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사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재판 시작 이후 처음으로 소송을 낸 이유를 밝혔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14일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윤준)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건희에 대한 배신감과, 삼성가 장자로서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대리인이 대신 낭독한 편지에서 “아버지(이병철 선대회장) 돌아가신 직후, 건희(삼성전자 회장)가 한밤중에 찾아와 모든 일을 제대로 처리할 테니 조금만 비켜 있어 달라고 하면서 조카(이재현 씨제이그룹 회장)와 형수는 본인이 잘 챙기겠다고 부탁한 적이 있다. 11살이나 어린 막내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속에서 천불이 나고 화가 났지만, 가족과 삼성을 지키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믿어줬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이어 “하지만 건희가 가족들에게 한 일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됐고, 동생을 만날 자리를 마련해 보려고 수많은 시도를 했지만,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순간에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 건희를 보면서 힘들었다. 그러던 중 삼성으로부터 상속 포기하라는 서류를 받게 돼 내 권리와 건희와의 관계를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어렵고 힘든 결정(소송 제기)을 했다”고 설명했다.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왼쪽)과 이맹희 전 CJ그룹 회장(오른쪽)

특히 이 전 회장은 “이 회장으로부터 상속포기각서가 날아오면서 차명주식의 존재를 알았고, 처음부터 소송을 할 생각은 없었다”며 “지금이라도 묵은 감정을 풀고 아버지 생전에 우애 깊던 가족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화해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전 회장 측은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 계열사 등을 상대로 낸 주식인도청구소송 중 일부를 취하했다.

이 전 회장 측 변호인은 “처음부터 재산을 노리고 한 소송이 아닌 만큼 에버랜드를 상대로 한 소를 취하했다”며 “에버랜드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이 회장 개인에 대한 나머지 9400억원가량의 청구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이건희 회장 측 대리인은 “이 전 회장은 여러 경로로 차명주식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상속포기 의사도 밝혀왔다는 것은 1심 때 이미 확인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삼성 측 관계자도 “이 전 회장의 최후변론에 있는 내용들은 그의 자서전 내용과도 배치되는 등 상당부분 사실과 다르다”며 “화해를 하자고 하면서 소송 청구금액을 97배나 높인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장은 “판결 선고 전이라도 원만하게 화해했으면 좋겠다”며 “마음이 달라지면 재판부에 연락을 달라”고 말했다. 이 재판의 선고는 다음달 6일 열릴 예정이다.

삼성가의 소송 소식에 파워트위터리안 레인메이커는(@mettayoon)는 자신의 트위터에 “삼성가의 추악한 아귀다툼이 다시 시작한 모양입니다. 이참에 삼성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네티즌들도 “돈은 피보다 진하다”(@Eui****), “돈과 권력은 부모, 형제도 원수로 만든다는 교과서다”(@yon****), “9천억만 달라는 마지막 읍소? 하여튼 있는 사람들이 더하다니까”(@est****), “큰 형 몫의 유산까지 막내가 챙긴 것은 아버지의 뜻이다? 열손 가락 다 아픈 부모심정 부정. 한국경제 장악한 독점재벌이 할 소리는 아니다”(@PhD****)라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