난다. 박근령으로 이사장이 바뀐 이후에도 육영재단 운영은 여전히 방만했다.

재단 편법 운영에 대해 조사를 벌여온 성동교육청장은 2001년 박근령 이사장 취임 취소 결정을 내린다. 이때부터 고소고발이 난무했고, 재단은 만신창이가 되고 만다. 2008년 박지만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임시 이사진을 구성해 서울동부지법으로부터 확인 판결을 받아냈다. 현재 육영재단은 임시이사 9인에 의해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박근령은 13살 연하의 이혼남 신동욱과 통일교식으로 결혼식을 치렀다. 신씨는 자신의 결혼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던 박지만이 자신을 살해하기 위해 마약 음모까지 꾸몄으며 그 배경에 ‘박근혜가 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다. 검찰은 2011년 8월 신씨를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구속기소했고 법원은 그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부성고 재단 이사 박근령은 지난 19대 총선 직전 자신의 모친 육영수의 고향에서 자유선진당 후보로 출마선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기자들의 질문에 “박 위원장(박근혜)과 얘기하지 않고 출마 결심한 것”이라고 답했다.

프랑스와 미국 사람보다 못한 대통령 일가의 역사인식

대통령의 동생이 재단 이사로 있는 학교가 친일미화 교과서를 채택했다니 이건 국민적 수치다. 설령 학교 측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겠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동생이라면 강력하게 반대했어야 옳았다.

프랑스와 미국 사람들보다도 못한 대통령 일가다.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주최 측은 일본의 집요한 방해와 로비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만화전’에 적극적이다. 위안부 문제를 왜곡한 만화를 전시해 맞불을 지르려한 일본 부스에 대해서는 개막 전날 철거를 결정하면서까지 강력한 지지를 표명한 것이다.

<'위안부 만화전'이 열리고 있는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대회 조직위는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만화 전시를 기획한 일본 부스에 대해서는 철거 결정을 내렸다.>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위안부 만화전'이 열리고 있는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대회 조직위는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만화 전시를 기획한 일본 부스에 대해서는 철거 결정을 내렸다.>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주최 측은 위안부 문제는 정치적인 게 아니라 ‘여성 인권과 역사적 문제’라며 일본 정부의 강력한 유감표명에도 불구하고 일본 부수의 철거를 밀어붙였다. 만화전 조직위의 역사의식이 대한민국 제1여당이나 교육부, 대통령의 동생이 이사로 있는 학교보다 훨씬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다.

LA 글렌데일 시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 앞에 무릎 꿇었던 미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은 한국 정부를 어떻게 생각할까. 로이스 위원장은 “과거 미국이 흑인노예와 원주민에게 어떤 일을 했는지 배워서 잘 안다”고 말한 뒤 “일본의 전쟁 범죄도 우리가 반드시 배워야할 역사”라며 소녀상을 참배한 바 있다.

<'글렌데일 위안부 소녀상' 참배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글렌데일 위안부 소녀상' 참배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혐한 미국인 마라노의 주장... 부끄러워 얼굴 들기 어렵다

반면 문제의 교학사 교과서는 위안부에 대해 “현지 위안부와 달리 조선인 위안부는 전선의 변경으로 일본군 부대가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고 기술했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어떻게든 축소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교학사 교과서의 '위안부 관련 기술'(좌). 사진도 일본 교과서에서 발췌(우)했다.>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교학사 교과서의 '위안부 관련 기술'(좌). 사진도 일본 교과서에서 발췌(우)했다.>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혐한(嫌韓)파 미국인 토니 마라노의 주장이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기자가 “어린 소녀들을 강제로 동원한 건 일본의 가혹행위가 아닌가”라고 묻자 마라노는 이렇게 대답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는 일본제국 군대의 장교에 자원했다. 한국 소녀들이 위안부를 강제 동원된 거라면 일본 군대에 왜 자원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나 같으면 그런 군대에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어떻게 그런 사람의 딸을 현직 대통령으로 뽑았는지 의아할 뿐이다.”

(☞ 국민리포터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바로가기)

[편집자註] 이 글은 외부 필진(블로거)의 작성 기사로 ‘go발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go발뉴스’는 다양한 블로거와 함께 하는 열린 플랫홈을 표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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