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靑 대변인 내정에 언론인 비난 빗발쳐

최경영 “네가 떠들던 중립성이 이런 것?”.. 네티즌 “언론 부역 충실 보은 인사”

공석이었던 청와대 신임 대변인 자리에 민경욱 전 KBS 문화부장이 임명됐다. 윤창중·김행 전 대변인에 이어 또다시 언론인 출신이 박근혜정부의 청와대 대변인을 맡게 되면서 SNS등에서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같은 KBS 출신이기도 한 최경영 기자를 비롯, 27기 기자들이 내정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내는 등 언론인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5일 <한겨레>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신임 청와대 대변인에 민경욱 전 KBS 앵커 및 보도국 문화부장을 임명했다고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밝혔다.

이 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해외특파원 근무를 포함해서 다년간 방송기자와 뉴스진행자로서 활동을 해온 분”이라며 “풍부한 언론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을 국민들께 잘 전달할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31일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의 사퇴로 공석이던 대변인 자리가 1개월여 만에 채워지게 됐다.

민 신임 대변인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국민과의 소통은 바로 여러분과의 소통”이라며 “제가 기자생활을 오래 했으니 선후배 기자동료 여러분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국민과의 소통을 증진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민 대변인이 언론인 신분에서 바로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 KBS 윤리강령 1조3항은 “KBS인 중 TV 및 라디오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그리고 정치관련 취재 및 제작담당자는 공영방송 KBS 이미지의 사적 활용을 막기 위해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 뉴스Y
ⓒ 뉴스Y

내정 소식을 전해들은 KBS 27기 기자들은 ‘민경욱 전 앵커 청와대 대변인 임명 내정에 반대하는 27기 기자 일동’ 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민경욱 대변인 내정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KBS 뉴스 간판으로서 시청자들에게 KBS 보도의 상징으로 각인된 인물이 정권의 치마폭에 안겼다는 쓰라린 소식에 KBS 기자들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한 충격에 휩싸였다”며 “언론사 뉴스 핵심 인물이 이토록 노골적으로 정권과 손을 잡은 사례는 한국 언론사를 통틀어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라고 비난했다.

네티즌들 반응도 냉랭하다. 민 대변인과 같은 KBS 출신인 <뉴스타파> 최경영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kyung0)에 “민경욱, ‘KBS 문화부장, 전 9시 뉴스 앵커’라고 트위터에 자신을 소개하고 청와대 대변인 되셨네요”라며 운을 뗀 뒤 “네가 떠들던 공영방송의 중립성이 이런 건 줄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축하합니다”라며 민 전 앵커를 강하게 비난했다.

KBS 이철호 기자도(@manjeok) “오늘 아침 편집회의까지 참석하고 청와대 대변인으로 가는 민경욱 문화부장. 참 대단하다 대단해”라며 비판했다.

<시사인>의 고재열 기자는(@dogsul)는 “현직 언론인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가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그 대변인이 다시 고위직 언론인으로 컴백할 수 있다는 것이 더 문제다”라고 말했다.

일반 네티즌들도 “민경욱 전 KBS 앵커는 원래 청와대 대변인이었다. 근무지를 KBS에서 청와대로 옮겼을 뿐”(@din****), “ 민경욱 KBS 앵커 청와대 대변인 임명. 그동안 언론 부역 충실한 것에 대한 보은 인사인가?”(@bad****), “열심히 아부하면 한 자리 줄게. 이런 거군요. 이러고도 방송의 공정성 운운하다니”(@kmu****), “어쩐지 그 사람의 트위터를 보고 있노라면 공영방송의 앵커답지 않게 이명박과 박근혜에 대한 비호 멘트와 현․전 정부의 성과를 찬양했던 것을 이제는 이해할 것 같다”(@koc****)

한편 민 전 앵커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되면서, 그가 기자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평가했던 일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11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주한 미국 대사관 발 미 국무부 비밀 전문’에는 민 대변인이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을 낙관하며 그에 관한 평가를 전한 내용이 나와 있다.

비밀전문에 따르면 당시 KBS 시사보도팀 기자였던 민 대변인은 “내가 만난 이명박을 잘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명박이 ‘매우 깨끗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가 도덕성보다는 경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 후보가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당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이명박은 실용적인 사람이라고 느껴졌고, 수많은 세월이 지나도 큰 탐닉에 빠지지 않을 사람”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 마지막에 미 대사관은 “민경욱은 다큐에 대해 조사를 하는 한 달 동안 이명박과 그의 측근들에 의해 완전히 설득당했다”고 평가했다. 2007년 대선 때 민 대변인은 이명박 후보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일을 해왔다.

당시 논란이 되자 민 대변인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제가 이야기한 것 가운데 세상이 모르고 있던 것은 없다”며 “다큐의 취재과정의 일부를 한국에 온 걸 환영한다고 만난 술자리에서 얘기한 게 문제가 될까요?”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깨끗하다’는 것은 한 달 동안 취재를 하면서 만났던 이명박 후보의 지인들의 말을 옮긴 것이다. 이 후보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도 있다(밝혔다)”고 해명한 바 있다.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