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와 관련 “국민들이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았느냐”고 망언을 한 현오석 경제 부총리에 대해 “이런 일이 재발하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경질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이에 야당을 비롯한 네티즌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 ‏ⓒ 청와대

<뷰스앤뉴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7일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공직자들의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고 불신을 키우고 있어 유감”이라며 “국민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는 공직자가 없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사회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책임감과 그 무게가 다른 것”이라며 “본인들이 항상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국민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자세를 갖는다면 그 본질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개인의 입장을 강변한다면 국민의 마음에 더 상처를 주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거듭 현 부총리의 발언을 비판했다.

카드정보 유출 대란과 관련해서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큰 불안과 불편을 겪고 계신 데 대해서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명하며 “금융회사는 고객의 신뢰와 신용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불과 3년 전에도 비슷한 대량정보 유출사태가 발생해서 정부가 대책을 발표했었는데 이번에 이렇게 더 큰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카드사들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금융당국을 비판했다.

이어 “이번에는 다시는 국민들에게 이런 피해가 없도록 철저한 원인규명과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하겠다”며 후속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첫 번째, 이번에 문제가 된 3개 카드사 이외에 다른 회사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이 없었는지 전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철저히 조사를 하고, 두 번째, 유출된 정보로 인해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카드사가 전액 보상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실히 해 주고, 세 번째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서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재발 방지와 후속 대책 마련을 지시했지만 야권과 시민사회단체의 현 부총리에 대한 경질 요구를 거부해 논란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정애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국민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는 공직자가 없기를 바란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국민의 마음에 상처 주는 말을 한 사람은 박 대통령이 임명했다”며 “박 대통령이 유체이탈 화법으로 담당 공직자 탓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도 “박 대통령은 현 부총리에게 옐로카드가 아니라 레드카드를 던져야 했다”며 “즉각 현 부총리와 금융위원장, 금감원장을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 창당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 금태섭 대변인은 “(현 부총리는) 중대한 사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며 “경고로 넘어가는 것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부족한 처분”이라고 꼬집었다.

네티즌들은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국민에게 강력한 백태클을 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옐로카드를 뽑았다. 편파판정이다. 당장 퇴장을 알리는 레드카드를 뽑아야한다”(@hur****), “이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있나 700만건의 카드교체, 해지가 이어졌는데 이걸 작은사건으로 치부하다니”(@hwa****), “유체이탈의 진수”(‏@jae****)라며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 ⓒ 트위터(‏@zar****)

또한 네티즌들은 ‘그놈 헛소리’라는 패러디물까지 등장시키며 이번 사태에 대한 현 부총리와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을 비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27일 공식 트위터 계정(@fss_news)을 통해 “월요일입니다. 주말 잘 보내셨나요? 이번 주 첫 시작도 여느 때와 같이 웃으며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의 명언> 죄를 미워하되 죄인은 사랑하라. - 마하트마 간디”라는 글을 올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