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권고에 묵묵부답.. 선대회장 유지 놓고 공방 되풀이
선대 이병철 회장의 유산상속을 둘러싸고 이맹희 전 CJ그룹 회장이 동생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상대로 낸 주식인도 청구소송에서 재판장이 양측에 지속적으로 화해를 권고했지만 아무런 답도 듣지 못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5일 서울고법 민사14부(윤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맹희-건희 두 형제의 주식인도청구소송 3차 변론준비기일에서 윤준 부장판사는 재판 말미에 양측 변호인에게 “화해하도록 설득해보았냐”고 물었지만 변호인들은 미소만 지으며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윤 부장판사는 “재판은 재판대로 가더라도 집안 내의 일은 집안에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며 양측에 재차 화해를 당부했다.
하지만 양측 변호인들은 “원고 측 변호인들은 피고 측 변호인들이 준비할 시간도 없게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신청서를 일요일 새벽에 재판부에 제출했다”거나 “피고 측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온다는 말도 없이 해왔다”는 등의 비난 발언을 서로 주고 받았다.
이날 이맹희 전 회장 측 변호인은 “피고측에서 증거로 제시하는 이맹희 회장의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를 바이블처럼 인용하는 것은 당시 상황을 도외시한 아전인수격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서전을 출간할 당시만 해도 이맹희 전 회장은 차명주식의 존재를 전혀 몰랐고, 이맹희 전 회장의 맏아들이자 삼성가의 장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이건희 회장이 잘 보살펴 주리라는 믿음이 강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묻어둔 이야기>는 삼성그룹의 초기 성장과정과 그 이면에 숨겨진 선대 이병철 회장과 장남 이맹희 회장의 관계를 다룬 것이지, 재산분배나 삼남 이건희 회장에 대한 내용을 다룬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히 이날 재판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참칭상속인(僭稱相續人)’ 해당 여부를 두고 양측의 법리공방이 또다시 이어졌다.
참칭상속인은 정당한 상속권이 없음에도 자신이 진정한 상속인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도 포함돼 진정한 상속인을 배제하고 상속권이 없는 사람이 유산을 상속받았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 때문에 참칭상속인은 실질 상속인의 상속회복청구권이 인정될 경우 진정한 상속인에게 재산을 돌려줘야 하고, 공동상속인일 경우 상속재산 분할청구에 응해야할 법적의무가 발생한다.
현재 이건희 회장은 자신을 ‘참칭상속인’이라고 주장할 이유가 없음에도 참칭상속인이라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 때문이다.
상속회복청구권은 피해자가 침해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일어난 날로부터 10년이 경과하면 소멸해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이 회장은 2008년 삼성특검 당시 이 회장의 차명주식의 존재가 검찰수사결과 발표로 대외적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미 제척기간인 3년을 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맹희 전 회장측은 이건희 회장이 ‘참칭상속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상속재산이 차명주식인 경우 ‘참칭상속인에 의한 침해행위’가 성립하려면 침해자 명의로 명의개서가 되고, 권리취득 원인이 ‘상속’이라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드러나야 하지만 어디에도 그 같은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그 증거로 이건희 회장이 1998년 12월부터 3차례에 걸쳐 삼성생명 및 삼성전자 차명주식을 순차적으로 본인명의로 바꾸면서 명의변경 사유를 ‘매매’ ‘명의신탁 해지’ ‘실명전환’ 등으로 명시했으므로 상속에 의한 침해행위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게다가 상속회복청구소송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제척기간의 기준시점은 2008년 특검 때가 아닌 이건희 회장이 이맹희 전 회장에 대해 “배타적 상속인에 해당한다”며 ‘상속재산 분할관련 소명’을 보낸 2011년 6월로 봐야한다는 것이 이맹희 회장 측 주장이다.
삼성 형제의 유산상속 분쟁 소송은 다음달 3일 계속된다.
